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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사업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활동보고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가 주관하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에 정의기억연대도 함께했습니다. 다양한 연대공연과 발언으로 이루어진 행사를 통해 ‘젠더폭력 해결’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김민재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운동 형성사업팀 팀장, 류현아 불꽃페미액션 대표, 여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힘이 되는 발언과 예술공동체 마루, 가수 이랑의 공연 후 성명서 낭독을 했습니다. 이후 바닥에 피켓으로 '반격' 포스트잇을 붙이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도 꾸준히 현 사회를 뒤흔드는 젠더폭력의 해결을 위하여 목소리 내겠습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발언문]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 우리는 모두 다시 태어났습니다.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무고한 여성이 처참하게 살해된 그날 우리는 모두 다시 태어났습니다. 가해자가 경찰조사에서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한 그 때, 언론이 가해자를 두둔하며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진단한 그 때, 경찰과 정부가 ‘남녀화장실 분리’를 대책이라고 내놓은 그 때, 우리는 모두 다시 태어났습니다. 


‘여성혐오’에 의한 ‘여성살해’ 범죄임을 분명히 깨달은 우리는 ‘당신의 죽음이 곧 우리의 죽음’이라고 절규하며, ‘오늘도 우리는 모두 우연히 살아남았’으며, ‘이제 더 이상 물 흐르듯 넘어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우쭐대던 이야기들은 모두 스토킹 범죄고, 온라인에 떠도는 수많은 야동과 음담패설은 성착취물이자 디지털성폭력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자란 북어처럼 사흘에 한 번씩 패야 맛이 난다’는 가정폭력이고 정조에 관한 죄는 성폭력이며 윤락행위는 성매매라고 피터지게 외치며 법과 제도를 바꿔왔던 선배들의 역사에도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강남역에서 출발한 우리의 분노와 각성, 가열 찬 연대는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대한 ‘미투 운동’의 물결을 이끌었고, 혜화역의 함성을 통해 디지털성폭력을 세상에 드러냈으며, 텔레그램 N번방의 성착취를 폭로했습니다. 


그럼에도 2024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과 성착취, 여성살해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인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더니 그나마 있는 성평등 정책도 실종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 꼴찌, 26년째 성별임금격차 1위인 상황에서, 가정폭력·성폭력 예방홍보 예산 삭감, 성인권교육 예산 전액 삭감,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등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성평등 책무가 방기되고 있습니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5년이 지나도록 후속조치가 감감하며 비동의강간죄 개정도 요원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좌절하거나 절망하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는 식민주의, 군국주의, 가부장제의 감옥이 굳건하게만 여겨지고 성폭력이라는 법적 용어도 없을 때, 용감하게 세상에 나타나 인신매매, 성폭력, 집단강간, 성착취, 페미사이드를 고발하셨습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민족차별, 계급차별이 교차할 때 여성의 몸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전 세계에 당당히 밝히셨습니다. 국제관계와 독재체제, 반성하지 않는 가해국 일본에 의해 뭉개진 진상규명과 사실인정, 가해자 처벌과 진정어린 사죄를 위해 격렬히 활동하셨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는 무도한 역사에 분연히 맞서 싸웠던 선배활동가들과 피해생존자들의 용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행동하고 변화시켜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차별과 폭력은 단순히 고통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세계를 비판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이 됩니다. 고통의 경험을 변혁의 자원으로 승화시켜 온 여성들이여, 계속 소리치고 연대하고 싸워 마침내 승리합시다. 세계 역사가 증명하듯, ‘미친 여자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