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교회협 여성위원이며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이신 안미정 목사님의 성명서 낭독 후 156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여성교회, 자립지지 공동체, 난민 안전 연구소,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 대학생 겨레하나,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청년 겨레하나, 평화나비 네트워크, 독일 Art5 대표 유재현, 광주 갤러리 포도나무 대표 정현주, MAKI KIMURA(영국 UCL 대학 교수), 기독여민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천주의성요한수도회 외 여러 단체, 개인이 참가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는 알마즈,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조안구달, 투어이브, 이원석, 서유리아, Woohee Kim, 주혜나, Oh보스, 김수정, Wa Woo, Byung Hee Lee(호주 시드니), 김춘식, GY, Jacques 님이 참가하였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수요시위
#수요시위_30년
#일본정부_공식사죄_법적배상하라
#역사부정_중단하고_수요시위에_대한_공격을_멈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1562차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엊그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평화의소녀상 공원 설치를 위한 마지막 공청회가 열렸다. 자유와 평등, 독립의 상징이자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고 주변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가슴 벅찬 기획의 일환이다. 지난 수년간 현지 한인들과 평화·인권·반차별 소수자 단체와 예술가들이 연대해 차분히 밟아온 지난한 절차가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10월 12일 최종 투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놀랍게도 한미일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총집결했다. 미국 글렌데일 소녀상에 봉투를 씌우고 혐오발언을 일삼아 온 일명 ‘텍사스 오야지’ 미국계 극우 유튜버 토니 마라노, 독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철거 시위를 한 한국의 이우연과 일본계 미국인 요시다 겐지 등이다. 기가 막힌 일은 한국 시민단체의 탈을 쓴 이들이 일본 단체와 결합해 소녀상을 한일갈등의 상징으로 둔갑시켜 설치 반대의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이다. 여론을 흔드는 이들의 방해로 자칫 최종 투표마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너무도 참담하다.
그럼에도 음해와 공격, 증오와 혐오는 연대와 사랑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오랫동안 평화인권운동을 펼쳐 온 해외 한인들과 필라델피아 소녀상공원추진위원회 조신주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시민들은 식민지, 제국주의, 전쟁과 착취, 인종차별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 행위를 종식시키려는 시민들의 마음이 평화의소녀상 공원 추진 배경임을 환기했다. 소녀상이 한일 간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와 증오범죄,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세상을 바꾼 역사를 기억하는 일임을,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기도임을, 미국의 문제이자 전 세계의 문제를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연대의 발로임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회정의교육재단 손성숙 대표와 독일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등은 어느 사회나 과거에 대한 직시가 보다 나은 미래로 가는 토대이자 평화와 인권의 초석임을 역설했다.
국내외 시민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쟁투에 삶을 헌신하는 사이 한국의 언론은 침묵했고 한국정부도 외면했다. 가해국의 식민지 전쟁범죄 인정과 진정한 사죄를 바랐던 피해생존자들의 희망,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미래세대가 살길 바랐던 그 바람은 지속적으로 짓밟혔고, 거짓 ‘화해’와 ‘미래’라는 미명으로 ‘갈등’과 ‘과거’에 속박되었다. 가해국이 피해국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 어깃장 놓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한국정부는 동분서주 가해국이 원하는 해법을 모색하며 만남을 구걸하는 굴욕외교, 자해외교를 자행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공표했다가 ‘결정된 바 없다,’ ‘불쾌하다’는 일본 총리의 반응이 언론을 뒤덮는 대참사마저 일으켰다. 심지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커녕 자국의 야당도 반대하는 국장에 참석하려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 독립 77주년에도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난 세월 무수한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며 세상을 변화시켜온 피해생존자들을 기억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뽑혀도 또 씨를 뿌리고 짓밟혀도 또 일어났던 선조들처럼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잊지 않고 이어가길, 그래서 마침내 인종이나 성별, 국적이나 계층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 수 있길 꿈꾸며 기억의 씨앗을 뿌리며 연대의 뿌리를 지키고 넓혀나갈 것이다. 그 길에 많은 시민들이 손잡고 동참해 주실 것을 믿는다.
2022년 9월 21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오예린 (대학생겨레하나)
윤석열 정부는 지금 마음이 참 별로겠습니다.
이전부터 한일합의는 공식합의이다, 현금화에 대해 한국이 방법을 찾겠다. 지소미아 정상화 하겠다 등등 우리 국민을 뒤로하고 목매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었으니까요. 심지어 한일 정상회담의 일정 조율 중이라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일방적 발표에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며 불쾌감까지 드러냈습니다. 제 얼굴이 다 붉어지는 기분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는 이걸로도 모자라서, 역사왜곡을 일삼고 수출규제에 평화헌법까지 개정하려했던 아베의 외교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아베 국가장에 대표단까지 파견한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법적근거도 전혀 없고, 역사의식도 없으며, 일본 국민도 반대하는 아베 국가장에 우리가 대표단까지 보내며 친선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일본을 향한 짝사랑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굴욕적이고 굴종적인 외교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일본과의 관계회복에 필요한 것은 일본정부의 입맛에 맞춰 시중드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사죄를 요구하고 역사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제발 더이상 국민을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일본은 공식사죄, 법적 배상하라!
한국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
연대발언_김민서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여성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자원활동가 김민서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한 역무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동료 남성 근무자로, 같은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던 중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직위 해제된 바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3년 간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했었고 스토킹처벌법으로 법정에 구속된 전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가해자는 보복성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전인 7월 15일에는 인하대학교에서 남학생이 동급 학생을 강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닙니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의미를 넘어 위계적 젠더질서에서 남성(성)의 권력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기제가 되는 폭력(이나영・허민숙, 2014: 282~83)”으로 젠더폭력이며,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적 살해라는 점에서 페미사이드입니다. 제가 수요시위에서 페미사이드 사건을 말하는 이유는 젠더의 차원을 고려했을 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젠더 폭력은 구조의 문제이며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에 더욱 취약하고,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문화와 가부장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없다면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글과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시민의 말을 듣고 그들의 삶과 진실에 가닿으려는 노력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생존자 할머니분들을 직접 뵌 적도 없고 그 시절을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기록된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접하며 단지 지금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정권기를 겪어본 적 없습니다. 그 시절을 살아내 온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 경합하는 재현과 비재현 사이 사회 정의와 민주 가치를 대변하는 것들을 통해 역사를 상상해볼 뿐입니다. 그것이 과연 제가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말들과 자의적이고 의도적인 자료 해석, 텍스트에 매몰된 현실 인식에서 어떤 사실이라 주장되는 것은 만들어집니다. 직접 경험해야만, 직접 들어봐야만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영영 불가능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삶과 만나는 것,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와 대화하는 것, 한 번도 찾아본 적 없는 기록물들에 말을 건네는 것, 그렇게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 그 모든 것에서 진실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일본군성노예자 피해자였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신당역과 인하대, 강남역의 피해자였을 수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가 될 수 없고 되지 않은 모든 여성의 삶이 나라는 여성 개인의 삶은 물론 그와 함께 사는 동료 남성 시민과 모든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개인 또는 단체 간 갈등의 상황이 아닌 구조적 모순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친일 대 반일, 남성 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의 배경과 맥락, 구조와 역사를 들여다보아 누군가의 삶과 목소리를 소거하는 행위에 저항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가 없던 세상을 더듬어보고 진실에 한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공부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권력의 그물망을 해부하고 성폭력 시스템의 조직성, 체계성을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그건 우리의 피해를 부각하기 위함이 아닌 민주적 공동체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구성할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용기를 준 여성들의 삶처럼 내 삶도 다른 여성들의 용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공부하고 말하고 쓰고 행동합니다.
156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는 교회협 여성위 부위원장 최은영 목사님이 보았습니다.
정의연 활동가들의 신나는 율동과 함께 여는 공연 <바위처럼> 후 교회협 여성위원장 최소영 목사 님의 주관단체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의 주간보고 후 할머니의 삶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강제로 끌려간 군위안부들 4 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에서 발췌한 김영자 할머니의 삶을 정의연 지우 활동가가 읽었습니다.
다음으로 참가단체 소개와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오예린(대학생겨레하나), 김민서(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자원활동가) 님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회협 여성위원이며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이신 안미정 목사님의 성명서 낭독 후 156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여성교회, 자립지지 공동체, 난민 안전 연구소,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 대학생 겨레하나,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청년 겨레하나, 평화나비 네트워크, 독일 Art5 대표 유재현, 광주 갤러리 포도나무 대표 정현주, MAKI KIMURA(영국 UCL 대학 교수), 기독여민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천주의성요한수도회 외 여러 단체, 개인이 참가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는 알마즈,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조안구달, 투어이브, 이원석, 서유리아, Woohee Kim, 주혜나, Oh보스, 김수정, Wa Woo, Byung Hee Lee(호주 시드니), 김춘식, GY, Jacques 님이 참가하였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수요시위
#수요시위_30년
#일본정부_공식사죄_법적배상하라
#역사부정_중단하고_수요시위에_대한_공격을_멈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1562차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엊그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평화의소녀상 공원 설치를 위한 마지막 공청회가 열렸다. 자유와 평등, 독립의 상징이자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우고 주변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가슴 벅찬 기획의 일환이다. 지난 수년간 현지 한인들과 평화·인권·반차별 소수자 단체와 예술가들이 연대해 차분히 밟아온 지난한 절차가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10월 12일 최종 투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놀랍게도 한미일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총집결했다. 미국 글렌데일 소녀상에 봉투를 씌우고 혐오발언을 일삼아 온 일명 ‘텍사스 오야지’ 미국계 극우 유튜버 토니 마라노, 독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철거 시위를 한 한국의 이우연과 일본계 미국인 요시다 겐지 등이다. 기가 막힌 일은 한국 시민단체의 탈을 쓴 이들이 일본 단체와 결합해 소녀상을 한일갈등의 상징으로 둔갑시켜 설치 반대의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이다. 여론을 흔드는 이들의 방해로 자칫 최종 투표마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너무도 참담하다.
그럼에도 음해와 공격, 증오와 혐오는 연대와 사랑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오랫동안 평화인권운동을 펼쳐 온 해외 한인들과 필라델피아 소녀상공원추진위원회 조신주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시민들은 식민지, 제국주의, 전쟁과 착취, 인종차별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 행위를 종식시키려는 시민들의 마음이 평화의소녀상 공원 추진 배경임을 환기했다. 소녀상이 한일 간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와 증오범죄,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세상을 바꾼 역사를 기억하는 일임을,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기도임을, 미국의 문제이자 전 세계의 문제를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연대의 발로임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회정의교육재단 손성숙 대표와 독일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등은 어느 사회나 과거에 대한 직시가 보다 나은 미래로 가는 토대이자 평화와 인권의 초석임을 역설했다.
국내외 시민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쟁투에 삶을 헌신하는 사이 한국의 언론은 침묵했고 한국정부도 외면했다. 가해국의 식민지 전쟁범죄 인정과 진정한 사죄를 바랐던 피해생존자들의 희망,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미래세대가 살길 바랐던 그 바람은 지속적으로 짓밟혔고, 거짓 ‘화해’와 ‘미래’라는 미명으로 ‘갈등’과 ‘과거’에 속박되었다. 가해국이 피해국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 어깃장 놓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한국정부는 동분서주 가해국이 원하는 해법을 모색하며 만남을 구걸하는 굴욕외교, 자해외교를 자행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공표했다가 ‘결정된 바 없다,’ ‘불쾌하다’는 일본 총리의 반응이 언론을 뒤덮는 대참사마저 일으켰다. 심지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커녕 자국의 야당도 반대하는 국장에 참석하려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 독립 77주년에도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난 세월 무수한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며 세상을 변화시켜온 피해생존자들을 기억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뽑혀도 또 씨를 뿌리고 짓밟혀도 또 일어났던 선조들처럼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잊지 않고 이어가길, 그래서 마침내 인종이나 성별, 국적이나 계층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 수 있길 꿈꾸며 기억의 씨앗을 뿌리며 연대의 뿌리를 지키고 넓혀나갈 것이다. 그 길에 많은 시민들이 손잡고 동참해 주실 것을 믿는다.
2022년 9월 21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오예린 (대학생겨레하나)
윤석열 정부는 지금 마음이 참 별로겠습니다.
이전부터 한일합의는 공식합의이다, 현금화에 대해 한국이 방법을 찾겠다. 지소미아 정상화 하겠다 등등 우리 국민을 뒤로하고 목매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었으니까요. 심지어 한일 정상회담의 일정 조율 중이라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일방적 발표에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며 불쾌감까지 드러냈습니다. 제 얼굴이 다 붉어지는 기분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는 이걸로도 모자라서, 역사왜곡을 일삼고 수출규제에 평화헌법까지 개정하려했던 아베의 외교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아베 국가장에 대표단까지 파견한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법적근거도 전혀 없고, 역사의식도 없으며, 일본 국민도 반대하는 아베 국가장에 우리가 대표단까지 보내며 친선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일본을 향한 짝사랑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굴욕적이고 굴종적인 외교를 당장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일본과의 관계회복에 필요한 것은 일본정부의 입맛에 맞춰 시중드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사죄를 요구하고 역사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제발 더이상 국민을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일본은 공식사죄, 법적 배상하라!
한국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
연대발언_김민서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여성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자원활동가 김민서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한 역무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동료 남성 근무자로, 같은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던 중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직위 해제된 바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3년 간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했었고 스토킹처벌법으로 법정에 구속된 전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가해자는 보복성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전인 7월 15일에는 인하대학교에서 남학생이 동급 학생을 강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닙니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의미를 넘어 위계적 젠더질서에서 남성(성)의 권력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기제가 되는 폭력(이나영・허민숙, 2014: 282~83)”으로 젠더폭력이며,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적 살해라는 점에서 페미사이드입니다. 제가 수요시위에서 페미사이드 사건을 말하는 이유는 젠더의 차원을 고려했을 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젠더 폭력은 구조의 문제이며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에 더욱 취약하고,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문화와 가부장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없다면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글과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시민의 말을 듣고 그들의 삶과 진실에 가닿으려는 노력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생존자 할머니분들을 직접 뵌 적도 없고 그 시절을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기록된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접하며 단지 지금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정권기를 겪어본 적 없습니다. 그 시절을 살아내 온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 경합하는 재현과 비재현 사이 사회 정의와 민주 가치를 대변하는 것들을 통해 역사를 상상해볼 뿐입니다. 그것이 과연 제가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말들과 자의적이고 의도적인 자료 해석, 텍스트에 매몰된 현실 인식에서 어떤 사실이라 주장되는 것은 만들어집니다. 직접 경험해야만, 직접 들어봐야만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영영 불가능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삶과 만나는 것,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와 대화하는 것, 한 번도 찾아본 적 없는 기록물들에 말을 건네는 것, 그렇게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 그 모든 것에서 진실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일본군성노예자 피해자였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신당역과 인하대, 강남역의 피해자였을 수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가 될 수 없고 되지 않은 모든 여성의 삶이 나라는 여성 개인의 삶은 물론 그와 함께 사는 동료 남성 시민과 모든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개인 또는 단체 간 갈등의 상황이 아닌 구조적 모순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친일 대 반일, 남성 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의 배경과 맥락, 구조와 역사를 들여다보아 누군가의 삶과 목소리를 소거하는 행위에 저항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가 없던 세상을 더듬어보고 진실에 한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공부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권력의 그물망을 해부하고 성폭력 시스템의 조직성, 체계성을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그건 우리의 피해를 부각하기 위함이 아닌 민주적 공동체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구성할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용기를 준 여성들의 삶처럼 내 삶도 다른 여성들의 용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공부하고 말하고 쓰고 행동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