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포항 할머니 방문기?

9월 15일 행, 새싹 활동가가 포항에 계신 박필근 할머니를 만나 뵈었습니다.

포항역에 도착해 '할머니~저희 포항이에요~금방 갈게요'하고 전화를 드리니 '오야 오야 오야'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기분이 좋으시면 '오야'를 더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이날도 연신 '오야'를 반복하셨습니다.

비가 오고 쌀쌀하니 들어가 계시라 당부드렸지만, 할머니께서는 댁 앞 평상에 앉아 활동가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지난번 선물 드린 물빛 나비 팔찌와 파란색 남방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활동가들을 반겨주셨습니다.

함께 댁으로 들어가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 아픈 곳은 없으신지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으신 할머니께서 늘 붙이고 계시던 파스가 보이지 않아 여쭈어보니, '그냥 내가 잡아 떼부렸다' 하셨습니다. '젊었을 땐 날아댕겼구만...' 하시는 할머니께서는 우중충한 날씨에 관절이 더욱 좋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이른 시간 도착한 활동가들이 아침을 걸렀을까 걱정되셨는지 '감주 먹그래이', '박카스 주까?' 하셨습니다. '식사하고 같이 먹어요~' 하면서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는 할머니께서 잘 잡수시는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할머니께서는 절반 넘는 면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으셨습니다. 반년 전만 해도 한 그릇은 거뜬히 비우시던 할머니셨는데 '이것도 다 못 먹는다' 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샀습니다. 입맛 없으실 때 잡수시는 요플레, 요구르트, 휴지, 설탕 등 여러 가지를 사고 고기와 쌀은 댁으로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들과 함께 외출하니 기분 전환이 되셨는지 '비가 안 와서 좋다'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이슬비가 떨어지고 있었다는 건 우리 활동가들만 아는 비밀입니다^^

댁으로 돌아가 사 온 물품을 정리하고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활동가들에게 보답하고 싶으셨는지 감주와 박카스를 권하셨습니다. 식사 직후라 배가 불렀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던 활동가들은 감주 한 대접, 박카스 한 병씩을 비웠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얼마 전 병원에 가 새로운 틀니를 맞췄던 것, 시에서 명절 인사차 방문한 일 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서벌(서울) 길이 천 리 길이다'라고 하시는 할머니께 '할머니도 서울에 오시면 너무 좋을 텐데요~사무실에서 다들 할머니 보고 싶어 해요~'하자 웃으시면서 '서벌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린다. 몸도 아파가 우째 가노'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오신다면 저희가 당연히 모시고 가죠~'라고 해도 할머니는 완강하십니다.

'화투 한판 칠까?' 하시길래 '오늘은 할머니를 이겨볼 수 있을까요~?'라고 농담하면서 화투를 시작했습니다. '먹을 것도 없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만 금세 점수를 내시는 할머니. 활동가들은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몇 판을 치다가도 할머니께서는 활동가들이 기차 시간에 늦을까 걱정하십니다. '한 판만 더 하자'고 하시는 할머니께 '저희 세 판은 더해도 되어요! 시간 많아요'라고 해도 여지없이 귀경을 재촉하셨습니다.

결국 한 판이 끝나고 활동가들은 댁을 나섰습니다. 명절 잘 쇠시고 곧 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자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늘 그렇듯 평상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길을 나섰습니다. 활동가들이 탄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는 할머니. 벌써 그리워집니다.

할머니께서 한가위 풍성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고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