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수요 시위1746차 수요시위_극단 고래

174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관은 극단 고래에서 하였고 사회는 극단 고래 사무국장 류이향 연출님이 보았습니다.

 

수요시위를 시작하기 전 오랜만에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는 바리케이드를 걷었습니다. 비록 수요시위가 끝나면 다시 닫힐 거였지만 바리케이드를 치운 김에 소녀상과 의자를 정성스레 닦고 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오랫동안 바리케이드 안에 갇혀 있던 평화의 소녀상이 한 시간 정도지만 마침내 시민들과 만난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먼저 3월 28일에 세상을 떠나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할머니에 대한 추모 시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향해 묵념을 하며 할머니를 기억하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길에 더욱더 힘을 낼 것을 다짐했습니다.

 

사회자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극단 고래 단원 박윤선 배우님, 극단 고래 단원 김민채 배우님, 연극인 장혜지 님, 강화도 산마을고등학교 김서윤, 남하은, 황하연 학생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문화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극단 고래 단원 김민채, 장인혜 배우님이 각각 <평화란 어떤 걸까?>, <왜 그런 걸까요> 시를 낭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희찬, 홍철희, 이지혜, 임연지 님이 사물악기 비나리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멋진 네 분의 목소리와 어루러진 꽹과리, 북, 장구, 징 소리가 신명나게 평화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극단 고래 단원 홍철희 배우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고 닫는 공연으로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들이 <바위처럼> 율동을 하며 1746차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주관단체인 극단 고래 외 파란숨과 가마꾼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박소현,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오카노 가쓰코,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프라도수녀회, 박지영, 김복동의 희망, 민족자주 안산 통일실천단, 투TV, 정아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산마을고등학교, 이대 Jade, 이순형, 조국혁신당 성평등위원회, 김서경 평화의 소녀상, 박민성, 이승연, 윤철우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수어통역은 현서영 님이,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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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늘 우리는 참으로 비통한 소식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3월 28일, 평생을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해 오신 피해자 한 분이 향년 98세를 일기로 끝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할머니는 단순히 과거의 피해자로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전쟁 범죄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당당한 증언자였으며, 그림을 통해 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한 평화인권 활동가이셨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끝내 보지 못한 채 원통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지켜 오신 이 수요시위 현장 또한 아직 진정한 평화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감옥처럼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는 펜스는 여전하고 거대한 역사부정의 카르텔도 견고합니다.


지난 6년여간 이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할머니들을 모욕했던 김병헌의 구속이 최근 확정되었지만 그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그의 뒤에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우연, 이영훈 같은 뉴라이트 학자들이 있고, 아스팔트 우파가 있으며, 식민지 극우 엘리트들이 있습니다. 그 너머에는 일본 우익의 심장부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와 ‘나데시코 액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같은 극우 세력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 현지에서 김병헌의 활동 자금을 모금하고, 산케이신문과 재팬포워드 같은 매체를 동원해 거짓 주장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파렴치한 ‘역사 부정의 카르텔’을 형성해 왔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기만적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최근에도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김병헌을 탄압받는 투사로 둔갑시키는 의견서를 유엔 인권이사위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불법적 식민지와 침략 전쟁의 역사를 지워 일제의 전쟁 범죄를 정당화하고,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을 거짓말쟁이로 몰며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해 진실의 목소리를 영원히 봉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역사 부정의 뿌리는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광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침략으로 테헤란을 비롯한 중동의 도시들은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미 수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만 채의 민간건물이 파괴되어 셀 수도 없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식수와 전기가 끊긴 폐허 속에서 아이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90여 년 전 우리 할머니들이 일제 침략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했던 그 비극이, 지금 이 순간 중동에서 실시간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가 이 참혹한 학살극을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은 답이 될 수 없으며, 또 다른 증오와 폭력만을 낳을 뿐입니다.


오늘 우리는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하나, 전범국가 일본은 재무장 시도 중단하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침략 전쟁과 민간인 학살, 즉각 중단하라!

하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일본 극우와 결탁한 역사부정 카르텔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 처벌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학살의 방관자가 아니라 평화의 길을 선택하라!


할머니, 이제는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 할머니께서 못다 이룬 정의의 실현, 우리가 끝까지 완수하겠습니다.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들의 뜻을 받들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는 ‘기억의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극우·역사부정의 카르텔을 분쇄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흔들림 없이 앞장서겠습니다!


2026년 4월 1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박윤선 배우 극단 고래 단원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에 연대하기 위해 나온 극단 고래 단원 박윤선입니다.

 

저는 2015년 3월 극단에 입단했습니다. 극단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룬 연극 <빨간시>를 통해 수요시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5년 처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바위처럼’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할머니들의 평화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함께 연대하는 마음을 보탰습니다.

매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 연대의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2026년 봄, 다시 이곳에 서 있습니다. 저는 오늘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1992년 1월 8일 첫 번째 수요시위 이후로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모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평화로를 지키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외치며,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이 역사를 역사 교과서에 기록하고,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일.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반복되는 집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고,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역사부정세력이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여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평화의 소녀상 옆이 아닌 평화로의 다른 장소를 돌아다니며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수요일 평화로에 모인 그 연대의 마음이 우리의 힘이 되고, 역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역사부정세력의 방해에도, 우리는 1739차 수요시위부터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돌아와 흔들림 없이 수요시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일이니 이제 앞을 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할머니들의 상처를 잊으라며 욕하고 귀에 대고 소리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주 이 자리에 나와, 할머니들이 남겨주신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서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일본군 성노예제와 같은 피해는 결코 우리 역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사과받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또 다른 곳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 기억하고, 계속 말하고, 계속 이 자리에 서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연대하며 끝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더 이상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굳건하게, 할머니들께서 가르쳐주신 연대의 마음을 이어가겠습니다.

그날까지, 여러분도 이 자리를 함께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김민채 배우 극단 고래 단원

안녕하세요.
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관을 맡은 극단 고래 단원, 배우 김민채입니다.


저는 무대 위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내는 배우입니다.
말해지지 못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위에 참여할 때마다
‘무엇을 말할까’보다 먼저,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이 목소리들 앞에서
제가 무엇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수요시위는 누군가의 연기가 아닌,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증언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소녀상 앞에 섰습니다.


당연해야 할 이 자리가 밀려났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 시위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부정하는 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또한 그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시간과 고통은
어딘가에 남아 계속 우리를 이 자리로 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설 수 없지만,
그 기억이 멈추지 않도록
우리가 대신 서 있고, 대신 말하고 있습니다.


수요시위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도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으로서
이 연대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일본 정부는 역사를 부정하지 말고
진정한 사죄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 또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할 것입니다.


다시 돌아온 이 자리에서,
다시는 밀려나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 서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을 계속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장혜지 연극인

안녕하세요, 연극 작업을 하는 장혜지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 겨울, 여의도와 광화문, 그리고 남태령에서 열렸던 여러 시위에 자주 나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시민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던 시민들의 모습이 제게는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는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서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고 또 나의 생각을 크게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때 분명히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수요시위를 알게 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하신 김학순 할머니는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증언하신 할머니들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셨을까.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세상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용기가 있었기에 우리는 이 역사를 알게 되었고 지금도 이 자리에서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증언’이라는 행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무대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대신 전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누군가가 자신의 많은 것을 걸고 직접 말해야만 비로소 세상에 닿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지금까지 연극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에서 이어지는 미투 운동 역시 그렇습니다. 오랜 시간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들이 오늘날에도 하나둘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도 지금도 그 용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누군가의 말하기가 또 다른 말하기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용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것입니다.

 

이 수요시위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고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지나며, 매주 수요일마다 이 자리를 지켜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평화와 인권,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 오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연대를 전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이 자리에서 발언해보며, 이 말을 분명히 하고 내려가고 싶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거나 잊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역사 앞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분들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더 이상 침묵 속에 묻히는 고통이 없기를 바랍니다. 연극계를 비롯한 문화예술 현장에서 벌어져 온 성폭력과 권력의 문제들 역시, 더 이상 개인의 용기에만 기대어 드러나는 일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변화되고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용기 있는 말하기가 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그 말이 존중받고, 제대로 들리고, 책임이 따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잘못이 분명히 드러나고 바로잡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과 지금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하고, 말하고, 책임을 묻는 일. 그 모든 과정이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자리를 지켜온 피해자분들과 시민들의 시간과 연대가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여전히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이상 침묵 속에 머무르지 않도록, 저 역시 이 역사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김서윤, 남하은, 황하연 강화도 산마을고등학교

우리가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

하연 / 안녕하세요. 산마을고등학교 2학년 황하연, 남하은, 김서윤입니다. 먼저 지난 3월 28일 글을 쓰던

중, 생존자 할머니의 안타까운 부고를 접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하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담아 삼가 명복을 빕니다.

하은 / 중학교 2학년 때, 저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는 한 피해자가 강제로 끌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떻게 탈출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삶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피해자들이 모두 저와 비슷한 나이의, 아직

미성숙한 소녀들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들은 같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끔찍한 고통과

상처를 겪어야 했습니다.

서윤 / 모호함이 선명함으로 바뀔 때, 대개 짜릿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연대 발언을

준비하며 그 반대를 경험했습니다. 모호함이 선명함으로 변하는 순간, 짜릿함이 아닌 끔찍함을

느꼈습니다. 이 감각은 사회적으로는 전쟁 속 여성 인권을 향한 시선으로, 개인적으로는 무지했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저는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무의미를 마주하며, 그 수많은 희생 앞에 감히 ‘이해한다’, ‘공감한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전쟁의 역사 속에는 늘 민간인 학살이 존재해왔습니다. 민간인을 향한

무의미한 침략과 수탈은 전쟁에 반복적으로 동원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일본이 저지른 이 죄가

더욱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그 폭력은 단순한 전시의 부산물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조직되고 정당화된 채

오랜 시간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죽여야만 학살입니까? 물리적이어야만 침탈입니까?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가장 잔인한 역사를 남겼습니다.

하연 / 일본군성노예제도는 나라와 나라 간의 국제적 문제인 동시에 전쟁 속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착취하고 빼앗은, 절대 반복되지 않아야 할 사건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집단적으로

유린된 성노예 제도였습니다. 강제로 동원되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침해당했습니다.

피해자들께서는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의 군인을 강제로 상대하셔야 했습니다. 단순히 개개인의 고통을

넘어서 국가 권력이 성을 착취한 끔찍한 현실이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사회적 구조에서

낮은 지위를 가진 여성과 어린아이가 피해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여성이나 어린아이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수단이라고 치부하고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도는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들의 존엄성을 극도로 훼손하고 그 여성들의 신체를

도구화시킨 것이 드러난 사건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여성들에게 남겨진 상처들은 여전히 선명한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흐릿하기만 합니다.

하은 / 더 마음 아팠던 것은, 그들이 겪은 일이 결코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며

살아야 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갔습니다. 저는 피해자가 오히려 숨고 침묵해야 했던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윤 / 평화는 각각의 평안 위에 세워집니다. 그리고 그 평안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면 끊어지지 않는 증오의 연쇄는 결국 다음 세대로 이어질 뿐입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청소년이 그릴 평화로운 환경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올바르게 세우고, 추모를 위한 일에 함께하길

요청합니다.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태도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본 정부가

되길 요청합니다. 전범이라는 이름을 후대에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고리를 끊어

내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 자리를 지킬 테니까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화공연_시 낭독

 

평화란 어떤 걸까?

 

하마다 게이코

 

평화란 분명,

이런 거야.

 

전쟁을 하지 않는 것.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왜냐면,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으니까.

 

배가 고프면

누구든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또 평화란

이런 걸 거야.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

어떤 신을 믿더라도,

신을 믿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화를 내지 않는 것.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는 것.

목숨은 한 사람에게 하나씩,

오직 하나뿐인 귀중한 목숨.

 

그러니까 절대

죽여서는 안 돼.

죽임을 당해도 안 돼.

무기 따위는 필요 없어.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왜 그런 걸까요

 

4학년 지해솔

 

옛날 일본 군인은

그때 당시 소녀들한테 거짓말하며 데려갔어요.

왜 그런걸까요?

 

피해자분들이 이토록 많은데

사과를 제대로 안해요.

왜 그런걸까요?

 

일본은 지금까지 오십 번이 넘게 사과했다고 하는데

왜 사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위안부 할머니 마음을 왜 몰라줄까요?

나랑 친구는 잘못하면 서로 사과 하는데

나라 정부끼리는 부끄럽나요?

왜 부끄러울까요.

어른 아닌가요?

 

일본은 내 마음까지 안 좋게 해요.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답답함이 풀릴텐데 자꾸 말을 바꾸고 다른 사람들 마음까지 안 좋게 해요.

왜 그런걸까요..

 

위안부 할머니들도

대학교, 결혼, 이런 것 겪어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또, 여행도 가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또, 저녁에는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먹으며

날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동안 슬펐을 것 같아요. 일본은 제대로 사과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