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10월 할머니 방문했습니다.

10월에도 정의연은 할머니들을 뵈었습니다. 이제는 활동가들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쳐서 조금은 안심하며 그래도 조심스럽게, 오라 하시는 할머니들을 찾아뵈었습니다.

먼저 늘 언제 오냐며 기다리시는 포항의 박필근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이나영 이사장, 최광기 이사와 활동가들이 함께 갔습니다. 미리 방문한다고 연락드리면 늘 일찍부터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계신 할머니인데 웬일로 할머니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이실까 했더니 깜빡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부르자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십니다. 많은 사람이 가서 더 반가우셨는지 연신 손을 잡고 서울에서 싸게(빨리) 왔다, 하시며 웃으십니다. 잠시 앉아 얘기 나누다가 늘 그렇듯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마트로 갔습니다. 할머니 손잡고 다니며 할머니 필요하신 것들 같이 골랐습니다. 식당과 마트가 있는 읍내까지 오고가는 차 안에서 할머니는 두런두런 이야기하십니다. 내가 예전에는 날아다녔다, 세월이 눈 깜짝할 새 갔다며 좋은 거 많이 먹고 좋은 거 많이 보고 좋은 데 많이 다니라고 얘기해 주십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할머니는 마음이 바쁘십니다. 할머니 집 옆과 앞 조그마한 텃밭에서 알뜰하게 가꾸신 고구마를 캐놓았는데 그걸 싸줘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십니다. 한 상자를 이미 꺼내 놓으셨는데 방문자가 생각보다 많으니 한 상자를 더 꺼내십니다. 아니라고, 너무 많다고, 서울까지 무거워서 가지고 가지도 못한다고 해도 할머니 고집을 꺾을 수가 없습니다. 명절 때 선물 싸는 보자기에다가 고구마를 넣고 또 넣고 싸셔서 기어이 상자 두 개를 다 비우십니다. 다음 달에 또 올게요~ 하며 인사드리고 나오는 길,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 주십니다.

그리고 수도권 지역 할머니들을 뵈었습니다.

먼저 찾아뵌 할머니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눈이 동그래지셨습니다. 한참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 조금 안정이 되시면서 얼굴 살도 조금 오르고 안색도 좋으셔서 반가웠습니다. 무엇보다 식사를 잘하시는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할머니와 동네 공원에 산책을 갔습니다. 넓은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예쁜 꽃도 구경하고 연못에서 땀도 식혔습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이제 갈게요~ 말씀을 드리는데 할머니께서 서운하신지 눈물을 보이십니다. 활동가들 역시 아쉽고 아쉬워 손잡고 빠른 시간 안에 또 오겠다고 할머니와 약속했습니다.

두 번째로 뵌 할머니는 건강하신 편이신데 그래도 어깨와 허리 같은 데가 아프다고 하십니다. 음료수를 내주셔서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90이 넘는 고령이신데도 기억력이 무척이나 좋으시고 세심하고 작은 부분까지 다 기억하십니다. 어릴 때 겪었던 무서운 일을 얘기하시며 지금 현재 일인 양 목소리까지 떨리셔서 듣는 사람도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되도록 옛이야기를 하시더니, 이제 가라, 하십니다. 고맙다고 하시며 또 오라고 손 흔들어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뵌 할머니는 정의연 활동가들의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안 오나, 하고 시장에 가셨다고 합니다. 전화를 드리고 조금 기다리니 할머니께서 오셨습니다. 건강하셔서 조금 먼 거리의 시장까지도 걸어서 다니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잘 잡수시지 못해 어지럽다고 하십니다. 언제나처럼 역시 이것저것 간식을 많이 내놓으시고 어여 먹으라 재촉하십니다. 얘기하느라 조금 먹는 게 느려지면 얼른 먹어! 하십니다. 먹어~ 해서 계속 먹고 있어요! 하니 응, 계속 먹어~ 하십니다. 언제나 유쾌한 할머니 덕에 할머니를 만나면 엄청 웃고 갑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정의연에서 준비한 선물과 함께 구로코리아에서 지원해 주신, 김, 감태김, 누룽지 등도 같이 전달해 드렸습니다. 구로코리아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11월부터는 조금씩 생활이 정상화되는 듯합니다. 저희도 건강 걱정 없이 마음껏 할머니를 뵈러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할머니, 다음 달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