활동보고

수요 시위1553차 수요시위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학생SNS기자단

155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학생SNS기자단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는 대학생SNS기자단 1기 이나라, 정혜연 학생이 보았습니다.

주관단체 학생들의 신나는 율동과 함께 여는 공연 <바위처럼>를 불렀습니다. 이어 안지영, 정재은 학생의 주관단체 인사말과 단체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 후 참가단체 소개와 연대발언이 있었습니다. 대학생SNS기자단 1기 하정빈, 이수현(대독 정의연 기린 활동가) 학생, 일본 Fight for Justice 상임위원 오카모토 유카 님,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부속고등학교 박영민, 조예원 학생, 청년광장 최현지 님, 경기도민 박승배 님(대독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김지민 자원활동가)의 연대발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SNS기자단 안재현 학생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1553차 수요시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청년광장,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전국역사동아리연합, 평화나비네트워크, 예수의 작은자매들의 우애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공회대학교 국제문화연구학과, 박달중학교, 장곡고등학교, 진보대학생넷, 서울대학생겨레하나, 용인외국어대학고 부속고등학교, 문흥중학교 외 여러 단체, 개인이 참가하였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수요시위

#수요시위_30년

#일본정부_공식사죄_법적배상하라

#일본정부_평화비_철거압박을_멈춰라

#역사부정_중단하고_수요시위에_대한_공격을_멈춰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제155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방일 중이다.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이 있었고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났으며 다수의 일본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는 모양이다. 일정 중 박진 장관은 ‘2015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로 존중되어야 하’며 ‘합의 정신 실현’이 중요함을 수차례 여러 자리에서 강조한 바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존중하며 이 합의 정신에 따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합의 이행 확약 없이 일본 정부는 (정상) 회담을 받기 어렵다’며, ‘위안부 합의 사항을 한국이 제대로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도 보도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된 ‘2015 한일합의’는 사실 인정이 빠진 애매모호한 유감 표명,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10억 엔 출연으로 화해치유재단 설립, 이를 대가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협조, 국제사회에서 비난·비방 자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한국 정부가 약속해 준 굴욕적 합의였다. 비공개를 전제로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제3국 기림비 문제 해결,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이면 합의까지 담긴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정치적’ 합의였다. 형식, 절차, 내용 모든 면에서 문제적 합의였다. 역사의 시계를 50년, 100년, 아니 150년 전 구한말로 되돌린 퇴행적 합의였다.

이후 일본 외교부 공식 문건에서 성노예, 강제동원 등의 용어는 사라졌으며 역사교과서에서 일본군의 관여를 암시하는 ‘종군’이라는 용어마저 각의 결정을 통해 삭제되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제기하는 것조차 ‘2015 합의 위반’이라 어깃장 놓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독일 베를린 ‘소녀상’은 물론, 전 세계 시민들의 힘으로 설치되었거나 추진 중인 ‘소녀상’ 철거와 설치 방해도 노골적으로 자행해 왔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과 왜곡은 더욱 노골화, 제도화되어 왔다. ‘2015 한일합의’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결정적으로 뒤바뀌며 더 큰 문제만 야기되어 왔던 것이다.

이에 2017년 12월, 한일합의 검증 TF 팀은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2015 한일합의’에 의해 해결되지 않았음을 명시하며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진행되어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적시했다.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도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외교장관 합의는 그 절차와 형식 및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식조약이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므로, 그 합의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 또한 피해자중심의 원칙을 저버리고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는 한일합의가 ‘진실·정의·배상’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우려를 수차례 표명해 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2015 한일합의’를 존중하며 ‘합의 정신을 준수’하겠다고 공식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사회에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이어받겠다는 것인가.

이에 정의기억연대는 오늘 대한민국 외교부에 공개 질의하고자 한다.

1) ‘2015 합일합의’는 윤석열 외교부에 어떤 의미이며, ‘합의 계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 정부가 ‘합의 사항 준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합의 정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 구체적으로 ‘한일합의 존중’에서 존중은 무슨 의미인가. 어떤 부분을 존중한다는 것인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양국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 형식을 이야기하는가. 피해자 중심 원칙을 저버린 절차를 이야기하는가. 사실인정이 빠진 애매한 간접 사과,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10억 엔으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한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의미하는가. ‘주고받기식’ ‘정치적’ 합의라고 판단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겠다는 의미인가.

3) ‘합의 정신 준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녀상’ 철거와 방해에 협조하겠다는 것인가. ‘화해치유재단’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것인가.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일본정부에 동조하거나 침묵하겠다는 것인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일본군성노예제의 문제를 다시는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 문제를 기억하고 기념하려는 국내외 시민사회를 탄압하겠다는 의미인가.

4)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외교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방안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국가 간 정치적 합의로 봉합되거나 보상금 몇 푼으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 착각하는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는 가해국 일본이 광범위한 아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및 인도에 관한 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있는 인권과 평화의 문제다.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을 교훈삼아 평화를 가꾸어나가야 할 미래의 문제다.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사주의와 전쟁에 신음하고 있는 전 세계의 문제다. 머나먼 타자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독단으로 ‘포괄적 관계 개선’, ‘한미일 안보 공조’라는 미명하에 한일 양국 간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섣부르게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 방일 과정에서 오고간 일본군‘위안부’ 관련 내용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라. 지금이라도 관련 국가들의 기록 공개, 가해국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받기 위해 적극 노력하라. 재발 방지와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스스로 나서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고 올바로 기억되며 전 세계 시민들의 역사적 교훈이 되는 그날까지, 식민지와 전쟁, 분단을 겪은 대한민국에서 길어 올린 평화와 인권, 생명과 정의의 샘물이 전 세계를 뒤덮는 그날까지, 지난 30여년 간 수요시위를 만들고 지키고 그 정신을 확산시킨 모든 분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가 함께 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

2022년 7월 20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하정빈 (대학생SNS기자단 1기)

안녕하세요. 저는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하정빈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수업 시간에 전공 교수가 망언을 퍼붓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때는 한창 미투 운동이 시작되어 제대로 탄력을 받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을 수업 자료로 이용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소설 속 점순이가 총각을 강간하는 내용이라며, 남성 화자인 ‘나’도 미투 운동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교수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그를 소위 ‘꽃뱀’ 프레임을 씌우는 등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망언을 들으며 온몸이 떨릴 정도로 너무 화가 났지만, 그 자리에 가만 앉아 있었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교수의 발언을 중단시킬 시에 혹시나 제게 피해가 돌아올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곧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우들은 물론, 학교 내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 행진에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자님들이 기사를 써주어 해당 사건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당 교수를 파면하지 않고, 붙어 있던 대자보까지 떼어냈습니다. 그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피해자에게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제 발로 학교를 나갔습니다.

하지만 제게 남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살면서 처음으로 뜨거운 연대의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외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로 잠시간 잊고 있던 이 열과 같은 에너지를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말입니다.

가부장제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 아래, 여성은 착취당하며 자신의 피해를 말하는 것에 저지당해왔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용기를 낸 피해 당사자의 발언 하나하나, 그 무게와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교수에게 미투 운동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무슨 의미이길래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말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말 하나하나의 무게를 헤아리지 않는 모습이, 과연 작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를 향한, 그리고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피해자를 향한 혐오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영화도 아닙니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현재 정부가 한일 관계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지 않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는, 언젠가 무너질 다리임이 분명합니다. 2015년의 합의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정부의 동태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의 극우 세력들이 베를린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집회를 여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나타납니다. 하지만, 여러분 혹시 <보건교사 안은영>을 아시나요?

그 소설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결국 나쁜 사람들을 이기게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너무 올곧고 아름다워서, 허황된 말이라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말을 간절히 믿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빛은 없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우리 시민들이 함께라면 정의를 위한 한 걸음이 모여, 커다란 빛을 발산할 것입니다. 평화의 미래를 비추는 빛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이수현 (대학생SNS기자단 1기)

안녕하세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학생 SNS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현입니다. 우선 이렇게 오늘 수요시위 현장에서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과거 김학순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공개증언을 하셨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볼수록 그날의 용기가 얼마나 값지고 대단했던 것인지 새삼 느낍니다. 혐오와 폭력이 난무했던 세상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과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사람들의 아니꼬운 시선과 편견에 더욱 더 구석진 곳으로 떠밀려야 했습니다. 위로와 안식을 가져다주리라 믿었던 고향에서의 삶은 되려 그 마음과 상처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단하고 가혹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그 날의 목소리는 이제 할머니들이 더 이상 사회의 이면에 숨지 않으시고, 치유와 연대의 움직임으로 내딛도록 하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한편, 그렇게 이어온 세월이 어언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사실 숫자로만 보면 진작 해결되고도 남아야 했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문제의 해결이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채 고착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그래서 날로 심해지는 무관심과 역사부정이 두 번의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에 원통함이 느껴집니다.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역사부정세력의 행태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발언은 물론이거니와, 수요시위를 방해하거나, 무자비한 소녀상 철거 요구를 자행하는 등.. 이게 과연 2020년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며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억지 논리와 끊임없는 소음 공세로 평화의 목소리를 짓이기려 하시겠지요.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다시금 강조 드립니다. 혐오와 폭력은 결코 평화의 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이것이 양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함께 연대해주신 수많은 분들의 목소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더불어, 당장 오늘만 해도 사이버 환경에 난무하는 왜곡과 날조, 자극적인 수식어로 둘러싸인 자료들.. 그리고 그것에 무뎌져버린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 속에서 또다시, 피해자는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도 바뀌지 못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투영합니다.

왜, 무엇이 이렇게 평화의 날개를 짓누르고 있나요? 왜, 누가 어떤 자격으로 피해자다움을 말하며 침묵을 강요하나요? 이제 더 이상 묵과하지 맙시다. 3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보편 인권의 수호, 평화의 증진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셨던 수많은 분들의 진심. 그것을 더 이상 폄훼하지 맙시다.

끝으로, 오늘 참여 해주신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발걸음, 따뜻한 연대의 마음들은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가꾸어 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실 수 있도록 저도 제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계속해서 함께 해주세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대학생 SNS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현입니다. 우선 이렇게 오늘 수요시위 현장에서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과거 김학순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공개증언을 하셨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볼수록 그날의 용기가 얼마나 값지고 대단했던 것인지 새삼 느낍니다. 혐오와 폭력이 난무했던 세상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과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사람들의 아니꼬운 시선과 편견에 더욱 더 구석진 곳으로 떠밀려야 했습니다. 위로와 안식을 가져다주리라 믿었던 고향에서의 삶은 되려 그 마음과 상처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단하고 가혹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그 날의 목소리는 이제 할머니들이 더 이상 사회의 이면에 숨지 않으시고, 치유와 연대의 움직임으로 내딛도록 하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한편, 그렇게 이어온 세월이 어언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사실 숫자로만 보면 진작 해결되고도 남아야 했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문제의 해결이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채 고착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그래서 날로 심해지는 무관심과 역사부정이 두 번의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에 원통함이 느껴집니다.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역사부정세력의 행태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발언은 물론이거니와, 수요시위를 방해하거나, 무자비한 소녀상 철거 요구를 자행하는 등.. 이게 과연 2020년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며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억지 논리와 끊임없는 소음 공세로 평화의 목소리를 짓이기려 하시겠지요.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다시금 강조 드립니다. 혐오와 폭력은 결코 평화의 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이것이 양심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함께 연대해주신 수많은 분들의 목소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더불어, 당장 오늘만 해도 사이버 환경에 난무하는 왜곡과 날조, 자극적인 수식어로 둘러싸인 자료들.. 그리고 그것에 무뎌져버린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 속에서 또다시, 피해자는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도 바뀌지 못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투영합니다.

왜, 무엇이 이렇게 평화의 날개를 짓누르고 있나요? 왜, 누가 어떤 자격으로 피해자다움을 말하며 침묵을 강요하나요? 이제 더 이상 묵과하지 맙시다. 3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보편 인권의 수호, 평화의 증진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셨던 수많은 분들의 진심. 그것을 더 이상 폄훼하지 맙시다.

끝으로, 오늘 참여 해주신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발걸음, 따뜻한 연대의 마음들은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가꾸어 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실 수 있도록 저도 제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계속해서 함께 해주세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박승배

안녕하십니까 경기도 사람 박승배입니다.

여러분은 함무라비 법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계십니까?

이는 우르-남무 법전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가장 널리 알려진 특징으로는 동해 보복이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표되는 이 성질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스스로 입은 피해에 대해 바라는 처벌이자 복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의 소녀상은, 소녀상을 지키는 수요시위는, 그리고 수요시위의 거대한 기둥이 된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이신 할머님들의 말씀은 이와 달랐습니다.

그분들이 겪으신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 아닌, 가해자의 제대로 된 사죄와 교육을 통해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수요시위가 쫓아온 정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군성노예제와 같이 세계의 수많은 전장에서 벌어진 전시 성폭력을 포함한 여러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아픔까지도 함께 나눠왔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한 무리의 대한민국 국적자들이 위와 같은 연대의 결과물인 독일의 소녀상 앞에서 이를 철거하라는 시위를 벌여 우리 사회를 경악케 했습니다.

그들은 이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르며 항상 입에 달고사는 논리를 펼칩니다, '수요시위와 소녀상은 사기이며 일본과의 올바른 관계를 악화시켜 국익을 해친다'고 말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도 부정하면서 대체 언제부터 국익에 대한 애국심이 넘치게 되었는지는 제쳐 두더라도,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기가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어린 아이의 얼굴에 황산을 뿌려가며 이룩하는 정의는 정의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의 역사,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강제징용과 일본군성노예제 등의 피해를 묵인하고 잊음으로서 이룩하는 관계는 결코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는, 그리고 수요시위는 가해자 일본정부에게 30년의 세월동안 공식사죄와 법적배상, 올바른 역사교육을 요구해 왔습니다.

위와 같은 길을 걸어온 수요시위와, 그런 수요시위의 목소리를 매도하고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그들, 과연 누가 진정으로 옳은 길을 가는지 저들은 언젠가 이 질문에 스스로의 입으로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소녀상이 철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할머님들의 평화와 정의를 향한 결정이 얼마나 큰 결단이었는지 모두가 이해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며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항상 현장을 지켜주시는 정의연과 함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