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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기금[추모사]전쟁의 증언자, 평화의 시인 반레를 기억합니다

2020년 9월 9일 1456차 수요시위 기자회견 때 낭독한 반레 시인 추모사입니다.

[전쟁의 증언자, 평화의 시인 반레를 기억합니다.]

베트남의 반레 시인께서 지난 9월 6일 밤, 향년 71세의 나이로 소천하셨습니다.

반레 시인은 미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악명높은 호찌민 루트에서 시인을 꿈꿨던 소중한 친구를 잃었습니다. 이후 친구의 이름 반레로 살아가며 시, 소설,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그 안에서 포기할 수 없었던 인간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알려왔습니다. 20년의 세월 동안 반레 시인은 베트남을 찾는 수많은 한국인들, 베트남 평화기행단, 작가·예술인들과 교류하며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정의연은 전시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 활동의 하나로 2013년부터 매년 베트남 나비평화기행을 진행하여, 미국-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들에 의한 민간인 성폭력, 학살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만나고, 위령비에 참배하고, 평화 활동가들과 만나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군에 의한 전시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김복동 할머니의 연대메시지와 민간인 학살 피해자 추모비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조화를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2019년 베트남 나비평화기행 때도 기행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신 반레 시인은 한국에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을 통해 전쟁의 한순간인 ‘병사의 마지막 시각’을 나누고, 전쟁의 근원과 전쟁이 앗아가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역사는 바꿀 순 없으나 미래의 역사를 세우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전쟁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은 스스로가 일본정부가 자행한 군성노예제의 피해자, 생존자인 동시에, 전쟁터에서 버려지고 학살당해서 돌아오지 못한 또 다른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증언자이기도 하셨습니다. 반레 시인도 돌아오지 못한 친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그 무게와 책임을 짊어지고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그 안에서도 놓을 수 없었던 인간애와 평화를 꿈꾸면서, 할머니들과 같은 증언자의 삶을 사셨습니다.

전쟁의 증언자, 평화의 시인으로서 함께 평화를 꿈꿔왔던 반레 시인이 평화 속에 잠드시길 바랍니다.

낀박

-반레

그 이름 어찌 그리 멀기만 하지

네 이름은 수평선 너머 아득히 멀고

나 옛 낀박을 애타게 그리네

그 또한 너를 향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일 뿐

나 그해 오후를 잊지 못하네

겨울바람은 꺼우 강 줄기를 따라 날카롭게 불어오는데

너는 서둘러 집을 빠져나와

서로를 배웅하네. 와들와들 떨면서

야윈 그대 바람을 피해 내 등에 웅크리고

푸른 처마도 가랑비에 흠뻑 젖어

젊은 육신에서 온기가 번져 와도

옷깃의 떨림까지 침묵시키진 못했네

나는 수많은 헛된 것들과 함께 기약도 없이 떠나 와

온몸이 마비되도록 그대 추웠던 밤들을 알지 못하고

꺼우 강에 홀로 고독한 그대

하얗게 내리는 빗속에 나를 기다리지는 마라

낀박 : 베트남 북부 지방의 지명

꺼우 강: 낀박 지방을 흐르는 강

한베평화재단 반레 시인의 마지막 발걸음에 한국의 마음을 전했습니다http://kovietpeace.org/b/board01/6429

방현석 작가 추모사 “베트남 영혼의 깊이 일깨워준 ‘레 지 투이’ 고맙고 고맙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obituary/961324.html#csidx72a9f0f727b1457bc90113a82eb5024 

제5화. 시를 사랑하던 나의 친구, 반이 쓰러졌다

http://kovietpeace.org/b/board08/5821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자료집

https://issuu.com/pspd/docs/pd20180420___________

3.8세계여성의 날, 일본군'위안부'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미국-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메시지

https://www.youtube.com/watch?v=rgE5bba8t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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