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주관은 서울여성회&서페대연에서 주관하였고 사회는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님이 보았습니다.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들의 <바위처럼>과 <우리는 가지요>에 맞춘 힘찬 율동으로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으로 수요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여성회 회원 조혜원 님, 서페대연 회원 전수진 님,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최윤이 님,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회원 임효빈 님, 배봉기의 평화 강태성 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노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여성회 민중가요 노래패 <이음>에서 <그날이 오면>, <처음처럼> 노래 두 곡을 멋진 목소리로 불러 주셨습니다.
서울여성회 회원 이수정 님, 조혜림 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며 1710차 정기 수요시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주관단체인 서울여성회&서페대연 외에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여고성조선하청지회,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준), 박의선, 동해시 평화나비 김일하 회장,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예수성심전교수녀회, 툿찡포교베네딕도 대구 수녀회, 송경욱,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오진희, 민형근, 김동삼 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스기모도 겐지, 유현준, 이주연, 일하는 시민들의 연대 함께 노동, 배봉기의 평화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조안구달, Sung Park(시애틀늘푸른연대), Goo Lee(시애틀늘푸른연대),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RS0 K, 한HAN, B.B J, 지수, 워터비스트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수어 통역은 현서영 님이,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171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전 세계가 극우의 주류화, 주류의 극우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이민자 배척, 여성과 소수자 혐오발언으로 극우를 선동하는 자가 또 대통령이 되자, 미국 내 일상의 검열과 민간인 탄압이 가히 전체주의 국가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주권 침해 수준의 통상압박과 부당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가히 제국주의 황제를 연상케 합니다.
극우 성향의 아베정권 이후 우경화의 길을 걸어 온 일본의 정치지형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7월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대신 참정당이 15석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를 구호로 내걸며 외국인혐오를 선동한 극우 정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파에 속한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센 상황이고 극우적 인사가 총리가 될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빛의 혁명’으로 겨우 극우·내란 세력을 진압했지만, 일제시기부터 성장한 원조 극우, 파워엘리트 집단에 더해 사이비개신교 아스팔트 극우의 준동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한국계 극우 인사를 초대해 가히 종교적 제례에 가까운 행사를 치루며 한미 극우연대를 과시했습니다. 분배정의를 반대하고, 내란세력 옹호, ‘빨갱이 처단’, 외국인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혐오·차별을 당당히 주장하는 자들에 영향 받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극우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030 남성의 극우 비율이 전체 국민의 2.5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극우적 사고관을 가진 자가 이재명 정부 내에도 포진해 있어 충격을 준 바 있으며, 국민의 힘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추천한 두 명의 위원 또한 유사한 결을 가진 자들로 밝혀져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들과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모욕하고 공격해 온 자들의 망동도 끝날 줄을 모릅니다. 이들로부터 오랜 세월 평화의소녀상을 지켜온 반일행동이 이제 집회를 접는다고 하자, 기세등등 자신들의 자리를 되찾았다며 큰소리치는 극우 인사들의 패악질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입니까.
정부의 인사는 메시지입니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발신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입니다. 부디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인사를 통해 반헌법, 반민주, 반역사, 반인권적 행위를 엄단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길 바랍니다. 전 세계 극우화의 물결을 거스르며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을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5년 7월 23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조혜원(서울여성회 회원)
안녕하십니까, 서울여성회 활동가 조혜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광장과 거리에서 지난 상반기를 보냈던 페미니스트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수요시위는 여성에 대한 국가폭력과 전쟁범죄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투쟁이며, 말할 수 없었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공간이고, 그 침묵의 강요에 맞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역사를 세우는 자리입니다. 그런 수요시위가 오히려 모욕과 방해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요시위가 반대집회 쪽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한 모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이 적극 개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민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용납되어선 안 될 혐오 발언을 감내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 결정이 있기까지는
거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이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목받든 무시당하든, 그 자리를 비우지 않고 버틴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의 상식과 최소선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제가 보낸 지난 12월부터 6월까지의 시간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선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노골적인 여성혐오 발언이 터졌을 땐, 더 이상 이러한 여성혐오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준석 선거캠프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거리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게 되었고 당일에 처음 만나 함께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던 한 참여자 분께서는 “혼자 있었다면 그저 무력하게 티비를 보고 열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 같이 싸우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어 용기낼 수 있게 되었다”며 페미니스트로서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하셨습니다.
작년 여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터졌을 때에는 주변 여성 지인들의 사진을 합성해 ‘능욕방’을 만드는 가해자들을 향해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강남역에 11주동안 모였습니다.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며, 피해자는 능욕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외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성들이 범죄가 두려워 자신의 사진을 sns에서 내리고, 피해를 입어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무력하게 있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선언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역사부정, 여성에 대한 침묵 강요, 피해자에게 ‘말하지 말라’고 손가락질해온 이 사회의 구조는 지금도 여성의 분노를 비난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도 이렇게 그 광장과 거리를 이어가고 지켜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탄핵 이후 우리는 또다시 광장에 남겨졌다고 말하지만, 저는 광장에 남겨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지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주도했느냐’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누가 끝까지 지켰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최소선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구호)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전수진(서페대연 회원)
안녕하십니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서페대연 활동가 전수진입니다. 저는 대학생 페미니스트로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사죄와 여성 폭력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저의 첫 수요시위는 지난 1700차 수요시위였습니다. 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그날의 감각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극우 세력이 수요시위 내내 어떤 행태를 부리는지 익히 들어왔지만 그 모습을 실제로 목도하니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고 이옥선 선생님 의 추모 행사도 함께 하고 있었는데 묵념을 하는 동안에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뱉어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정말 화만 났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들의 발언을 들어왔을 동지들을 생각하니 그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생존자 선생님들을 향한 모욕적인 비난의 말들이 지금의 여성폭력과도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처음 여성운동 활동을 시작하게 됐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들에게서 원인을 찾고 피해자 탓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하는 사회가 원망스럽고 미웠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에게 당신이 문제라며, 잠자코 있으라며 참 쉽게 2차 가해를 합니다.
어떻게 여성을 그렇게 착취할 수 있을까? 어떻게 피해자에게 그런 모진 말을 쉽게도 던질까?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젠더권력에 숨어버릴 수 있을까? 피해자와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사회는 왜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고 있을까? 혹은 동조하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본군 위안부 그리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수많은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는 여성폭력을 마주할 때면 저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그리고 무력감, 슬픔, 절망, 분노는 켜켜이 쌓여 저를 지금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다른 여성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용기 낸 사람들이 공격받고 상처 입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두려움 속에 벌벌 떨거나 수치심에 숨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피해자에 연대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하루 빨리 수요시위의 마지막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매주 커져만 가는 수요시위의 회차를 볼 때면 그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회피, 방관에 화가 납니다. 광장의 힘으로 만든 새 정부에서는 꼭 일본군성노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긴 세월동안 수요시위를 지켜온 동지들이 있기에 또 힘을 얻습니다. 일본군성노예 사죄와 여성해방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연대발언_최윤이(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대표 최윤이입니다.
오늘로 수요시위가 1710차를 맞이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 저는 이 자리에서 사회를 맡았습니다. 그때 저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원 교육을 수료하던 중이었습니다. 피해자의 곁에 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배워가던 시간이었고, 수요시위 사회는 그 배움을 실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발언자로 다시 이 자리에 선 지금, 저는 수요시위가 단지 과거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도 싸워야 하는 살아 있는 정치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공식 사죄도, 법적 배상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를 침묵시키며, 국제사회의 기억으로부터 삭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전쟁에 이용한 성폭력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여성의 몸은 늘 점령당하는 전쟁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전시 성폭력을 제도화한 국가범죄였습니다. 여성의 몸이 ‘사기 진작’이라는 명목으로 동원되고, 여성의 고통이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정당화되었던 구조는, 오늘날에도 우크라이나, 미얀마,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비단 일본과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전쟁이 발생하고 있는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한 걸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침묵하거나 타협합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제 그만하자”, “피곤하다”는 말들이 들립니다. 오늘도 바로 옆에서 혐오 세력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있지만 경찰은 아무런 제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역사 청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전쟁 성폭력을 막기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고통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조화되고 은폐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젠더 권력과 전쟁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전범국가로서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과 사죄를 하십시오.
우리는 한국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굴욕적 외교를 중단하고, 이 문제를 유엔과 국제사회에 끝까지 제소하십시오.
기억은 저절로 남지 않습니다.
기억은 싸우는 이들의 의지로 남습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기억하고 여성의 몸을 침묵시키는 국가, 여성의 고통을 타협하는 정치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침묵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정치적 결단이,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폭력이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 투쟁의 길에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임효빈(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안녕하세요.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임효빈입니다.
며칠 전 전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주 풍남문 광장 한 편에는 세월호 분향소와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있었고, 중앙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가 있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로 발생했음에도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공권력의 움직임 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로 한 광장에 존재하는 모습이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현실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답을 기다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 광장에서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단순히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활동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 용기 있는 증언은 성폭력이 개인의 수치가 아니라 권력과 제도가 만든 범죄라는 것을 세상에 처음으로 외친 선언이었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냈습니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려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학생으로서 이 자리에 선 이유도 현 세대가 마주한 현실이 30년 전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이에 목소리를 내면 예민하다고 비난 당하는 현실 말입니다. "너 페미냐?"라는 말이 공격의 언어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수많은 여성 혐오가 젠더 갈등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으로 분명하게 심지를 세우는 일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님을 알기에 앞서 구조적 폭력에 맞서 싸웠던 활동가들의 뒤를 이어 저도 목소리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듣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정치권은 이제 변명을 그만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성차별 없는 세상,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저 또한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강태성(배봉기의 평화)
안녕하세요. 저희는 ‘배봉기의 평화’에서 활동하는 우준하, 강태성, 김가연, 현지민입니다. ‘배봉기의 평화‘는 한국 사회에서 잊혀진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 배봉기 선생님을 기억하고 재일동포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 번영을 꿈꿉니다
우리는 7월4일부터 10일까지 재일한국청년동맹(이하 ‘한청’)의 초청을 받아 오사카 간사이 지역 평화기행에 다녀왔습니다. 한청의 초청으로 함께한 여정에서 우리는 단지 과거의 흔적만을 본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재일동포 청년들과 ‘만나고’, ‘함께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선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조선시장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지금은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곳은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재일동포들이 삶을 꾸려온,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코리아타운박물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어로 발행된 신문, 해방 직후의 조선시장 변화 등 중요한 기록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장은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 갈등의 그림자도 함께 품고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협정 영주권 신청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동시에 게시되었던 장면은, 서로 다른 사상이 충돌하면서도 공존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조선시장은 일본 땅 위에 놓인 ‘작은 분단’이자, 동시에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간직한 장소였습니다.
이후 한청과의 교류회에서는 다양한 재일동포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총련계 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분, 한국 국적을 가진 분, 부모 세대의 이념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느낀 건, 국적이나 이념을 넘어선 깊은 공감과 연결감이었습니다. 언어가 통하고, 역사를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시간은 분단을 넘어서는 ‘작은 통일’의 순간이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이념’보다 ‘인권’과 ‘연대’의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보다는 외교적 셈법을 우선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정의로운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남북 관계의 회복과 동아시아 평화 또한 그런 연대 속에서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배봉기의 평화’는 재일동포와 굳건히 연대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분단을 넘어서는 평화의 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일한국청년동맹 동포 여러분, 소중한 여정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171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주관은 서울여성회&서페대연에서 주관하였고 사회는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님이 보았습니다.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들의 <바위처럼>과 <우리는 가지요>에 맞춘 힘찬 율동으로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으로 수요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여성회 회원 조혜원 님, 서페대연 회원 전수진 님, 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최윤이 님,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회원 임효빈 님, 배봉기의 평화 강태성 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노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여성회 민중가요 노래패 <이음>에서 <그날이 오면>, <처음처럼> 노래 두 곡을 멋진 목소리로 불러 주셨습니다.
서울여성회 회원 이수정 님, 조혜림 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며 1710차 정기 수요시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주관단체인 서울여성회&서페대연 외에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여고성조선하청지회,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준), 박의선, 동해시 평화나비 김일하 회장,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예수성심전교수녀회, 툿찡포교베네딕도 대구 수녀회, 송경욱,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오진희, 민형근, 김동삼 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스기모도 겐지, 유현준, 이주연, 일하는 시민들의 연대 함께 노동, 배봉기의 평화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조안구달, Sung Park(시애틀늘푸른연대), Goo Lee(시애틀늘푸른연대),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RS0 K, 한HAN, B.B J, 지수, 워터비스트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수어 통역은 현서영 님이,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171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전 세계가 극우의 주류화, 주류의 극우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이민자 배척, 여성과 소수자 혐오발언으로 극우를 선동하는 자가 또 대통령이 되자, 미국 내 일상의 검열과 민간인 탄압이 가히 전체주의 국가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주권 침해 수준의 통상압박과 부당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가히 제국주의 황제를 연상케 합니다.
극우 성향의 아베정권 이후 우경화의 길을 걸어 온 일본의 정치지형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7월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대신 참정당이 15석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를 구호로 내걸며 외국인혐오를 선동한 극우 정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파에 속한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센 상황이고 극우적 인사가 총리가 될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빛의 혁명’으로 겨우 극우·내란 세력을 진압했지만, 일제시기부터 성장한 원조 극우, 파워엘리트 집단에 더해 사이비개신교 아스팔트 극우의 준동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한국계 극우 인사를 초대해 가히 종교적 제례에 가까운 행사를 치루며 한미 극우연대를 과시했습니다. 분배정의를 반대하고, 내란세력 옹호, ‘빨갱이 처단’, 외국인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혐오·차별을 당당히 주장하는 자들에 영향 받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극우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030 남성의 극우 비율이 전체 국민의 2.5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극우적 사고관을 가진 자가 이재명 정부 내에도 포진해 있어 충격을 준 바 있으며, 국민의 힘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추천한 두 명의 위원 또한 유사한 결을 가진 자들로 밝혀져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들과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모욕하고 공격해 온 자들의 망동도 끝날 줄을 모릅니다. 이들로부터 오랜 세월 평화의소녀상을 지켜온 반일행동이 이제 집회를 접는다고 하자, 기세등등 자신들의 자리를 되찾았다며 큰소리치는 극우 인사들의 패악질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입니까.
정부의 인사는 메시지입니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발신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입니다. 부디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인사를 통해 반헌법, 반민주, 반역사, 반인권적 행위를 엄단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길 바랍니다. 전 세계 극우화의 물결을 거스르며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을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5년 7월 23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조혜원(서울여성회 회원)
안녕하십니까, 서울여성회 활동가 조혜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광장과 거리에서 지난 상반기를 보냈던 페미니스트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수요시위는 여성에 대한 국가폭력과 전쟁범죄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투쟁이며, 말할 수 없었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공간이고, 그 침묵의 강요에 맞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역사를 세우는 자리입니다. 그런 수요시위가 오히려 모욕과 방해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요시위가 반대집회 쪽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한 모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이 적극 개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민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용납되어선 안 될 혐오 발언을 감내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 결정이 있기까지는
거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이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목받든 무시당하든, 그 자리를 비우지 않고 버틴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의 상식과 최소선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제가 보낸 지난 12월부터 6월까지의 시간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선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노골적인 여성혐오 발언이 터졌을 땐, 더 이상 이러한 여성혐오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준석 선거캠프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거리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게 되었고 당일에 처음 만나 함께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던 한 참여자 분께서는 “혼자 있었다면 그저 무력하게 티비를 보고 열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 같이 싸우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어 용기낼 수 있게 되었다”며 페미니스트로서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하셨습니다.
작년 여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터졌을 때에는 주변 여성 지인들의 사진을 합성해 ‘능욕방’을 만드는 가해자들을 향해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강남역에 11주동안 모였습니다.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며, 피해자는 능욕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외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성들이 범죄가 두려워 자신의 사진을 sns에서 내리고, 피해를 입어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무력하게 있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선언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역사부정, 여성에 대한 침묵 강요, 피해자에게 ‘말하지 말라’고 손가락질해온 이 사회의 구조는 지금도 여성의 분노를 비난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도 이렇게 그 광장과 거리를 이어가고 지켜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탄핵 이후 우리는 또다시 광장에 남겨졌다고 말하지만, 저는 광장에 남겨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지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주도했느냐’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누가 끝까지 지켰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최소선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구호)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전수진(서페대연 회원)
안녕하십니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서페대연 활동가 전수진입니다. 저는 대학생 페미니스트로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사죄와 여성 폭력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저의 첫 수요시위는 지난 1700차 수요시위였습니다. 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그날의 감각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극우 세력이 수요시위 내내 어떤 행태를 부리는지 익히 들어왔지만 그 모습을 실제로 목도하니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고 이옥선 선생님 의 추모 행사도 함께 하고 있었는데 묵념을 하는 동안에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뱉어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정말 화만 났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들의 발언을 들어왔을 동지들을 생각하니 그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생존자 선생님들을 향한 모욕적인 비난의 말들이 지금의 여성폭력과도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처음 여성운동 활동을 시작하게 됐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들에게서 원인을 찾고 피해자 탓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하는 사회가 원망스럽고 미웠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에게 당신이 문제라며, 잠자코 있으라며 참 쉽게 2차 가해를 합니다.
어떻게 여성을 그렇게 착취할 수 있을까? 어떻게 피해자에게 그런 모진 말을 쉽게도 던질까?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젠더권력에 숨어버릴 수 있을까? 피해자와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사회는 왜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고 있을까? 혹은 동조하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본군 위안부 그리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수많은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는 여성폭력을 마주할 때면 저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그리고 무력감, 슬픔, 절망, 분노는 켜켜이 쌓여 저를 지금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다른 여성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용기 낸 사람들이 공격받고 상처 입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두려움 속에 벌벌 떨거나 수치심에 숨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피해자에 연대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하루 빨리 수요시위의 마지막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매주 커져만 가는 수요시위의 회차를 볼 때면 그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회피, 방관에 화가 납니다. 광장의 힘으로 만든 새 정부에서는 꼭 일본군성노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긴 세월동안 수요시위를 지켜온 동지들이 있기에 또 힘을 얻습니다. 일본군성노예 사죄와 여성해방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연대발언_최윤이(정의당 페미클럽 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대표 최윤이입니다.
오늘로 수요시위가 1710차를 맞이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 저는 이 자리에서 사회를 맡았습니다. 그때 저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원 교육을 수료하던 중이었습니다. 피해자의 곁에 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배워가던 시간이었고, 수요시위 사회는 그 배움을 실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발언자로 다시 이 자리에 선 지금, 저는 수요시위가 단지 과거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도 싸워야 하는 살아 있는 정치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공식 사죄도, 법적 배상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를 침묵시키며, 국제사회의 기억으로부터 삭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전쟁에 이용한 성폭력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여성의 몸은 늘 점령당하는 전쟁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전시 성폭력을 제도화한 국가범죄였습니다. 여성의 몸이 ‘사기 진작’이라는 명목으로 동원되고, 여성의 고통이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정당화되었던 구조는, 오늘날에도 우크라이나, 미얀마,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비단 일본과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전쟁이 발생하고 있는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한 걸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침묵하거나 타협합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제 그만하자”, “피곤하다”는 말들이 들립니다. 오늘도 바로 옆에서 혐오 세력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있지만 경찰은 아무런 제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역사 청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전쟁 성폭력을 막기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고통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조화되고 은폐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젠더 권력과 전쟁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전범국가로서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과 사죄를 하십시오.
우리는 한국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굴욕적 외교를 중단하고, 이 문제를 유엔과 국제사회에 끝까지 제소하십시오.
기억은 저절로 남지 않습니다.
기억은 싸우는 이들의 의지로 남습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기억하고 여성의 몸을 침묵시키는 국가, 여성의 고통을 타협하는 정치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침묵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정치적 결단이,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폭력이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 투쟁의 길에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임효빈(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안녕하세요.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임효빈입니다.
며칠 전 전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주 풍남문 광장 한 편에는 세월호 분향소와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있었고, 중앙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가 있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로 발생했음에도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공권력의 움직임 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로 한 광장에 존재하는 모습이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현실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답을 기다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 광장에서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단순히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활동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 용기 있는 증언은 성폭력이 개인의 수치가 아니라 권력과 제도가 만든 범죄라는 것을 세상에 처음으로 외친 선언이었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냈습니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려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학생으로서 이 자리에 선 이유도 현 세대가 마주한 현실이 30년 전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이에 목소리를 내면 예민하다고 비난 당하는 현실 말입니다. "너 페미냐?"라는 말이 공격의 언어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수많은 여성 혐오가 젠더 갈등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으로 분명하게 심지를 세우는 일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님을 알기에 앞서 구조적 폭력에 맞서 싸웠던 활동가들의 뒤를 이어 저도 목소리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듣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정치권은 이제 변명을 그만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성차별 없는 세상,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저 또한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강태성(배봉기의 평화)
안녕하세요. 저희는 ‘배봉기의 평화’에서 활동하는 우준하, 강태성, 김가연, 현지민입니다. ‘배봉기의 평화‘는 한국 사회에서 잊혀진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 배봉기 선생님을 기억하고 재일동포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 번영을 꿈꿉니다
우리는 7월4일부터 10일까지 재일한국청년동맹(이하 ‘한청’)의 초청을 받아 오사카 간사이 지역 평화기행에 다녀왔습니다. 한청의 초청으로 함께한 여정에서 우리는 단지 과거의 흔적만을 본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재일동포 청년들과 ‘만나고’, ‘함께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선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조선시장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지금은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곳은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재일동포들이 삶을 꾸려온,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코리아타운박물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어로 발행된 신문, 해방 직후의 조선시장 변화 등 중요한 기록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장은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 갈등의 그림자도 함께 품고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협정 영주권 신청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동시에 게시되었던 장면은, 서로 다른 사상이 충돌하면서도 공존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조선시장은 일본 땅 위에 놓인 ‘작은 분단’이자, 동시에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간직한 장소였습니다.
이후 한청과의 교류회에서는 다양한 재일동포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총련계 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분, 한국 국적을 가진 분, 부모 세대의 이념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느낀 건, 국적이나 이념을 넘어선 깊은 공감과 연결감이었습니다. 언어가 통하고, 역사를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시간은 분단을 넘어서는 ‘작은 통일’의 순간이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이념’보다 ‘인권’과 ‘연대’의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보다는 외교적 셈법을 우선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정의로운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남북 관계의 회복과 동아시아 평화 또한 그런 연대 속에서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배봉기의 평화’는 재일동포와 굳건히 연대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분단을 넘어서는 평화의 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일한국청년동맹 동포 여러분, 소중한 여정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