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날씨 좋은 금요일, 서울 사시는 할머니를 방문했습니다. 인근에서 구입한 한우 안심을 전하며 여기 함께 들어 있는 대파 넣고 고깃국을 푹 끓여 드시라 말씀드렸습니다. 비싼 정육점인데 왜 거기서 샀느냐! 타박 하시면서도 저희에게 줄 두유를 꺼내 놓으시는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를 처음 뵌 낙영 활동가는 할머니가 너무 정정하고 고우셔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낙영 활동가를 소개하고 지난달 할머니 댁을 방문한 활동가들 얘기를 하는 동안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옮겨졌습니다. 할머니 말씀으로 결혼에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결혼과 서울에 정착했던 시절을 여쭈니 그때의 할머니 나이와 상황, 심정을 거침없고 명확하게 짚어 나가셨습니다. 중매로 결혼생활을 시작해 전쟁통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아이들을 길러낸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굉장한 이야기꾼이셨습니다.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던 단무지와 오이지 만들기 특강도 들었습니다. 끓는 소금물에 오이를 잠깐 담갔다 꺼내는 게 맛있는 오이지 만들기 비법입니다. 

최근 성경을 2회 정독하고 3회째 읽고 있다는 할머니께서 커다란 몸짓을 곁들여 가며 다윗과 골리앗, 솔로몬 왕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영화를 보는 듯 생생했습니다. 한번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 밤을 훌쩍 새고 동이 틀 때까지 집중하신다 합니다. 요즘 마음이 편안한 이유는 모두 성경을 읽어서라는 게 할머니 생각입니다. 할머니께 성경 읽기를 강하게 추천 받았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할머니 댁을 나섰습니다. 이 날은 할머니의 꿈이 무엇인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꿈이었어요. 시간이 흘러 어떤 꿈인지 모두와 나눌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