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11월 서울 할머니 방문기

플라타너스 낙엽이 거리에 가득 떨어지는 날 서울 할머니를 뵈러 다녀왔습니다. 찬 바람을 가르고 끼익- 대문을 엽니다. 띵동하고 벨을 누르고 나서 한참 뒤에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는 반가움을 가득 담은 얼굴이 저희를 반겼어요. 소정활동가는 오늘 서울 할머니를 처음 뵙는 날이었는데요. 할머니는 머리가 짧은 소정 활동가를 보고 남자인지 여쭤보십니다. 그리곤 가만히 들여다보시며 잘생겼다고 하시네요.옆에 앉은 감자 활동가도 잘생겼다고 하십니다. 할머니 눈에는 머리 짧은 활동가 둘이 제법 잘생겨보였던 것 같습니다.


감자 활동가가 할머니 건강을 여쭙자 다리가 많이 아프셔서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고 하셨어요. 두 다리를 양 손으로 꼬옥 끌어안고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여기저기 몸 아픈 곳이 많다고 하시자 감자 활동가가 걱정이 되었는지 또 어디 아프신 곳은 없는지, 상태가 어떤지 조곤조곤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오래 저희 곁에 계셨으면 하는 마음을 전해드렸어요. 날이 좋을 때 바람이라도 쐬러 함께 나가고 싶었거든요. 최근에는 씹고 소화시키는 것도 조금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지난 번에 챙겨드린 과일을 냉장고에 넣어 즙을 낸 뒤 잘 드셨다고 합니다. 잘 드셨다며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했어요.


바깥 출입은 조금 어려우시지만, 그래도 뉴스를 늘 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세상 굴러가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어려웠던 시간을 지나 지금 한국 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들, 시간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하셨어요. 쉬지 않고 이야기하시며 과거와 지금을 끈끈하게 연결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서울에 자리잡게 된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 세상사 이야기까지 두시간 남짓 되는 시간동안 쉼없이 많은 이야기를 건네주셨습니다. 


살아 숨쉬는 이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사의 굴곡을 거쳤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만남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할머니께서 소정 활동가와 감자 활동가 양 손을 꽈악 쥐셨습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나이이니 여기저기 뛰어다니라고 하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또 뵈러 오겠다고 하니 할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할머니 얼굴에 늘 미소가 번질 수 있도록 자주 찾아뵈어야겠습니다. 할머니 다음번에도 잘생긴 저희가 또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방문일자: 2024년 11월 22일

방문 활동가: 소정,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