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생신이신 할머니를 뵈러 경기도로 출발했습니다. 머리가 짧은 이사님이 가셨을 때 (지난 활동기 클릭!) ‘아저씨’라고 부르셨던 장난꾸러기 할머니, 이번에는 반삭머리의 활동가를 보고 뭐라고 말씀하실까 기대하며 할머니 댁에 도착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할머니~”하고도 불러봤는데 할머니 댁 현관문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전화를 드리자 “밑에 내려왔어. 올라갈게~” 하시며 집 앞 공원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잠깐 산책을 다녀오셨다고 하십니다.
“아니, 웬 도령이 왔어~!”
반삭머리 활동가를 보고 외치는 할머니의 말씀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도령이라니! 할머니 덕분에 활동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할머니~ 제가 도령이면 할머니는 춘향이세요?”라고 말씀드려보며 같이 웃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할머니 생신 선물로 햇빛을 가려줄 모자와 시원한 여름 재질의 스카프를 드렸습니다. 바로 스카프로 예쁜 매듭을 지으시는 할머니는 역시 멋쟁이이십니다.
할머니 취향에 맞게 얇게 썬 한우 고기도 준비해 왔습니다. 불고기도 만드시고, 볶아서도 드신다고 합니다. “할머니, 고기 많이 드셔서 건강하시겠네요!” 하니 활동가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아줌마가 계속 사 오는 거잖아~” 하시는 할머니의 입담에 또 한 번 박장대소합니다. 할머니 건강을 위해 앞으로도 잘 드시는 고기 많이 사 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잘 하고 있는 걸 왜 없앤다는 거야?”
오늘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고 말씀드리니, 할머니께서 일침을 놓으십니다. 할머니 생활비, 간병비 지원 등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림사업에 많은 공백과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입니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정의연의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활동 소식 보기) 할머니도 응원을 보태주십니다.
할머니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준비한 케이크에 초를 꽂는 시간. “할머니, 몇 살 때로 돌아가고 싶으세요~?”하고 여쭤보니, 서른 살이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연세에 맞추어 준비한 초를 얼른 숨기고 기다란 초 세 개만 케이크에 꽂았습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하고 축하 노래도 불러드렸습니다. 포카 활동가가 “할머니, 서른 살로 돌아가시면 이제 제가 언니가 되겠어요. 저는 서른 살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동생이시네요!”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도 웃으십니다. 지금 세상에 태어나셨다면 할머니는 코미디언이나 배우, 탤런트가 되셨을 수도 있겠다고 말씀드리니 부정하지 않으십니다. 재치 있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고, 키도 훤칠하신 우리 멋쟁이 할머니께서도 어릴 적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케이크 위 촛불을 후~ 하고 불고 나서 서른 살로 잠시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송진을 줍게 해서 산을 많이 다녔던 것을 회상하십니다. 송진이 일본군 B-29 비행기 원료로 쓰였다고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때는 일본 군인들이 많았어, 하시며 옛 시절 기억으로 잠깐 돌아가신 할머니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그러다가도 활동가들에게 더 먹으라며 비타민 음료를 권하십니다. 할머니 덕분에 애플망고 요구르트를 처음 먹어본 활동가들이 맛있다고 감탄하자, 뿌듯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더 먹어!”를 세 번째 연발하시며 냉장고로 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께 활동가들이 “할머니~ 저희 엄청 배불러요!”라고 한목소리로 말씀드리니, “내 자유야!”라고 버럭하십니다. 조금이라도 더 챙겨줄 것이 없는지 찾으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오랜 기간 만나온 활동가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문을 나서는 길, 오늘도 역시나 비타민 음료 두 상자를 챙겨주시며 사무실 활동가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말씀하십니다. 할머니 두고 드시라고 말씀드려보지만, “너희한테 주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라며 ‘도령’에게 비타민 음료를 한가득 안겨주시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늘 그렇듯이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들어주시는 할머니, 저희에게 항상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끼시는 증손주들이 쑥쑥 클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 거라는 약속, 지켜주실 거죠?
빨간색 꽃을 좋아하시는 멋쟁이 할머니, 길을 가다 빨간색 꽃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날 것 같아요. 거울을 보다가도 ‘도령이네!’ 하셨던 할머니의 재밌는 입담이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음이 날 것 같아요. 켜켜이 쌓인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며 더 많은 분들이 할머니를 다채롭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재치 넘치는 말로 주변에 웃음을 주고, 늘 사랑을 베푸시는 할머니.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시는 할머니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작은 웃음, 마음 따뜻한 사랑으로 남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할머니께 선물로 드린 모자, 스카프, 고기, 그리고 꽃
5월 생신이신 할머니를 뵈러 경기도로 출발했습니다. 머리가 짧은 이사님이 가셨을 때 (지난 활동기 클릭!) ‘아저씨’라고 부르셨던 장난꾸러기 할머니, 이번에는 반삭머리의 활동가를 보고 뭐라고 말씀하실까 기대하며 할머니 댁에 도착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할머니~”하고도 불러봤는데 할머니 댁 현관문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전화를 드리자 “밑에 내려왔어. 올라갈게~” 하시며 집 앞 공원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잠깐 산책을 다녀오셨다고 하십니다.
“아니, 웬 도령이 왔어~!”
반삭머리 활동가를 보고 외치는 할머니의 말씀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도령이라니! 할머니 덕분에 활동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할머니~ 제가 도령이면 할머니는 춘향이세요?”라고 말씀드려보며 같이 웃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할머니 생신 선물로 햇빛을 가려줄 모자와 시원한 여름 재질의 스카프를 드렸습니다. 바로 스카프로 예쁜 매듭을 지으시는 할머니는 역시 멋쟁이이십니다.
할머니 취향에 맞게 얇게 썬 한우 고기도 준비해 왔습니다. 불고기도 만드시고, 볶아서도 드신다고 합니다. “할머니, 고기 많이 드셔서 건강하시겠네요!” 하니 활동가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아줌마가 계속 사 오는 거잖아~” 하시는 할머니의 입담에 또 한 번 박장대소합니다. 할머니 건강을 위해 앞으로도 잘 드시는 고기 많이 사 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잘 하고 있는 걸 왜 없앤다는 거야?”
오늘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고 말씀드리니, 할머니께서 일침을 놓으십니다. 할머니 생활비, 간병비 지원 등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림사업에 많은 공백과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입니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정의연의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활동 소식 보기) 할머니도 응원을 보태주십니다.
할머니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준비한 케이크에 초를 꽂는 시간. “할머니, 몇 살 때로 돌아가고 싶으세요~?”하고 여쭤보니, 서른 살이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연세에 맞추어 준비한 초를 얼른 숨기고 기다란 초 세 개만 케이크에 꽂았습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하고 축하 노래도 불러드렸습니다. 포카 활동가가 “할머니, 서른 살로 돌아가시면 이제 제가 언니가 되겠어요. 저는 서른 살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동생이시네요!”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도 웃으십니다. 지금 세상에 태어나셨다면 할머니는 코미디언이나 배우, 탤런트가 되셨을 수도 있겠다고 말씀드리니 부정하지 않으십니다. 재치 있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고, 키도 훤칠하신 우리 멋쟁이 할머니께서도 어릴 적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케이크 위 촛불을 후~ 하고 불고 나서 서른 살로 잠시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송진을 줍게 해서 산을 많이 다녔던 것을 회상하십니다. 송진이 일본군 B-29 비행기 원료로 쓰였다고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때는 일본 군인들이 많았어, 하시며 옛 시절 기억으로 잠깐 돌아가신 할머니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그러다가도 활동가들에게 더 먹으라며 비타민 음료를 권하십니다. 할머니 덕분에 애플망고 요구르트를 처음 먹어본 활동가들이 맛있다고 감탄하자, 뿌듯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더 먹어!”를 세 번째 연발하시며 냉장고로 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께 활동가들이 “할머니~ 저희 엄청 배불러요!”라고 한목소리로 말씀드리니, “내 자유야!”라고 버럭하십니다. 조금이라도 더 챙겨줄 것이 없는지 찾으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오랜 기간 만나온 활동가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문을 나서는 길, 오늘도 역시나 비타민 음료 두 상자를 챙겨주시며 사무실 활동가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말씀하십니다. 할머니 두고 드시라고 말씀드려보지만, “너희한테 주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라며 ‘도령’에게 비타민 음료를 한가득 안겨주시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늘 그렇듯이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들어주시는 할머니, 저희에게 항상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끼시는 증손주들이 쑥쑥 클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 거라는 약속, 지켜주실 거죠?
빨간색 꽃을 좋아하시는 멋쟁이 할머니, 길을 가다 빨간색 꽃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날 것 같아요. 거울을 보다가도 ‘도령이네!’ 하셨던 할머니의 재밌는 입담이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음이 날 것 같아요. 켜켜이 쌓인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며 더 많은 분들이 할머니를 다채롭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재치 넘치는 말로 주변에 웃음을 주고, 늘 사랑을 베푸시는 할머니.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시는 할머니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작은 웃음, 마음 따뜻한 사랑으로 남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할머니께 선물로 드린 모자, 스카프, 고기, 그리고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