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극단 고래 단원들께서 이육사 님의 시에 곡을 붙인 <광야>를 합창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아진, 임영원 극단 고래 단원님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1616차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사랑의 씨튼수녀회, 평화나비 네트워크,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지회, 글쓰기와 현장 수업, 광명YMCA 볍씨학교 청소년 과정 학생들, 예수성심시녀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지구촌동포연대(KIN), 네덜란드 마자, 매사추세츠 주립대 백재예, 미국 리치몬드대 몬티 다타 교수, 독일 훔볼트대 아디나, 독일 안토니아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Jacques,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ENTJA, Monica Kim, Goo Lee(미국 시애틀), Sung Park(미국 시애틀), 공존(빛고을), 임계재, 조안구달, Rebekah Jaung, sonhe Lee(사랑의 씨튼수녀회), Sunhe Kang(광주), 구름, 이원석, BOMIN KIM, Justice & Peace MJH(호주 시드니), 이지니, EDA Emerald Dental Arts(시애틀늘푸른연대), Gratia 100, 민들레처럼, 기쁨, 우순덕, Christine 님 등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161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는 10월 8일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의 오부치 총리와 “21세기의 새로운 한 · 일 파트너쉽 공동선언,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지 25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반성을 전제로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이념에 입각한 협력 관계를 양국 국민 간의 광범위한 교류와 상호 이해에 기초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며, 한반도 평화와 군축, 남북 화해와 교류, 국민의 안전과 복지, 환경 문제 등도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일본 정부는 선언의 전제와 내용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은커녕 온갖 망언과 파렴치한 행동으로 한반도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끊임없이 부정해 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인 강제동원, 일본군성노예제, 민간인 학살 등에 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국주의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 국가로 돌아가려는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방류해 양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폐기했습니다.
이에 대응해야 할 한국 정부의 태도는 참담하기만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관련 거의 유일한 공약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발전을 내세웠지만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 촉구는커녕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2015 한일합의’ 정신 준수를 수차례 강조하며, 피해국에 해법을 가져오라는 오만한 자세로 버티는 일본 정부에게 만남을 구걸하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우리 측이 파기해 국제적 신뢰관계를 해쳤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명백히 무너뜨리면서 강제동원 ‘제3자 변제’도 선언했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의 독도 인근과 부산항 인근 진출을 허용했습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반대는커녕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홍보물을 국민 혈세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문건을 54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해 세계적인 조롱거리를 자초했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자국의 피해자나 국민이 아니라,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공공연히 자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약속을 되새기며, 한반도 불법강점과 식민지배, 수많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직시하고 반성하며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굴종외교, 자해외교를 당장 중단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당당한 외교, 분단·냉전체제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양국 국민의 안녕을 희망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도 그때서야 비로소 활짝 꽃 피울 것입니다.
2023년 10월 4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박윤선, 안소진 극단 고래 단원
안녕하세요,
161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관을 맡게 된 극단 고래 단원 안소진, 박윤선입니다.
극단 고래에 입단하여 수요시위를 알게 되고, 수요시위에 나온지 벌써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수요시위에 자주 나오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0년 넘는 세월동안 매주 수요일 이곳에 나와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을 뜨겁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기본적인 사과는커녕,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잘못을 하면 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상식적인 것이며 사회적 행동의 기본입니다. 인간으로서 해야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 고통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할 같은 국민들 중 누군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거리에서 욕설과 혐오의 말을 던져대고,
얼마 전 경희대학교의 모 지식인은 자신의 왜곡된 역사관을 설파하며
피해자분들을 향해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및 공식 사죄와 배상, 피해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국제 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은 ‘2015 한일합의’를 또다시 되살리려는
반역사적이며 반인권적인 태도를 보이며,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정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의 실현을 짓밟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박탈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또한 전쟁과 내전 피해자들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순간, 순식간에 일상이 뒤흔들렸을 때 모든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과 괴로움을 동반한 위기에 맞닥뜨렸습니다.
할머님들은 어떠하셨을까요? 지금 전쟁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평범하게 누렸어야 했던 일상과 권리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협당하고,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야했던, 나라가 없고 어른이 없던 세상에 놓여졌던 사람들이 느꼈을 세상이란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또한, 앞으로 아이들에게 이 역사를 어떻게 전해줘야 할까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주체적으로 사회를 끌어갈 다음 세대입니다.
그들에게 보여줄 진정한 어른의 모습과 사회는 혐오가 아닌 희망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아닌 바른 역사를 교육 받는 세상이
그리고 정부에게 보호받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30년의 역사의 운동에서의 주체는 피해자와 국민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30년이 되었습니다.
이 간절하지만 분명한 목소리의 끝에 희망이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관을 설파하는 지식인,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는
더 이상 고통을 만들어내지 말고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이 연대를 놓치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최상구 KIN(지구촌동포연대) 대표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연대를!
안녕하세요. 킨 대표 최상구입니다. 긴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우리의 재외동포는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시기에 약간 줄어서 732만명의 동포들이 있습니다. 화교, 유대인 다음으로 많은 숫자입니다. 제일 숫자가 많은 동포는 어디일까요? 미국입니다. 260만, 중국이 230만, 일본이 80만, 구소련지역이 약 45만~50만입니다. 미국은 대한제국 시기 즉 외교권을 박탈당하기 전인 1905년까지 하와이 이민자들 7천여명이 시작이었지만 그 후손을 제외하면 1960년대에 이민으로 간 사람들이죠. 미국동포를 빼면 나머지 동포들은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동북아지역에서 형성된 동포들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동포들이 한반도를 떠나야 했을까요? 일본의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전쟁이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즉 일본군 성노예제의 문제와 이시기에 형성된 동포들의 문제는 그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에 동포사회에는 큰 전환점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88년 노태우정부의 7.7선언으로 북방외교 추구와 해외동포들의 모국방문과 교류에 대하여 개방을 천명했습니다 구소련과의 수교가 90년에 있었고 91년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했고 중국과의 수교가 92년에 있었습니다.
3백만에 달하는 동포들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새롭게 나타난 것도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분단과 냉전의 역사로 우리가 품지 못했던 동포들입니다. 일제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전쟁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함께 겪은 동포들이었습니다. 이들 동포들에게는 그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귀환의 권리 불법적인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시기의 피해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권을 상실했던 시기 보호를 다하지 못한 국가의 책무이며 인권침해이자 인종차별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3백만에 이르는 구소련과 중국동포들을 한국사회는 어떻게 대했나요? 노동력의 공급 그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한국사회는 우리가 품지 못했던 동포로 대하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는 이주노동자로 대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더군다나 한미일 동맹에 올인하는 현정부의 행보는 동포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동포를 합치면 90%에 가깝습니다 이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외교를 어찌 그리 일방적으로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한일관계는 과거를 덮은 채 미래만을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이게 가능은 할까요?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역사를 외면한다는 건 그 역사를 살아간 존재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동포들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형성되어 온 것입니다. 즉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동포들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재외동포는 국가가 필요할 때 써먹기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 과거 식민지배로 흩어지고 파괴되었던 공동체를 다시금 복원하기 위한 동반자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의 해결,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사할린 등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 등 동포들에게 남겨진 문제들도 한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노력할 때 동포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수요시위를 종종 참여했습니다. 현장의 여러 상황들을 직접보기도 했고, 온라인으로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일동포 한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강종헌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역사를
부정하고 혐오와 증오가 넘치는 현실에서 우리가 꼭 맘속에 간직하고 새겨야겠습니다.
역사부정에 분노하고 혐오에 분노합니다! 일본군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박단하 광명YMCA 볍씨학교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YMCA 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과정 박단하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일본군에게 끌려가 성 착취를 당하고, 그 외에도 구타나 고문 등을 당하며 많은 여성들이 시달렸다는 위안부 사건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슬프고 화가 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요집회에 참여하고 위안부 사건을 더 공부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었을 때 저는 화가 났습니다. 이런 끔찍하고 슬펐던 사건을 일본에서는 덮어버리려고 하고 부정하고 모른척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위안부 사건에 대해 숨기려고만 하는 일본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인데, 자신들만 생각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나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이제 더이상 이렇게 나와서는 안 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사과받기 위해, 짓밟힌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싸워오셨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생기는 작은 싸움에도 제대로 사과받지 못하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들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게 얼마나 크셨을까요? 위안부 사건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당하게 사과받기 위해 나서고 싸웠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범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1992년 1월 8일에 1차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19년 전이었고 오늘이 1616차 수요집회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진실을 밝히고 사과받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또한 위안부 사건의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께 법적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더이상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됩니다. 일본에서도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제대로 기록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사실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위안부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분들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기록하고, 추모비와 사료관을 건립해야 합니다. 이제는 제대로 사과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고은결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
안녕하세요. 저는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지회에서 활동 중인 고은결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어김없이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1년이 넘도록, 수많은 공격과 혐오에도 위축되지 않고 꾸준히 같은 목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제대로 마주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갔었던 김복동 선생님의 영결식이었습니다. 얼굴이 갈라질 정도로 추웠던 날씨였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때는 나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분노도 컸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적당히 얕은 관심만 가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메말라가면서, 아무리 화나는 소식이 들려와도 “누군가는 연대하겠지”란 마음으로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복동 선생님의 영결식을 다녀온 이후, 사람들이 외쳤던 “내가 김복동이다”라는 구호가 머릿속에 멤돌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와닫는 말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문제들은 곧 나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지고 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직접 행동하여 연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의 존엄을 넘어 세상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셨던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 역사정의를 실현하고 올바를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장지원 평화나비 네트워크 숙명여자대학교 지부장
안녕하세요.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장지원입니다.
오랜만에 수요시위를 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저는 오늘 대학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경희대 최정식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원래 없었던 문제다,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따라간 여성들이다, 라고 수업 중에 발언하고 대자보를 통해서 이런 망언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여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모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말 분노하셨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특히 대학생으로서 제가 속해있는 대학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최정식 교수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교수들이 강단에서 그리고 자신의 책이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말들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대학생들은 함께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교수는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지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은 그저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교육이념으로 삼고있듯이 말입니다.
이번 최정식 교수의 망언이 비단 경희대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입니다. 모든 대학은 강단에서 역사왜곡을 범하는 교수를 함께 규탄하고 다시는 학내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저는 요즘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한 실천단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서 대부분의 총장들이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등록금은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내가 낸 등록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듭니다.
저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실천단원인 친구들과 함께 조사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그동안 부당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사업을 따기 위해서 학생들의 동의 없이 학과를 통폐합하고, 학습공간은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동아리방이나 학생회실같은 학생자치공간은 턱없이 열악합니다.
배리어프리하지 않은 캠퍼스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학내 경비,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과 샤워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등록금 인상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하더라도 그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쓰일지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또한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의 권리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학생들의 요구에는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물가도 오르고, 공공요금도 오르고, 이제는 등록금까지 오릅니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청년들은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낼 여유마저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학업을 병행하며 행동에 나서기가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이 드는 순간에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내신 할머님들의 용기도 생각이 납니다.
이토록 강자가 약자를 짓밟기 쉬운 사회에서, 그리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을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낙인찍기 쉬운 사회에서, 다시는 똑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싸워오셨던, 싸워오고 계시는 할머님들, 활동가분들 그리고 시민분들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그 용기와 힘을 이어받아, 다시는 강단에서 역사왜곡이 일어나지 않고,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누구나 아무런 걱정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이야기하고 싸울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저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오유진 수원여성노동자회 부대표
연대의 인사 드립니다.
오늘 저는 정부에서 단행하는 여성들을 위한 공공인프라를 없애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고용노동부의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는 내년 계획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일터에서의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부터 고용노동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민간단체가 운영해 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2024년 예산안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고 단 8명의 담당자를 뽑아 지청에서 고용평등상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예산도 12억에서 5억으로 50%이상 삭감되었습니다. 현재 총 19개 단체에서 24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수행해오던 고용평등상담실 업무를 지청별로 단 1명의 담당자를 배치하여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창구단일화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여가겠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상담활동가로서 9년을 넘게 고용평등상담실 업무를 해왔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단순히 법을 안내하고 상담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걸 가장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고용평등상담실은 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까지 전방위에 걸쳐 해결방법을 찾고 사회 전반에 성평등인식을 확산하며 여성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사업장에서 어려움을 파악해 이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일선에서 뛰는 곳입니다.
지청에서의 진정, 노동위원회의 제소, 민형사상 고소, 심리상담까지 지원하며 때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고민해주는 곳입니다. 뿐만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단체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적극적인 조직문화 개선, 관련제도를 바꾸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곳입니다. 이 모든 활동은 24년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여성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여 온 결과입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단체의 상담역량과 전문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이루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헌신했던 단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넓고 깊게 여성노동자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법만으로, 공적 시스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러한 시스템의 개선을 견인해온 곳으로 존재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일터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과정을 지원하고 임파워링하여 일터에 복귀하며 이를 통해 다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고용노동부는 이전보다 퇴보한 계획을 내세워 지청별 고용평등업무를 지원하는 담당자 8명을 배치해 고용평등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누구를 위한 계획인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수시간에 걸쳐 고충을 듣고 여성노동자가 직장에서 사지에 내몰리지 않도록 밤낮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동료들을 보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용노동부가 상담건수로 줄을 세우고,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에 차등을 두겠다하여 상담활동가로서 자존감을 후려칠 때도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그로인해 변해가는 사회전반의 조직문화, 많은 상담기관을 거쳐도 해결하지 못해 마지막에 고용평등상담실을 두드렸고,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는 내담자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고용평당상담실네트워크는 지난 9월 25일 국회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이런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냈더군요.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앨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고용평등상담실 상담기능과 지방노동관서의 사건조사·감독기능 간 유기적 연계협업 미흡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31일 고용노동부에서 주최한 [’23년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 정책포럼] 자료에 드러난 연계·협업이 미흡한 이유는 고용노동부에 고용평등국이 폐지되면서 지방청의 고용평등업무 전달체계가 사라져 협업통로가 없어졌고 2018년부터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고용평등업무 전담감독관이 배치되었으나 고용평등업무 외에 근로감독 업무도 겸임. 고용평등업무만 집중할 수 없는 업무 환경때문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즉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의 문제가 아닌 고용노동부 구조와 인력배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어떠한 협의과정도 없이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는 독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결코 제대로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2022년 국고보조사업연장평가에서조차 제도 개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이 사업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채용성차별, 직장내 성희롱, 괴롭힘, 2차 피해, 성차별적 조직문화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고용노동부가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성차별 없고 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오히려 고용평등상담실을 지원하고 확대해야 할 때입니다.
161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관은 극단 고래에서 하였고 사회는 장명식 사무국장님이 보았습니다.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님의 주관단체 인사말에 이어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 시간에는 박윤선, 안소진 극단 고래 단원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문화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반도네온 연주가 이어진 님이 <로만띠꼬 반도네온>,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 두 곡을 멋진 반도네온 연주로 들려주셨습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오유진 수원여성노동자회 부대표님, 최상구 KIN(지구촌동포연대) 대표님, 박단하 광명YMCA 볍씨학교 학생, 고은결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 학생, 장지원 평화나비 네트워크 숙명여자대학교 지부장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극단 고래 단원들께서 이육사 님의 시에 곡을 붙인 <광야>를 합창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아진, 임영원 극단 고래 단원님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1616차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사랑의 씨튼수녀회, 평화나비 네트워크,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지회, 글쓰기와 현장 수업, 광명YMCA 볍씨학교 청소년 과정 학생들, 예수성심시녀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지구촌동포연대(KIN), 네덜란드 마자, 매사추세츠 주립대 백재예, 미국 리치몬드대 몬티 다타 교수, 독일 훔볼트대 아디나, 독일 안토니아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Jacques,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ENTJA, Monica Kim, Goo Lee(미국 시애틀), Sung Park(미국 시애틀), 공존(빛고을), 임계재, 조안구달, Rebekah Jaung, sonhe Lee(사랑의 씨튼수녀회), Sunhe Kang(광주), 구름, 이원석, BOMIN KIM, Justice & Peace MJH(호주 시드니), 이지니, EDA Emerald Dental Arts(시애틀늘푸른연대), Gratia 100, 민들레처럼, 기쁨, 우순덕, Christine 님 등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161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는 10월 8일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의 오부치 총리와 “21세기의 새로운 한 · 일 파트너쉽 공동선언,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지 25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반성을 전제로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이념에 입각한 협력 관계를 양국 국민 간의 광범위한 교류와 상호 이해에 기초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며, 한반도 평화와 군축, 남북 화해와 교류, 국민의 안전과 복지, 환경 문제 등도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일본 정부는 선언의 전제와 내용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은커녕 온갖 망언과 파렴치한 행동으로 한반도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끊임없이 부정해 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인 강제동원, 일본군성노예제, 민간인 학살 등에 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국주의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 국가로 돌아가려는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방류해 양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폐기했습니다.
이에 대응해야 할 한국 정부의 태도는 참담하기만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관련 거의 유일한 공약으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발전을 내세웠지만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 촉구는커녕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2015 한일합의’ 정신 준수를 수차례 강조하며, 피해국에 해법을 가져오라는 오만한 자세로 버티는 일본 정부에게 만남을 구걸하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우리 측이 파기해 국제적 신뢰관계를 해쳤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명백히 무너뜨리면서 강제동원 ‘제3자 변제’도 선언했습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의 독도 인근과 부산항 인근 진출을 허용했습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반대는커녕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홍보물을 국민 혈세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문건을 54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해 세계적인 조롱거리를 자초했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자국의 피해자나 국민이 아니라,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공공연히 자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약속을 되새기며, 한반도 불법강점과 식민지배, 수많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직시하고 반성하며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굴종외교, 자해외교를 당장 중단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당당한 외교, 분단·냉전체제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양국 국민의 안녕을 희망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도 그때서야 비로소 활짝 꽃 피울 것입니다.
2023년 10월 4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박윤선, 안소진 극단 고래 단원
안녕하세요,
161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관을 맡게 된 극단 고래 단원 안소진, 박윤선입니다.
극단 고래에 입단하여 수요시위를 알게 되고, 수요시위에 나온지 벌써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수요시위에 자주 나오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0년 넘는 세월동안 매주 수요일 이곳에 나와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을 뜨겁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기본적인 사과는커녕,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잘못을 하면 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상식적인 것이며 사회적 행동의 기본입니다. 인간으로서 해야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 고통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할 같은 국민들 중 누군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거리에서 욕설과 혐오의 말을 던져대고,
얼마 전 경희대학교의 모 지식인은 자신의 왜곡된 역사관을 설파하며
피해자분들을 향해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및 공식 사죄와 배상, 피해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국제 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은 ‘2015 한일합의’를 또다시 되살리려는
반역사적이며 반인권적인 태도를 보이며,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정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의 실현을 짓밟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박탈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또한 전쟁과 내전 피해자들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순간, 순식간에 일상이 뒤흔들렸을 때 모든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과 괴로움을 동반한 위기에 맞닥뜨렸습니다.
할머님들은 어떠하셨을까요? 지금 전쟁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평범하게 누렸어야 했던 일상과 권리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협당하고,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야했던, 나라가 없고 어른이 없던 세상에 놓여졌던 사람들이 느꼈을 세상이란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또한, 앞으로 아이들에게 이 역사를 어떻게 전해줘야 할까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주체적으로 사회를 끌어갈 다음 세대입니다.
그들에게 보여줄 진정한 어른의 모습과 사회는 혐오가 아닌 희망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아닌 바른 역사를 교육 받는 세상이
그리고 정부에게 보호받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30년의 역사의 운동에서의 주체는 피해자와 국민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30년이 되었습니다.
이 간절하지만 분명한 목소리의 끝에 희망이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관을 설파하는 지식인,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는
더 이상 고통을 만들어내지 말고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이 연대를 놓치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최상구 KIN(지구촌동포연대) 대표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연대를!
안녕하세요. 킨 대표 최상구입니다. 긴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우리의 재외동포는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시기에 약간 줄어서 732만명의 동포들이 있습니다. 화교, 유대인 다음으로 많은 숫자입니다. 제일 숫자가 많은 동포는 어디일까요? 미국입니다. 260만, 중국이 230만, 일본이 80만, 구소련지역이 약 45만~50만입니다. 미국은 대한제국 시기 즉 외교권을 박탈당하기 전인 1905년까지 하와이 이민자들 7천여명이 시작이었지만 그 후손을 제외하면 1960년대에 이민으로 간 사람들이죠. 미국동포를 빼면 나머지 동포들은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동북아지역에서 형성된 동포들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동포들이 한반도를 떠나야 했을까요? 일본의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전쟁이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즉 일본군 성노예제의 문제와 이시기에 형성된 동포들의 문제는 그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에 동포사회에는 큰 전환점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88년 노태우정부의 7.7선언으로 북방외교 추구와 해외동포들의 모국방문과 교류에 대하여 개방을 천명했습니다 구소련과의 수교가 90년에 있었고 91년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했고 중국과의 수교가 92년에 있었습니다.
3백만에 달하는 동포들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새롭게 나타난 것도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분단과 냉전의 역사로 우리가 품지 못했던 동포들입니다. 일제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전쟁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함께 겪은 동포들이었습니다. 이들 동포들에게는 그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귀환의 권리 불법적인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시기의 피해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권을 상실했던 시기 보호를 다하지 못한 국가의 책무이며 인권침해이자 인종차별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3백만에 이르는 구소련과 중국동포들을 한국사회는 어떻게 대했나요? 노동력의 공급 그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한국사회는 우리가 품지 못했던 동포로 대하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는 이주노동자로 대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더군다나 한미일 동맹에 올인하는 현정부의 행보는 동포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동포를 합치면 90%에 가깝습니다 이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외교를 어찌 그리 일방적으로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한일관계는 과거를 덮은 채 미래만을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이게 가능은 할까요?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역사를 외면한다는 건 그 역사를 살아간 존재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동포들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형성되어 온 것입니다. 즉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동포들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재외동포는 국가가 필요할 때 써먹기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 과거 식민지배로 흩어지고 파괴되었던 공동체를 다시금 복원하기 위한 동반자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의 해결,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사할린 등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 등 동포들에게 남겨진 문제들도 한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노력할 때 동포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수요시위를 종종 참여했습니다. 현장의 여러 상황들을 직접보기도 했고, 온라인으로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일동포 한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강종헌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역사를
부정하고 혐오와 증오가 넘치는 현실에서 우리가 꼭 맘속에 간직하고 새겨야겠습니다.
역사부정에 분노하고 혐오에 분노합니다! 일본군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박단하 광명YMCA 볍씨학교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YMCA 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과정 박단하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일본군에게 끌려가 성 착취를 당하고, 그 외에도 구타나 고문 등을 당하며 많은 여성들이 시달렸다는 위안부 사건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슬프고 화가 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요집회에 참여하고 위안부 사건을 더 공부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었을 때 저는 화가 났습니다. 이런 끔찍하고 슬펐던 사건을 일본에서는 덮어버리려고 하고 부정하고 모른척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위안부 사건에 대해 숨기려고만 하는 일본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인데, 자신들만 생각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나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이제 더이상 이렇게 나와서는 안 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사과받기 위해, 짓밟힌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싸워오셨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생기는 작은 싸움에도 제대로 사과받지 못하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들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게 얼마나 크셨을까요? 위안부 사건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당하게 사과받기 위해 나서고 싸웠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범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1992년 1월 8일에 1차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19년 전이었고 오늘이 1616차 수요집회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진실을 밝히고 사과받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또한 위안부 사건의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께 법적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더이상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됩니다. 일본에서도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제대로 기록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사실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위안부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분들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기록하고, 추모비와 사료관을 건립해야 합니다.
이제는 제대로 사과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고은결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
안녕하세요. 저는 진보대학생넷 성공회대지회에서 활동 중인 고은결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어김없이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1년이 넘도록, 수많은 공격과 혐오에도 위축되지 않고 꾸준히 같은 목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제대로 마주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갔었던 김복동 선생님의 영결식이었습니다. 얼굴이 갈라질 정도로 추웠던 날씨였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때는 나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분노도 컸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적당히 얕은 관심만 가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메말라가면서, 아무리 화나는 소식이 들려와도 “누군가는 연대하겠지”란 마음으로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복동 선생님의 영결식을 다녀온 이후, 사람들이 외쳤던 “내가 김복동이다”라는 구호가 머릿속에 멤돌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와닫는 말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문제들은 곧 나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지고 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직접 행동하여 연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의 존엄을 넘어 세상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셨던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 역사정의를 실현하고 올바를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장지원 평화나비 네트워크 숙명여자대학교 지부장
안녕하세요.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장지원입니다.
오랜만에 수요시위를 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저는 오늘 대학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경희대 최정식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원래 없었던 문제다,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따라간 여성들이다, 라고 수업 중에 발언하고 대자보를 통해서 이런 망언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여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모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말 분노하셨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특히 대학생으로서 제가 속해있는 대학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최정식 교수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교수들이 강단에서 그리고 자신의 책이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말들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대학생들은 함께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교수는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지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은 그저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교육이념으로 삼고있듯이 말입니다.
이번 최정식 교수의 망언이 비단 경희대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입니다. 모든 대학은 강단에서 역사왜곡을 범하는 교수를 함께 규탄하고 다시는 학내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저는 요즘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한 실천단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서 대부분의 총장들이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등록금은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내가 낸 등록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듭니다.
저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실천단원인 친구들과 함께 조사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그동안 부당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사업을 따기 위해서 학생들의 동의 없이 학과를 통폐합하고, 학습공간은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동아리방이나 학생회실같은 학생자치공간은 턱없이 열악합니다.
배리어프리하지 않은 캠퍼스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학내 경비,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과 샤워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등록금 인상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하더라도 그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쓰일지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또한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의 권리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학생들의 요구에는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물가도 오르고, 공공요금도 오르고, 이제는 등록금까지 오릅니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청년들은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낼 여유마저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학업을 병행하며 행동에 나서기가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이 드는 순간에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내신 할머님들의 용기도 생각이 납니다.
이토록 강자가 약자를 짓밟기 쉬운 사회에서, 그리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을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낙인찍기 쉬운 사회에서, 다시는 똑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싸워오셨던, 싸워오고 계시는 할머님들, 활동가분들 그리고 시민분들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그 용기와 힘을 이어받아, 다시는 강단에서 역사왜곡이 일어나지 않고,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누구나 아무런 걱정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이야기하고 싸울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저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오유진 수원여성노동자회 부대표
연대의 인사 드립니다.
오늘 저는 정부에서 단행하는 여성들을 위한 공공인프라를 없애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고용노동부의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는 내년 계획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일터에서의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부터 고용노동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민간단체가 운영해 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2024년 예산안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고 단 8명의 담당자를 뽑아 지청에서 고용평등상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예산도 12억에서 5억으로 50%이상 삭감되었습니다. 현재 총 19개 단체에서 24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수행해오던 고용평등상담실 업무를 지청별로 단 1명의 담당자를 배치하여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창구단일화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여가겠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상담활동가로서 9년을 넘게 고용평등상담실 업무를 해왔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단순히 법을 안내하고 상담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걸 가장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고용평등상담실은 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까지 전방위에 걸쳐 해결방법을 찾고 사회 전반에 성평등인식을 확산하며 여성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사업장에서 어려움을 파악해 이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일선에서 뛰는 곳입니다.
지청에서의 진정, 노동위원회의 제소, 민형사상 고소, 심리상담까지 지원하며 때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고민해주는 곳입니다. 뿐만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단체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적극적인 조직문화 개선, 관련제도를 바꾸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곳입니다. 이 모든 활동은 24년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여성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여 온 결과입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단체의 상담역량과 전문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이루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헌신했던 단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넓고 깊게 여성노동자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법만으로, 공적 시스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러한 시스템의 개선을 견인해온 곳으로 존재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에게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일터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과정을 지원하고 임파워링하여 일터에 복귀하며 이를 통해 다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고용노동부는 이전보다 퇴보한 계획을 내세워 지청별 고용평등업무를 지원하는 담당자 8명을 배치해 고용평등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누구를 위한 계획인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수시간에 걸쳐 고충을 듣고 여성노동자가 직장에서 사지에 내몰리지 않도록 밤낮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동료들을 보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용노동부가 상담건수로 줄을 세우고,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에 차등을 두겠다하여 상담활동가로서 자존감을 후려칠 때도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그로인해 변해가는 사회전반의 조직문화, 많은 상담기관을 거쳐도 해결하지 못해 마지막에 고용평등상담실을 두드렸고,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는 내담자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고용평당상담실네트워크는 지난 9월 25일 국회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이런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냈더군요.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앨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고용평등상담실 상담기능과 지방노동관서의 사건조사·감독기능 간 유기적 연계협업 미흡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31일 고용노동부에서 주최한 [’23년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 정책포럼] 자료에 드러난 연계·협업이 미흡한 이유는 고용노동부에 고용평등국이 폐지되면서 지방청의 고용평등업무 전달체계가 사라져 협업통로가 없어졌고 2018년부터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고용평등업무 전담감독관이 배치되었으나 고용평등업무 외에 근로감독 업무도 겸임. 고용평등업무만 집중할 수 없는 업무 환경때문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즉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의 문제가 아닌 고용노동부 구조와 인력배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어떠한 협의과정도 없이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없애는 독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결코 제대로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2022년 국고보조사업연장평가에서조차 제도 개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이 사업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채용성차별, 직장내 성희롱, 괴롭힘, 2차 피해, 성차별적 조직문화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고용노동부가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성차별 없고 평등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오히려 고용평등상담실을 지원하고 확대해야 할 때입니다.
이상 발언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