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여성인권연대(두레방, (사)햇살사회복지회,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경기여성연대(두레방, 씨알여성회, 포천가족성상담센터, (사)햇살사회복지회, 동두천성폭력상담소,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연천행복뜰상담소, 연천여성연대, 호박넝쿨)는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미군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하였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및 활동가들도 현장에서 함께하며, 대법원과 국회가 기지촌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고한 침묵의 벽을 뚫고 사회적 낙인을 벗어 던지며 대한민국 정부에 법적 책임을 당당히 물은 여성들이 있다. 가족과 주변인들, 세상의 손가락질과 사회적 배제를 딛고 진상규명과 책임인정을 요구한 여성들이 있다.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의해, 군사주의 발전국가 시스템에 의해, 때로는 안보라는 미명으로 때로는 경제발전의 명목으로 착취당하고 감금당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한 고통스러운 경험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며, 범죄행위에 본의 아니게 공모했거나 역사적 진실을 외면해 온 수많은 사람들을 각성시킨 여성들이 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라 불린 여성들이다.
이들은 ‘미군 위안부’ 제도를 만들고 여성들을 ‘외화벌이로 이용하면서 철저히 관리’한 한국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역사적 사실과 피해를 명확하게 밝히고 법적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2014년 6월 25일,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2017년 1월 20일, 부분 승소한 1심 판결에 이어, 2018년 2월 8일, 2심 판결이 있었다. 서울 고등법원 민사22부는 “국가의 기지촌 운영·관리 과정에서 기지촌 위안부였던 원고들을 상대로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와 위법한 강제 격리수용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원고들 전원(그간 5분이 돌아가셔서 2심 당시에는 117명만 생존해 계심)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다.
기지촌 성매매 운영, 관리, 정당화 과정에 국가가 개입했고, 이로 인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으며,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인권가치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자발과 강제’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을 넘어 성매매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구조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피해자 유책론, 순결한 피해자상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성폭력이 심각한 가부장적 한국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려 준 선제적 판결이었다. 특히 조직적으로 말소된 기록물이 아니라 피해당사자의 체험에 기반한 증언이 주요한 입증 자료로 채택되었다는 점,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수많은 국내외 시민들도 인용하고 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된 지 8년이 되었지만 대법원 판결은 마냥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원고는 총 111명으로 줄어 들었다. 한국 대법원은 고령화되고 있는 피해당사자들이 사회적 멍에와 낙인을 진 채 세상을 등지기만을 기다리는가. 언제까지 국가가 저지른 잘못으로 피해자가 침묵하며 어둠 속에 갇혀 유령처럼 살아야 하는가. 자국이 저지른 잘못하나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타국의 잘못을 따질 수 있는가.
해결되지 못한 역사적 과오는 손바닥으로 가려지지도 흔적 없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짐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다시는 유사한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만이 미래세대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자유, 평등, 인권,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대법원은 조속히 피해자 앞에 정의의 등불을 밝혀야 할 것이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별개가 아니다. 그 뿌리에는 일제에 의한 성노예제의 역사가 있다. 한국에는 이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들이 존재한다.
정의기억연대는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이 규명되고, 재발방지책이 법적·제도적으로 확립되어 피해자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22년 6월 23일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위안부 소송의 조속한 대법판결과 입법을 촉구한다.
대법원과 국회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라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버려진” 존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당당한 한 여성인격체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원고 박00).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 일환으로 1945년 9월 8일에 한반도 이남에 진주한 주한미군은 주둔지 주변에 기지촌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군사안보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고 있고, 특히 1968년 닉슨 독트린 발표 이후 주한미군 철수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국가안보의 미명 하에 ‘기지촌 정화대책’을 수립· 실행하여 법률상 금지된 성매매를 정당화· 조장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정부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표면상으로는 ‘산업역군,’ ‘민간외교관,’ ‘애국자’로 치켜 세우면서,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을 위해 이들의 몸을 직접 통제· 관리하였습니다. 국가가 포주였습니다.
이는 헌법상 명시된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가 저버린 행위였습니다. 설사 개인이 포기하더라도 국가가 지켜 주어야 하는 것이 인권입니다.
피해자의 침묵으로 유지되는 국가안보는 무의미합니다. 122명의 피해 생존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2014년 6월 25일에 국가를 상대로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2년 7개월 만인 2017년 1월 20일에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 인정하였습니다. 국가가 국민들 보호할 의무를 포기하고, 주한미군과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지촌 조성과 관리를 주도하였으며, 구체적으로 낙검자 강제수용소 설치 등 여성들을 미군 성노예로 내몰았음을 인정하는 판결이었습니다.
2018년 2월 8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애국교육 실시,’ ‘위법한 절차에 따른 조직적· 폭력적 성병치료와 성병 관리,’ 등 피고인 국가가 적극적· 능동적으로 기지촌을 운영· 관리한 주체로, 원고들의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하여 원고 전원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송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122명의 원고 중 일부가 사망하셨고, 최근 3개월 사이에도 3명이 유명을 달리하셔서 현재 원고는 총 111명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2019년 6월에는 원고들과 현장단체가 “지난한 소송에 마침표를 찍어 달라”는 취지로 작성한 조속한 대법원 판결 요구 탄원서가 제출되었고, 같은 취지로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이름으로 2020년 11월과 2021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에 공문을 접수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법원은 최종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현장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2020년 4월 29일에 경기도 의회에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고, 이어서 6월 22일에는 파주시 의회에서도 유사 조례가 통과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위 조례를 시행할 의무가 있는 경기도 행정담당 부서는 1) 상위법 부재, 2) 대법원 판결 부재, 3) 피해자성 기준 모호, 4) 수급중복 등의 우려를 이유로, 조례에 근거하여 합법적으로 출범한 ‘기지촌여성지원위원회’의 지원 관련 결정 안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19대와 20대에 이어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여가위 상임위에 상정되어 있습니다만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안심사소위도 개최되지 못하고 있고, 윤석열 행정부 하에서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으로 법안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우리 참가자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습니다. 현재 원고들은 대부분 70∼80 대 고령의 나이로, 오랜 세월 미군위안부 피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 원고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미군위안부들이 생활고와 질병 등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지금 이 땅, 군사화되고 분단된 한반도의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기지촌 미군 ‘위안부’ 생존자들은 조속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 여성들은 지체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과 무책임하게 방기되고 있는 국회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대법원과 국회가 본연의 책임을 다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두레방, (사)햇살사회복지회,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경기여성연대(두레방, 씨알여성회, 포천가족성상담센터, (사)햇살사회복지회, 동두천성폭력상담소,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연천행복뜰상담소, 연천여성연대, 호박넝쿨)는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미군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하였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및 활동가들도 현장에서 함께하며, 대법원과 국회가 기지촌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촉구 기자회견
1. 일시 : 2022년 6월 23일(목). 오전 11시
2. 장소 : 국회 정문 앞
3. 주최/주관 :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경기여성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현장상담센터협의회, 기지촌 문제 연구자들
4. 식순 : 사회(안김정애/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1) 경과보고 및 인사말 : 우순덕(기지촌여성인권연대 상임대표)
2) 발언
- 원고인 : 두레방 1인, 햇살사회복지회 1인
- 국 회 : 정춘숙 의원
- 소송대리인 : 하주희(법무법인 율립 대표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 연구자 :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연대단체 : 오영미(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
3) 성명서 낭독 : 김은진(두레방 원장)
4) 질의/응답
5) 광고 및 폐회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기자회견 연대 발언문
공고한 침묵의 벽을 뚫고 사회적 낙인을 벗어 던지며 대한민국 정부에 법적 책임을 당당히 물은 여성들이 있다. 가족과 주변인들, 세상의 손가락질과 사회적 배제를 딛고 진상규명과 책임인정을 요구한 여성들이 있다.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의해, 군사주의 발전국가 시스템에 의해, 때로는 안보라는 미명으로 때로는 경제발전의 명목으로 착취당하고 감금당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한 고통스러운 경험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며, 범죄행위에 본의 아니게 공모했거나 역사적 진실을 외면해 온 수많은 사람들을 각성시킨 여성들이 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라 불린 여성들이다.
이들은 ‘미군 위안부’ 제도를 만들고 여성들을 ‘외화벌이로 이용하면서 철저히 관리’한 한국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역사적 사실과 피해를 명확하게 밝히고 법적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2014년 6월 25일,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2017년 1월 20일, 부분 승소한 1심 판결에 이어, 2018년 2월 8일, 2심 판결이 있었다. 서울 고등법원 민사22부는 “국가의 기지촌 운영·관리 과정에서 기지촌 위안부였던 원고들을 상대로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와 위법한 강제 격리수용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원고들 전원(그간 5분이 돌아가셔서 2심 당시에는 117명만 생존해 계심)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다.
기지촌 성매매 운영, 관리, 정당화 과정에 국가가 개입했고, 이로 인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으며,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인권가치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자발과 강제’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을 넘어 성매매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구조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피해자 유책론, 순결한 피해자상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성폭력이 심각한 가부장적 한국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려 준 선제적 판결이었다. 특히 조직적으로 말소된 기록물이 아니라 피해당사자의 체험에 기반한 증언이 주요한 입증 자료로 채택되었다는 점,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수많은 국내외 시민들도 인용하고 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된 지 8년이 되었지만 대법원 판결은 마냥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원고는 총 111명으로 줄어 들었다. 한국 대법원은 고령화되고 있는 피해당사자들이 사회적 멍에와 낙인을 진 채 세상을 등지기만을 기다리는가. 언제까지 국가가 저지른 잘못으로 피해자가 침묵하며 어둠 속에 갇혀 유령처럼 살아야 하는가. 자국이 저지른 잘못하나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타국의 잘못을 따질 수 있는가.
해결되지 못한 역사적 과오는 손바닥으로 가려지지도 흔적 없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짐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다시는 유사한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만이 미래세대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자유, 평등, 인권,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대법원은 조속히 피해자 앞에 정의의 등불을 밝혀야 할 것이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별개가 아니다. 그 뿌리에는 일제에 의한 성노예제의 역사가 있다. 한국에는 이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들이 존재한다.
정의기억연대는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이 규명되고, 재발방지책이 법적·제도적으로 확립되어 피해자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22년 6월 23일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위안부 소송의 조속한 대법판결과 입법을 촉구한다.
대법원과 국회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라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버려진” 존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당당한 한 여성인격체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원고 박00).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 일환으로 1945년 9월 8일에 한반도 이남에 진주한 주한미군은 주둔지 주변에 기지촌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군사안보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고 있고, 특히 1968년 닉슨 독트린 발표 이후 주한미군 철수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국가안보의 미명 하에 ‘기지촌 정화대책’을 수립· 실행하여 법률상 금지된 성매매를 정당화· 조장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정부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표면상으로는 ‘산업역군,’ ‘민간외교관,’ ‘애국자’로 치켜 세우면서,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을 위해 이들의 몸을 직접 통제· 관리하였습니다. 국가가 포주였습니다.
이는 헌법상 명시된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가 저버린 행위였습니다. 설사 개인이 포기하더라도 국가가 지켜 주어야 하는 것이 인권입니다.
피해자의 침묵으로 유지되는 국가안보는 무의미합니다. 122명의 피해 생존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2014년 6월 25일에 국가를 상대로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2년 7개월 만인 2017년 1월 20일에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 인정하였습니다. 국가가 국민들 보호할 의무를 포기하고, 주한미군과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지촌 조성과 관리를 주도하였으며, 구체적으로 낙검자 강제수용소 설치 등 여성들을 미군 성노예로 내몰았음을 인정하는 판결이었습니다.
2018년 2월 8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애국교육 실시,’ ‘위법한 절차에 따른 조직적· 폭력적 성병치료와 성병 관리,’ 등 피고인 국가가 적극적· 능동적으로 기지촌을 운영· 관리한 주체로, 원고들의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하여 원고 전원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송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122명의 원고 중 일부가 사망하셨고, 최근 3개월 사이에도 3명이 유명을 달리하셔서 현재 원고는 총 111명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2019년 6월에는 원고들과 현장단체가 “지난한 소송에 마침표를 찍어 달라”는 취지로 작성한 조속한 대법원 판결 요구 탄원서가 제출되었고, 같은 취지로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이름으로 2020년 11월과 2021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에 공문을 접수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법원은 최종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현장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2020년 4월 29일에 경기도 의회에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고, 이어서 6월 22일에는 파주시 의회에서도 유사 조례가 통과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위 조례를 시행할 의무가 있는 경기도 행정담당 부서는 1) 상위법 부재, 2) 대법원 판결 부재, 3) 피해자성 기준 모호, 4) 수급중복 등의 우려를 이유로, 조례에 근거하여 합법적으로 출범한 ‘기지촌여성지원위원회’의 지원 관련 결정 안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19대와 20대에 이어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여가위 상임위에 상정되어 있습니다만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안심사소위도 개최되지 못하고 있고, 윤석열 행정부 하에서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으로 법안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우리 참가자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습니다. 현재 원고들은 대부분 70∼80 대 고령의 나이로, 오랜 세월 미군위안부 피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 원고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미군위안부들이 생활고와 질병 등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지금 이 땅, 군사화되고 분단된 한반도의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기지촌 미군 ‘위안부’ 생존자들은 조속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 여성들은 지체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과 무책임하게 방기되고 있는 국회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대법원과 국회가 본연의 책임을 다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2022년 6월 23일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기지촌여성인권연대(두레방, (사)햇살사회복지회,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경기여성연대(두레방, 씨알여성회, 포천가족성상담센터, (사)햇살사회복지회, 동두천성폭력상담소,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연천행복뜰상담소, 연천여성연대, 호박넝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현장상담센터협의회, 기지촌문제 연구자들(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박정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