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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식9월 대구 이용수 할머니 방문기


그늘만큼은 시원했던 9월 26일, 감자와 도담 활동가는 대구에 계시는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러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지난 여름 너무 더워 할머니가 기력을 잃진 않으셨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장어탕과 과일을 한아름 안고서요. 할머니는 저희가 언제 올지 오매불망 기다리셨던 모양입니다. 드디어 만난 자리, 앉자마자 오늘은 몇 시에 가냐고 물으시더니 더 오래 보고 싶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할머니를 뵙는 자리인데 길어지면 저희야 기쁩니다. 흔쾌히 기차 시간을 늦추고 할머니와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아주 정정하셔서, 할머니와 만나는 일정은 꼭 밖으로 나가 멋진 풍경과 함께합니다. 이번에도 수성못이 훤히 보이는 멋진 식당에 가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했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수성못이 저녁에 얼마나 예쁜지 오늘 처음 대구를 와보는 도담 활동가에게 풍부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카페에 가서 앉아있자는 할머니의 눈이 깜빡 깜빡 졸리신 것 같아 댁으로 돌아가는게 옳을까 생각도 했지만, 놀러나온 기분을 내고 싶어하시는 마음도 알 것 같아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할머니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훤하고 뭐든 앞서 보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저(감자)는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기를 바라는 사람인데요, 할머니는 저와의 대화 몇 번 만에 너는 친구들이랑 오순도순 살면 좋겠다, 결혼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네 성격이 털털하니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겠다면서요. 저는 이런 말씀들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도담 활동가에게도 꼭 결혼할 필요는 없다면서 요즘 여성혐오 범죄가 만연해 다들 너무 무섭겠다고 걱정해주셨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할머니는 계속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해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십니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고 계속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 오래 머물겠다는 약속과 함께 기차 시간을 맞추러 나가는 길, 다시 만날 때 할머니와 나눌 다른 대화들이 궁금해집니다.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