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3월 포항 할머니 방문기

3월 24일 행, 방학, 유진 활동가가 포항에 계신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지난 방문 때, 할머니께서 계속 앉아 계시며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나 이번에는 미끄럼방지가 있는 두툼한 메모리폼 방석을 사 갔습니다. 잊지 않게 조심조심 챙겨가며, 할머니께서 좋아하실까, 마음에 들어 하실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습니다.

포항역에 도착해 곧 도착한다고 전화를 바로 드렸지만, 너무나 활동가들이 보고 싶었던 할머니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 할머니, 정대협 곧 도착해요~ ” 라고 말씀드리자 “ 오야 오야, 퍼뜩 오니라! ” 하시며 반갑게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셨습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할머니께 뭐가 드시고 싶은지 여쭙자, “ 아무거나 괜찮다~ ” 하셨습니다. 할머니께 슬쩍 “ 할머니, 고디탕은 어떠세요? ” 하자, “ 고디탕에 고디도 없더라 ” 하시는 대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할머니께서 늘 좋아하시는 중국집에 가기로 하자 거기 음식 솜씨가 좋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경상도 할머니들의 돌려 말하기 화법에 익숙한 경상도 출신 방학 활동가가 “ 할머니, 쌀은 맨날 드시니 밥보다는 면이 낫죠? ” 하고 먼저 물었습니다.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시던 할머니께서 “ 쌀은 맨날 쌀만 먹는다. ” 하고 답하시는 모습에서 우리들의 할머니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짜장면 한 그릇을 잘 잡수시고 처음 방문한 유진 활동가를 가만히 보시다, 나이는 몇 살이냐, 결혼은 했냐, 여쭤보셨습니다. 20대인 유진 활동가가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신랑 될 사람은 있고 집이 아직 없다, 하니 마음에 안 드시는 표정으로 집은 신랑이 해와야지! 하고 농담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다리가 아파 요즘에 장터도 못 가본다고 속상해하셔 점심을 먹은 뒤 장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입이 심심하실 할머니께 요거트, 쌀 과자를 샀고, 고추장, 고기와 쌀 등 할머니께서 필요한 식재료들을 샀습니다. 할머니의 조끼 패딩이 많이 낡아 마트에서 보려 했지만 마땅한 옷이 없어 다음 방문에 꼭 사드리기로 약속했습니다.

다시 할머니 댁으로 돌아와 드디어 저희가 사드린 방석을 개시했습니다. 할머니께서 푹 앉아 보시더니, 좋다며 한참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담소를 나누려 하던 차, 보건소에서 방문해 간단한 혈압, 혈당 검사를 했습니다. 혈압은 좋으시고, 혈당은 조금 높긴 하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요즘 소양증이 있으셔 방문해 약을 전해드렸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활동가들에게 커피, 박카스, 석류를 대접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 잘 먹겠습니다, 하고 크게 인사드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양 보호사님께서 오시자 할머니께서는 얼른 집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서울까지 갈 길이 멀다며 재촉하셨습니다. 요양보호사님께서 오붓하게 화투 치시고 싶은 마음에 얼른 가라고 하시는 것 같다며 농담하셨지만, 사실 활동가들이 기차를 놓칠까 걱정되는 마음이셨습니다.

짧은 방문이지만 할머니께서 매번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문밖까지 나오셔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인사를 하는 모습이, 정말 손주를 맞이해주시는 할머니의 사랑 같아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다음 방문 때까지, 할머니께서 행복하고, 평온하고,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