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수요시위로 진행되었습니다. 주관은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역동연)이 하였고, 사회는 박세희 역동연 대표님이 보았습니다.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수요시위 참가자들에게 장미꽃을 나눠 드렸습니다.
여는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멋진 율동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박세희 역동연 대표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그 후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발언을 하였습니다. 먼저 이재정 국회의원님(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윤미향 국회의원님, 이수진 국회의원님(더불어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였습니다.
이어 여성단체 활동가인 권예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님, 다른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님이 발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주관단체인 역동연에서 준비한 <할머니들의 외침에 대학생들이 답한다>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로서 공개 증언하고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신 할머니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그에 대한 대학생들의 답과 다짐을 들어보는 멋진 영상이었습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님의 글을 공선주 아디 활동가님이 대독하였습니다. 11년 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만든 나비기금이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가 전시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어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님, 조세연 평화나비 한국외대 지부장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노래공연이 있었습니다. 임정득 가수님이 <땡큐>, <상상하다>, <여성총파업가>를 힘있고 신나게 불러 주셨습니다.
참가자, 참가단체 소개 후 고은결 성공회대 사다리 회장님, 봉준희 이화여대 사다리 회장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고 이어 역동연이 준비한 세계여성의날 선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역사왜곡, 졸속외고, 성폭력, 성차별 등 현재의 부조리가 적힌 상자를 무너뜨리자 “평화로에서 성평등 사회로 –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이 성평등 사회의 시작이다.”라는 문구가 나타나는 멋진 퍼포먼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역동연 소속 역사동아리 사다리 회원들의 <처음처럼> 율동을 끝으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1586차 정기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조안구달, 남수민(포항 박필근 할머니 가족), 용기내자, 서유리다, 이원석, 김공래(뉴질랜드 오클랜드), Hyeryung Chang, GY, Rebekah Jaung, 그래도, 뉴질랜드, 한인 모임 더 좋은 세상, 나목, Moses J Hahn(호주 시드니), Soona Cho(호주 시드니), 공정한사회, Goo Lee, Seung il Kim,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박은덕(호주 시드니), jieon myeong, 도토리, 향미 김, Sung Park, 아콩알, river Grace, 여유와 삶, 얍!신호등이닷, 오현일, 베지, 서유진, 해닐, 이지니, 아이유좋은날, MI K, 동동, Han Jo 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수요시위에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15년 전 생존권, 노동권, 참정권을 외치며 자유와 평등을 위해 거리에 나왔던 여성들의 역사를 기리는 날입니다. 동등한 권리는커녕 인간답게 살 자격조차 여성에게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과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남성중심의 사회, 권력자들의 역사, 착취적 자본주의에 도전하며 동등참여, 불공정 분배, 차별과 무시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전반의 변혁을 꿈꾸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전진해 왔습니다. 온갖 모욕과 공격에도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실천해 온 모든 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 오늘, 여성이 동등한 시민이고 주권자라는 당연한 말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라고 외쳐야 하는 현실, 폭력과 착취를 멈춰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 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힘겹게 가꾸어 온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방해하고 탄압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 ‘운운’하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 참혹한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며칠 전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전쟁범죄의 가해국와 가해기업의 책임인정과 사죄, 법적 배상이 배제된 강제동원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과 식민지배의 책임을 피해국인 조선에 돌리며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을 내세웠던 대통령 3.1절 기념사에서 불길하게 예견되었던 일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반여성, 반인권, 반평화, 반민주주의 세력들이 가해자들과 야합해 피해자들이 힘겹게 쟁취한 법적 권리를 무력화시키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원을 뿌리째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합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은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 입장을 존중했다,’ ‘세계평화를 지켜줄’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단’이다, ‘어느 나라가 가해국에게 배상하라하고 계속 악을 쓰냐’는 둥 거짓과 망언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폭력유발’의 책임을 돌리며 가해사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있는데, 피해자 대리인이란 자가 가해책임을 면책해 주면서 2차 가해를 자행하는 꼴입니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생존자이자 30여 년 간 법적 투쟁을 해 오신 양금덕 할머니는 “그런 더러운 돈은 곧 굶어죽어도 안 받는다”고 하시며 우리가 모두 힘을 합해 미래세대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생전에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을 간절히 소망하시며 ‘아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도 치욕과 분노, 굴욕감과 좌절로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겠습니다. 침묵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가해자의 법적 책임과 사죄를 당당히 요구했던 김학순 할머니의 외침을 다시 가슴에 새기며, 앞서 걸었던 여성들의 용기 있는 삶을 따라갈 것을 결심합니다.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노동착취와 성착취가 없는 세상, 피부색과 국적, 계층과 성별, 나이, 장애여부, 성정체성 등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미래세대가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가 활짝 꽃피는 모두의 내일을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2023년 3월 8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다른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다른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참정권, 노동권, 생존권 보장을 외쳤던 투쟁을 기억하고자 국제사회가 지정한 3‧8세계여성의날입니다. 3.8세계여성의날이 지정된 역사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싸워나가야 할 것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특히 이 자리에 와계시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투쟁해왔고, 아주 최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연대와 저항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조적 차별이 참 끈질기고, 공고해보이기만 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차별과 억압이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기보다, 우리의 저항과 투쟁에 의해 조금씩 깨어지고, 사회를 변화시켜왔음을 압니다. 지난 3월 4일 개최된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여성/소수자 인권과 정의, 평화를 위해 투쟁해왔고, 또 투쟁해나갈 많은 시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퇴행의 시대에 담대히 맞설 것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외치고, 거리로 나와 싸우고, 곁에 연대하는 이들을 마음 다해 돌보며, 언젠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고 성평등 사회가 올 그 날까지, 우리 함께 지치지말고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팔레스타인 여성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서로의 연대가 되는 나비기금”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아디에서 활동하는 이동화입니다. 많이들 아디를 모르실텐데요, 아디는 2016년부터 아시아의 분쟁지역인 미얀마, 팔레스타인, 방글라데시 등에서 피해생존 여성과 난민들을 지원하며 인권 보호와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나비기금이 시작된지 11년이 되는 이 뜻깊은 자리에 초대되어 너무 영광이지만 현재 구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어, 아디의 공선주 활동가에게 제 이야기를 대신 전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아디는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님께서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해 마련해 주신 나비기금을 통해 지난 2021년부터 팔레스타인에서 폭력피해 생존여성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팔레스타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갈등과 대립관계로 여기시는데, 제가 확인한 현장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마치 오래전 일제 강점시기 식민지배를 당했던 한국의 모습과 더 가깝습니다. 나비기금이 찾은 지역은 서안지구의 나블루스라는 곳입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군인과 주민들에 둘러쌓여 통제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또한 2022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삼엄한 군사작전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의 여성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무력과 폭력에만 노출된 것이 아닙니다. 오랜기간 지역의 가부장적 문화와 관습역시 여성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여성분들은 본인들이 점령으로 인한 폭력과 여성이기에 겪는 폭력, 이 이중의 폭력적 현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힘겨운 폭력속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나비기금과 만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이야기들 입니다. 제가 이야기전할 여성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나블루스 구시가지에서 3명의 자녀를 둔 레일라씨는 남편의 폭력을 8년동안 견디며 지옥같은 삶을 보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그녀는 나비기금이 설립한 ‘팔레스타인여성 트라우마 센터’를 찾았고 센터 소속의 변호사는 남편을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그녀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겪은 크나큰 폭력의 상흔 역시 센터에서 제공해준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고 있습니다. 또한 나블루스 인근의 툽바스 마을에서 8명의 자녀를 둔 아리아 역시 남편의 구타로 인해 2주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퇴원후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딸 역시 남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그녀 역시 센터방문을 통해 지속적인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고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희망씨앗기금’을 통해 자립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나비기금은 폭력피해 생존여성에게 법률지원과 심리지원을 하면서도 자립을 꿈꾸고 계획하는 여성들을 위한 ‘희망씨앗기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도 있습니다. 팔레스타인내 최대 난민캠프인 발라타 난민캠프에서 거주하며 3명의 자녀를 둔 라이사 역시 비참한 상황속에서 지냈습니다. 이스라엘 점령으로 남편이 무직상태에 빠지자 남편은 그녀에게 폭행, 살해 협박, 심지어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지옥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난민캠프 지인을 통해 그녀는 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센터는 심리상담과 법률상담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심리상담과 치료에만 8차례 세션 3개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희망씨앗기금’도 신청하여 지원받았는데, 이 기금을 통해 그녀는 언니 가족과 함께 피클을 직접 제조하며 판매했습니다. 다행히 라이사 가족의 피클은 캠프내 식당에 모두 팔렸고 계속 거래될 예정이라 합니다. 제가 직접 라이사 가족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그녀는 저에게 피클과 점심을 대접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짠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맛본 피클의 맛은 최고였고 그녀의 가족과 아이들의 희망찬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 분들의 사연 이외에도 나비기금은 지난 2년간 총 150명에게 심리상담과 치료를, 119명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하였으며, 2100만원 상당의 ‘희망씨앗기금’을 총 32명 여성가장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원사업외에도 지역의 여성단체, 마을 조직,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찾아가는 여성폭력중단 워크숍’을 총 27회 개최하여 417명의 여성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년 10월에 현장방문하여 나비기금이 지역에 뿌린 희망과 여성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팔레스타인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이스라엘의 무력은 강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11년전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님께서 만들어 주신 나비기금이 8천킬로 떨어진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만났을때 그녀들이 보인 환한 미소에서 나비기금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비록 당장의 폭력을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나비기금은 폭력을 견디는 힘과 폭력에 맞서는 용기, 결국은 폭력을 변화시킬 그녀들의 연대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나비기금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서로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아디를 대신해서 나비기금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조세연 평화나비 한국외대 지부장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외대 지부장 조세연이라고 합니다. 우선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죠. 발언에 앞서, 험난한 벽으로 가득한 세상 속,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고 계시는 모든 여성 분들께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6일, 우리는 또 다른 벽을 마주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 때문입니다. 이 해법은 실질적인 배상 책임을 지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아니라, 제삼자인 한국 기업에게 배상 의무를 전가합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말을 연막 삼아, 강제징용 배상의 요점인 ‘일본 기업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가해 주체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할 한국 정부가 그 책임을 외면한 겁니다.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조차 없었던 2015 한일합의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협력, 그리고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을 내걸고 이 같은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전범기업의 책임 사실을 흐리는 합의,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이 합의가 도대체 어떻게 자유와 평화를 지켜줄 수 있단 말입니까? 피해자들의 평화를 완전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대체 무슨 염치로 평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합의가 ‘해법’이 되기 위해선, 합의의 중심에 반드시 피해자가 서 있어야 할진대, 이 합의에서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평화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과거를 무시한 채 평화로운 미래를 도모하다니, 우스운 일입니다. ‘해법’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고 불리어서도 안 될 이 굴욕적인 합의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고통받은 이들의 목소리는 허무할 만큼이나 쉽게 무시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여성의 목소리가 잊히고, 피해를 토로하는 사람들의 말이 구조적으로 억압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외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억압받고 있지만, 그 억압 때문에 우리가 사그라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인 루이즈 글릭이 쓴 <눈풀꽃>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 당신들과 함께 다시 / 그렇다고 외치며, 기쁨에 모험을 건다. /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저는 이 구절이 우리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살을 에는 바람이 부는 세상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매순간 함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모험을 걸어봅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이면 차가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짓누르는 무책임한 합의도 깨부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함께일 때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평화나비네트워크 또한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싸움을 하고,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대자보를 붙이고, 항의 행동에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악몽 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외침이 의미 있는 메아리가 될 수 있도록 늘 함께하겠습니다. 외로운 세상에서 투쟁마저 외로운 것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
연대발언_권예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권예은입니다.
3월 8일인 오늘은 '3·8 세계여성의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오늘, 뉴욕의 한 광장에 1만 5천 명의 여성 노동자가 모여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빵'은 여성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여러분께 드린 이 '장미'는 여성의 참정권, 인권을 의미합니다. 이 시위를 계기로 여성 인권과 참정권을 위한 운동이 전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시대였던 100여 년 전, 한반도 땅에서 살아가던 여성들의 인권은 어땠을까요?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한반도를 전초기지로 삼았던 일본은 수십만 명의 여성을 군 성노예로 만들어 착취했고, 오늘날까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요? 이틀 전인 3월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며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파트너 일본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기리는 ‘세계여성의날’인 오늘,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은 일본 정부와 그들의 악업을 방기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진정한 사죄 없이는 ‘연대’ 도, ‘협력’도 없을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고 생존자들의 고통을 인정하십시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생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역사적 의무를 이행하십시오. 일본군성노예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존엄성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 모두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끊임없이 상흔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오신 생존자분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115년 전 ‘여성에게 생존과 존엄을 보장해달라’ 외쳤던 수많은 여성의 진정과 지금 이 시각 우리 모두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30년간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한국여성의전화가 함께하겠습니다. 여성들의 삶에 응원을 전하는 이 장미가 이 자리에 가득한 것처럼, 피해생존자를 위한 정의가 가득 피어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선창하면, 마지막 구호를 두 번 반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수요시위로 진행되었습니다. 주관은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역동연)이 하였고, 사회는 박세희 역동연 대표님이 보았습니다.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수요시위 참가자들에게 장미꽃을 나눠 드렸습니다.
여는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멋진 율동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박세희 역동연 대표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그 후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발언을 하였습니다. 먼저 이재정 국회의원님(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윤미향 국회의원님, 이수진 국회의원님(더불어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였습니다.
이어 여성단체 활동가인 권예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님, 다른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님이 발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주관단체인 역동연에서 준비한 <할머니들의 외침에 대학생들이 답한다>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로서 공개 증언하고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신 할머니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그에 대한 대학생들의 답과 다짐을 들어보는 멋진 영상이었습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님의 글을 공선주 아디 활동가님이 대독하였습니다. 11년 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만든 나비기금이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가 전시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어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님, 조세연 평화나비 한국외대 지부장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노래공연이 있었습니다. 임정득 가수님이 <땡큐>, <상상하다>, <여성총파업가>를 힘있고 신나게 불러 주셨습니다.
참가자, 참가단체 소개 후 고은결 성공회대 사다리 회장님, 봉준희 이화여대 사다리 회장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고 이어 역동연이 준비한 세계여성의날 선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역사왜곡, 졸속외고, 성폭력, 성차별 등 현재의 부조리가 적힌 상자를 무너뜨리자 “평화로에서 성평등 사회로 –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이 성평등 사회의 시작이다.”라는 문구가 나타나는 멋진 퍼포먼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역동연 소속 역사동아리 사다리 회원들의 <처음처럼> 율동을 끝으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1586차 정기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이재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수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 윤미향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김덕연,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최 글라렛 수녀, 김복동의 희망 김서경 대표・이승주 운영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성공회대 수요시위 참가단, 진보대학생넷,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위원회, 한국여성의전화,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연대, 평화나비 네트워크, 찬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분과, 명지대학교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파티마의성모프란치스코 수녀회, 최예지, 청출어람, 사단법인 아디, 주관단체인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 외 여러 단체와 개인이 참가하였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조안구달, 남수민(포항 박필근 할머니 가족), 용기내자, 서유리다, 이원석, 김공래(뉴질랜드 오클랜드), Hyeryung Chang, GY, Rebekah Jaung, 그래도, 뉴질랜드, 한인 모임 더 좋은 세상, 나목, Moses J Hahn(호주 시드니), Soona Cho(호주 시드니), 공정한사회, Goo Lee, Seung il Kim,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박은덕(호주 시드니), jieon myeong, 도토리, 향미 김, Sung Park, 아콩알, river Grace, 여유와 삶, 얍!신호등이닷, 오현일, 베지, 서유진, 해닐, 이지니, 아이유좋은날, MI K, 동동, Han Jo 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수요시위에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15년 전 생존권, 노동권, 참정권을 외치며 자유와 평등을 위해 거리에 나왔던 여성들의 역사를 기리는 날입니다. 동등한 권리는커녕 인간답게 살 자격조차 여성에게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과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남성중심의 사회, 권력자들의 역사, 착취적 자본주의에 도전하며 동등참여, 불공정 분배, 차별과 무시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전반의 변혁을 꿈꾸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전진해 왔습니다. 온갖 모욕과 공격에도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실천해 온 모든 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 오늘, 여성이 동등한 시민이고 주권자라는 당연한 말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라고 외쳐야 하는 현실, 폭력과 착취를 멈춰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 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힘겹게 가꾸어 온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방해하고 탄압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 ‘운운’하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 참혹한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며칠 전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전쟁범죄의 가해국와 가해기업의 책임인정과 사죄, 법적 배상이 배제된 강제동원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과 식민지배의 책임을 피해국인 조선에 돌리며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을 내세웠던 대통령 3.1절 기념사에서 불길하게 예견되었던 일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반여성, 반인권, 반평화, 반민주주의 세력들이 가해자들과 야합해 피해자들이 힘겹게 쟁취한 법적 권리를 무력화시키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원을 뿌리째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합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은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 입장을 존중했다,’ ‘세계평화를 지켜줄’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단’이다, ‘어느 나라가 가해국에게 배상하라하고 계속 악을 쓰냐’는 둥 거짓과 망언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폭력유발’의 책임을 돌리며 가해사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있는데, 피해자 대리인이란 자가 가해책임을 면책해 주면서 2차 가해를 자행하는 꼴입니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생존자이자 30여 년 간 법적 투쟁을 해 오신 양금덕 할머니는 “그런 더러운 돈은 곧 굶어죽어도 안 받는다”고 하시며 우리가 모두 힘을 합해 미래세대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생전에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을 간절히 소망하시며 ‘아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도 치욕과 분노, 굴욕감과 좌절로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겠습니다. 침묵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가해자의 법적 책임과 사죄를 당당히 요구했던 김학순 할머니의 외침을 다시 가슴에 새기며, 앞서 걸었던 여성들의 용기 있는 삶을 따라갈 것을 결심합니다.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노동착취와 성착취가 없는 세상, 피부색과 국적, 계층과 성별, 나이, 장애여부, 성정체성 등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미래세대가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가 활짝 꽃피는 모두의 내일을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2023년 3월 8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다른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다른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참정권, 노동권, 생존권 보장을 외쳤던 투쟁을 기억하고자 국제사회가 지정한 3‧8세계여성의날입니다. 3.8세계여성의날이 지정된 역사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싸워나가야 할 것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특히 이 자리에 와계시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투쟁해왔고, 아주 최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연대와 저항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조적 차별이 참 끈질기고, 공고해보이기만 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차별과 억압이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기보다, 우리의 저항과 투쟁에 의해 조금씩 깨어지고, 사회를 변화시켜왔음을 압니다. 지난 3월 4일 개최된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여성/소수자 인권과 정의, 평화를 위해 투쟁해왔고, 또 투쟁해나갈 많은 시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퇴행의 시대에 담대히 맞설 것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외치고, 거리로 나와 싸우고, 곁에 연대하는 이들을 마음 다해 돌보며, 언젠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고 성평등 사회가 올 그 날까지, 우리 함께 지치지말고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팔레스타인 여성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서로의 연대가 되는 나비기금”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아디에서 활동하는 이동화입니다. 많이들 아디를 모르실텐데요, 아디는 2016년부터 아시아의 분쟁지역인 미얀마, 팔레스타인, 방글라데시 등에서 피해생존 여성과 난민들을 지원하며 인권 보호와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나비기금이 시작된지 11년이 되는 이 뜻깊은 자리에 초대되어 너무 영광이지만 현재 구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어, 아디의 공선주 활동가에게 제 이야기를 대신 전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아디는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님께서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해 마련해 주신 나비기금을 통해 지난 2021년부터 팔레스타인에서 폭력피해 생존여성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팔레스타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갈등과 대립관계로 여기시는데, 제가 확인한 현장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마치 오래전 일제 강점시기 식민지배를 당했던 한국의 모습과 더 가깝습니다. 나비기금이 찾은 지역은 서안지구의 나블루스라는 곳입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군인과 주민들에 둘러쌓여 통제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또한 2022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삼엄한 군사작전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의 여성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무력과 폭력에만 노출된 것이 아닙니다. 오랜기간 지역의 가부장적 문화와 관습역시 여성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여성분들은 본인들이 점령으로 인한 폭력과 여성이기에 겪는 폭력, 이 이중의 폭력적 현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힘겨운 폭력속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나비기금과 만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이야기들 입니다. 제가 이야기전할 여성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나블루스 구시가지에서 3명의 자녀를 둔 레일라씨는 남편의 폭력을 8년동안 견디며 지옥같은 삶을 보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그녀는 나비기금이 설립한 ‘팔레스타인여성 트라우마 센터’를 찾았고 센터 소속의 변호사는 남편을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그녀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겪은 크나큰 폭력의 상흔 역시 센터에서 제공해준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고 있습니다. 또한 나블루스 인근의 툽바스 마을에서 8명의 자녀를 둔 아리아 역시 남편의 구타로 인해 2주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퇴원후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딸 역시 남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그녀 역시 센터방문을 통해 지속적인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고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희망씨앗기금’을 통해 자립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나비기금은 폭력피해 생존여성에게 법률지원과 심리지원을 하면서도 자립을 꿈꾸고 계획하는 여성들을 위한 ‘희망씨앗기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도 있습니다. 팔레스타인내 최대 난민캠프인 발라타 난민캠프에서 거주하며 3명의 자녀를 둔 라이사 역시 비참한 상황속에서 지냈습니다. 이스라엘 점령으로 남편이 무직상태에 빠지자 남편은 그녀에게 폭행, 살해 협박, 심지어 구걸과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지옥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난민캠프 지인을 통해 그녀는 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센터는 심리상담과 법률상담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심리상담과 치료에만 8차례 세션 3개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희망씨앗기금’도 신청하여 지원받았는데, 이 기금을 통해 그녀는 언니 가족과 함께 피클을 직접 제조하며 판매했습니다. 다행히 라이사 가족의 피클은 캠프내 식당에 모두 팔렸고 계속 거래될 예정이라 합니다. 제가 직접 라이사 가족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그녀는 저에게 피클과 점심을 대접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짠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맛본 피클의 맛은 최고였고 그녀의 가족과 아이들의 희망찬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 분들의 사연 이외에도 나비기금은 지난 2년간 총 150명에게 심리상담과 치료를, 119명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하였으며, 2100만원 상당의 ‘희망씨앗기금’을 총 32명 여성가장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원사업외에도 지역의 여성단체, 마을 조직,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찾아가는 여성폭력중단 워크숍’을 총 27회 개최하여 417명의 여성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년 10월에 현장방문하여 나비기금이 지역에 뿌린 희망과 여성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팔레스타인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이스라엘의 무력은 강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11년전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님께서 만들어 주신 나비기금이 8천킬로 떨어진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만났을때 그녀들이 보인 환한 미소에서 나비기금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비록 당장의 폭력을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나비기금은 폭력을 견디는 힘과 폭력에 맞서는 용기, 결국은 폭력을 변화시킬 그녀들의 연대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나비기금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서로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아디를 대신해서 나비기금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조세연 평화나비 한국외대 지부장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외대 지부장 조세연이라고 합니다.
우선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죠. 발언에 앞서, 험난한 벽으로 가득한 세상 속,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고 계시는 모든 여성 분들께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6일, 우리는 또 다른 벽을 마주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 때문입니다.
이 해법은 실질적인 배상 책임을 지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아니라, 제삼자인 한국 기업에게 배상 의무를 전가합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말을 연막 삼아, 강제징용 배상의 요점인 ‘일본 기업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가해 주체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할 한국 정부가 그 책임을 외면한 겁니다.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조차 없었던 2015 한일합의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협력, 그리고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을 내걸고 이 같은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전범기업의 책임 사실을 흐리는 합의,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이 합의가 도대체 어떻게 자유와 평화를 지켜줄 수 있단 말입니까? 피해자들의 평화를 완전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대체 무슨 염치로 평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합의가 ‘해법’이 되기 위해선, 합의의 중심에 반드시 피해자가 서 있어야 할진대, 이 합의에서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평화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과거를 무시한 채 평화로운 미래를 도모하다니, 우스운 일입니다. ‘해법’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고 불리어서도 안 될 이 굴욕적인 합의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고통받은 이들의 목소리는 허무할 만큼이나 쉽게 무시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여성의 목소리가 잊히고, 피해를 토로하는 사람들의 말이 구조적으로 억압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외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억압받고 있지만, 그 억압 때문에 우리가 사그라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시인 루이즈 글릭이 쓴 <눈풀꽃>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 당신들과 함께 다시 / 그렇다고 외치며, 기쁨에 모험을 건다. /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저는 이 구절이 우리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살을 에는 바람이 부는 세상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매순간 함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모험을 걸어봅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이면 차가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짓누르는 무책임한 합의도 깨부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함께일 때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평화나비네트워크 또한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싸움을 하고,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대자보를 붙이고, 항의 행동에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악몽 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외침이 의미 있는 메아리가 될 수 있도록 늘 함께하겠습니다. 외로운 세상에서 투쟁마저 외로운 것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
연대발언_권예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권예은입니다.
3월 8일인 오늘은 '3·8 세계여성의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오늘, 뉴욕의 한 광장에 1만 5천 명의 여성 노동자가 모여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빵'은 여성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여러분께 드린 이 '장미'는 여성의 참정권, 인권을 의미합니다. 이 시위를 계기로 여성 인권과 참정권을 위한 운동이 전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시대였던 100여 년 전, 한반도 땅에서 살아가던 여성들의 인권은 어땠을까요?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한반도를 전초기지로 삼았던 일본은 수십만 명의 여성을 군 성노예로 만들어 착취했고, 오늘날까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요? 이틀 전인 3월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며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파트너 일본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기리는 ‘세계여성의날’인 오늘,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은 일본 정부와 그들의 악업을 방기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진정한 사죄 없이는 ‘연대’ 도, ‘협력’도 없을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고 생존자들의 고통을 인정하십시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생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역사적 의무를 이행하십시오. 일본군성노예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존엄성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 모두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끊임없이 상흔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오신 생존자분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115년 전 ‘여성에게 생존과 존엄을 보장해달라’ 외쳤던 수많은 여성의 진정과 지금 이 시각 우리 모두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30년간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한국여성의전화가 함께하겠습니다. 여성들의 삶에 응원을 전하는 이 장미가 이 자리에 가득한 것처럼, 피해생존자를 위한 정의가 가득 피어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선창하면, 마지막 구호를 두 번 반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라!
피해자 중심의 문제해결을 신속히 추진하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