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을 열고 익숙한 마당에 발을 디뎠습니다. 평상 옆으로 할머니의 분주한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할머니-!’
인기척을 느끼신 듯 할머니께서 뒤를 돌아보시곤 ‘왔나.’ 하십니다. 이날따라 오는 길이 막혀 할머니께서 혹여나 기다리시다 지치실까 여러번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시나 궁금해서 곁을 기웃거리니 할머니께서 손질된 파가 담긴 접시를 내보이며 ‘너희 줄라고 이거 하고 있었다’ 하십니다. 아마 찬거리를 만들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매번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저희를 위해 파(?)를 손질했을 모습이 그려져 코 끝이 찡해졌습니다.
“할머니 저 기억나세요?”
기대를 담아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흘긋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모린다(모른다).’
***
열두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할머니를 모시고 모두 차에 올랐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자 익숙한 할머니의 성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금방 컴컴해진다. 언제 올라가노.’
지나가던 점원분께도 별안간 한 마디 던지십니다.
‘이 사람들 설에서 왔소! 다시 돌아가요, 빨리 주소!’
주문한 불고기 전골이 나오자 한 말씀 더 하십니다.
‘언제 끓어가 언제 먹노, 한참 걸린다’
전골에 불을 올린지 5분 남짓 지났을 때였습니다.
좀 늦게 내려가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보지만 할머니 머릿속에는 언제나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하게 저희를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뿐인듯 했습니다. 다행히도 음식은 아주 입맛에 맞으셨는지 식당을 나가실 때 점원분께 짭지도 않고 아주 맛있다며, 잘묵고 간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남기셨습니다.
정해진 루틴(링크)대로 할머니께 필요한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렀습니다. 할머니께서 손짓하는 대로 갖가지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카트에 가득 실었습니다. ‘꼬마(요거트), 휴지, 퐁퐁, 고기…’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다시 확인해봅니다.
참, 이날은 얼마전 생신을 맞은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활동가 행이 집에 도착해 준비한 선물의 포장을 풀자 밝은 분홍색 니트와 조끼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할머니 표정을 살피니 선물이 썩 마음에 드시는지 연신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이 안좋으신 할머니를 위해 행이 직접 편지도 읽어드렸습니다.
분홍색 조끼를 입고 함께 선물한 팔찌를 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먹여 살려서 고맙다. 복받을기다. 누가 나를 이리 먹여살리주노. 참말이다. 고맙다.’
활동가 행이 옷과 물건들은 할머니가 건강하시고 즐겁게 생활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시민들이 돈을 보내주셔서 산 거라고 설명드리자 오야오야 고맙다. 다들 너무 고맙다 하십니다. 좋은 일하니 다들 복받을 거라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느때처럼 화투를 치고 돌아가면 좋겠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할머니네 밭을 구경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대신했습니다. 할머니 마당 앞에 있는 밭에는 무가 파란 이파리를 늘어뜨린채 줄을 서있었습니다.
다음 방문에도 저는 할머니께 저를 기억하냐고 여쭤볼 것입니다. 아마 할머니는 모른다고 대답하겠지요. 괜찮습니다. 제가 할머니 몫까지 기억하면 되니까요. 저는 할머니께 하나뿐인 활동가로 기억될 수는 없겠지만, 할머니 곁에 오고가는 사람들, 그 따뜻함의 일부로 어렴풋이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 문을 열고 익숙한 마당에 발을 디뎠습니다. 평상 옆으로 할머니의 분주한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할머니-!’
인기척을 느끼신 듯 할머니께서 뒤를 돌아보시곤 ‘왔나.’ 하십니다. 이날따라 오는 길이 막혀 할머니께서 혹여나 기다리시다 지치실까 여러번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시나 궁금해서 곁을 기웃거리니 할머니께서 손질된 파가 담긴 접시를 내보이며 ‘너희 줄라고 이거 하고 있었다’ 하십니다. 아마 찬거리를 만들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매번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저희를 위해 파(?)를 손질했을 모습이 그려져 코 끝이 찡해졌습니다.
“할머니 저 기억나세요?”
기대를 담아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흘긋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모린다(모른다).’
***
열두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할머니를 모시고 모두 차에 올랐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자 익숙한 할머니의 성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금방 컴컴해진다. 언제 올라가노.’
지나가던 점원분께도 별안간 한 마디 던지십니다.
‘이 사람들 설에서 왔소! 다시 돌아가요, 빨리 주소!’
주문한 불고기 전골이 나오자 한 말씀 더 하십니다.
‘언제 끓어가 언제 먹노, 한참 걸린다’
전골에 불을 올린지 5분 남짓 지났을 때였습니다.
좀 늦게 내려가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보지만 할머니 머릿속에는 언제나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하게 저희를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뿐인듯 했습니다. 다행히도 음식은 아주 입맛에 맞으셨는지 식당을 나가실 때 점원분께 짭지도 않고 아주 맛있다며, 잘묵고 간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남기셨습니다.
정해진 루틴(링크)대로 할머니께 필요한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렀습니다. 할머니께서 손짓하는 대로 갖가지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카트에 가득 실었습니다. ‘꼬마(요거트), 휴지, 퐁퐁, 고기…’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다시 확인해봅니다.
참, 이날은 얼마전 생신을 맞은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활동가 행이 집에 도착해 준비한 선물의 포장을 풀자 밝은 분홍색 니트와 조끼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할머니 표정을 살피니 선물이 썩 마음에 드시는지 연신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이 안좋으신 할머니를 위해 행이 직접 편지도 읽어드렸습니다.
분홍색 조끼를 입고 함께 선물한 팔찌를 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먹여 살려서 고맙다. 복받을기다. 누가 나를 이리 먹여살리주노. 참말이다. 고맙다.’
활동가 행이 옷과 물건들은 할머니가 건강하시고 즐겁게 생활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시민들이 돈을 보내주셔서 산 거라고 설명드리자 오야오야 고맙다. 다들 너무 고맙다 하십니다. 좋은 일하니 다들 복받을 거라 말씀해주셨습니다.
여느때처럼 화투를 치고 돌아가면 좋겠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할머니네 밭을 구경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대신했습니다. 할머니 마당 앞에 있는 밭에는 무가 파란 이파리를 늘어뜨린채 줄을 서있었습니다.
다음 방문에도 저는 할머니께 저를 기억하냐고 여쭤볼 것입니다. 아마 할머니는 모른다고 대답하겠지요. 괜찮습니다. 제가 할머니 몫까지 기억하면 되니까요. 저는 할머니께 하나뿐인 활동가로 기억될 수는 없겠지만, 할머니 곁에 오고가는 사람들, 그 따뜻함의 일부로 어렴풋이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09.22. 활동가 지우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