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4차 정기 수요시위 주관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에서 하였고 사회는 사회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수산나 목사님이 보았습니다.
먼저 정의연 활동가들이 신나는 <바위처럼> 율동을 하며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이신 이혜진 목사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어 연대발언이 있었습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소예은 전도사님, 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장 박우섭 전도사님, 평화나비 네트워크 조세연 서울대표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했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신 최주 목사님과 진민경 목사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의연 활동가들이 <날개> 율동을 하며 164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허정(포항), 정연진, 평화나비 네트워크, 자립지지 공동체, 여성교회, 난민안전연구소, 스기모도 겐지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이원석, Sung Park(시애틀늘푸른연대), 제니맘, 삔삥이, Monica Kim, 한덕규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주관단체 인사말_이혜진 목사(기장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
오늘 1644차 수요 정기 집회에 참석한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 이혜진 목사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는 개신교 여성목회자들의 모임입니다. 우리 기장 전국여교역자회는 정의기억연대(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발족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습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 동원한 반인류적 범죄를 공식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범죄는 없었다고 딱 잡아떼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 맞서 33년 동안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투쟁을 하면 할수록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우리가 옳다는 것을 거듭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피해 할머니들은 고통을 혼자서만 감내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1991년 김학순할머니를 시작으로 많은 분들이 일본군 성노예의 실체와 악랄함을 폭로하였습니다. 용감하게 범죄의 실상을 증언한 김학순, 강덕경, 김복동 할머니 등 많은 분들을 기억합니다. 할머니들은 피해자이자 동시에 역사의 증언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생존해계실 때에 일본 정부가 사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공식사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공식사과하는 날을 꿈꿉니다. 역사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짐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올바른 역사는 이어집니다. 그래서 기억은 이런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게 합니다.
제가 속한 기독교는 지금이 부활절 절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로 살았던 예수님의 삶을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사건입니다. 어둠과 죽음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예수를 일으키신 사건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예수를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여성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하는 부활의 첫 증인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첫 증언자가 되었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 부활의 종교이며 동시에 예수의 삶을 기억하고 예수님처럼 약자들과 함께하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웃는 예수님의 삶을 이어가는 기억의 종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신 할머니들의 고통을 기억합시다.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억합시다. 할머니들의 투쟁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이곳에 나와서 새 역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청소년, 청년들의 약속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기억할 때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현 정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군 만행을 지우려는 현 정부의 친일 굴욕외교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여당은 참패했습니다. 반면에 야당은 대승했습니다. 여당이 참패한 것은 친일 굴욕외교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고, 여성정책이 없기 때문이고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막겠다는 야당은 승리했습니다. 이제 현 정부의 친일 굴욕 외교는 멈춰야 합니다.
수요집회는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현장입니다. 여성 인권을 바르게 세우는 인권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민족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 투쟁합시다.
33년 동안 투쟁을 이끌어온 정의기억연대 지도자들과 실무자들, 활동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요집회에 참여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기장교회와 우리 전국여교역자 회원들은 언제나 할머니들과 정의기억연대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끝까지 투쟁해갑시다. 그리고 승리합시다.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할 때까지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연대발언_소예은 전도사(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안녕하세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소예은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제 1644차에 이르렀습니다.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외치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우리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제 그들에게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의 외침이 익숙해진 것만 같습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는 차수를 더해가는 이 시위에 매번 가슴이 아픈데 말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모여야 합니다. 이 시간에 이 외침은 그저 흩어지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이 외침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것처럼 우리의 소리는 그들에게 다가가 끝내 변화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고 흘러간 과거의 문제를 끄집어내 부끄러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에 살아 움직이는 문제입니다. 짓밟힌 청춘에 아파하고, 고통받는 생존자가 있습니다. 뻔뻔하고, 떳떳하게 삶을 살아가는 가해자가 있습니다. 생존자의 슬픔의 부르짖음은 들리지 않는 듯 가해자의 편에 선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 문제는 비단 일본군 성노예만을 국한하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성착취 문제를 일으켰던 N번방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이버상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삼아 잘못된 욕망을 분출한 이 N번방 사건에 가담한 이들만 수십만입니다. 여성의 성이 유린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정부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은 결국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넘어서 성착취 문제와 여성의 성적대상화 문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우리의 외침에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고, 더 늦어지기 전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회에 만연한 혐오문화에 힘을 실어 이미 고통받는 이들에게 고통을 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우리는 이 말씀을 따라 우는 자의 곁에서 함께 우는 자가 되겠습니다. 상처와 고통 속에 울부짖는 이들 곁에 함께 정의를 외치는 자가 되겠습니다. 계속해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기쁨의 그날에 함께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박우섭 전도사(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박우섭 전도사입니다.
성정의위원회는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초기 상담과 조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에 대응할 때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예방입니다. 예방은 개인적 차원보다는 공동체 전체가 고민해야 할 사안입니다. 성폭력의 주 원인은 특정 개인의 욕망이나 피해 경험자의 책임이 아니라, 불평등한 권력 구조 속에서 젠더화된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내의 문화와 권력 구조를 고민하고, 평등한 문화로 바꾸는 것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처참한 나라입니다. 지난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젠더화된 폭력을 말하고 당선된 이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이 당선되었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젠더를 갈등과 편가르기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근 10년간 여성의 투표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이 사회의 문화가 그 사람의 지정 성별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얼마나 혐오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측면입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눈 감았습니다. 교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이 나라 기독교의 절반은 여성에게 교회 지도자의 자격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앞에서 오히려 성폭력 피해경험자를 돕는 이들이 고소를 당하고, 교회에서 쫓겨나는 일도 발생합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이 근처에서 교회의 이름을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외치는 이들을 매주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 극단적으로 뿌리내린 혐오의 문화가 신앙으로 포장된 결과입니다.
우리가 외치는 것은 피해경험자의 회복입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회복입니다. 젠더화된 집단의 폭력을 저지른 이들이 반성하고, 피해경험자에게 적절한 배상을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문제를 교과서에 기록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재점검하는 것, 그것은 피해경험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기위해 이 자리에 모여있습니다.
제가 올해로 서른살입니다. 제가 태어나던 날에는 171회차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1644차입니다. 피해가 발생한지 거의 백년,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지 삼십년이 넘었음에도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디딤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도 비참한 일입니다. 정말 슬픈 일은 이 회복의 과정이 피해경험자 할머님들의 삶보다 오래 지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갑니다. 우리는 끝내 이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이 누구에게나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떤 폭력에서도 우리가 안전하도록, 우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할머니들이 시작하고 열어온 길을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조세연(평화나비 네트워크 서울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나비네트워크 서울대표 조세연입니다.
바로 어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습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2014년의 그날을 생각합니다. 저는 그때 13살 초등학생이었는데요. 열세 살의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날은 유독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잊을 수 없었고 잊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날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고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선 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저와 함께 거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우리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던 그 말이 너무 끔찍하고 뼈에 사무쳤으니까요. 그 이후 우리는 희생자에게서 등 돌리고 생존자들을 기만하며, 진상규명은커녕 기본적인 예우조차 잊은 정부와 마주했습니다.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요.
세상은 아직도 피해자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웁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책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고통은 피해자의 몫이 되고 가해자들은 책임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런 광경을 우리는 너무 오래, 많이 지켜봤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은커녕 기만적인 합의와 언행으로 오히려 2차 가해를 가하는 정부,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생존자에게 순수한 피해자성을 요구하며 또 다시 ‘가만히 있으라’고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검열하고 마약 프레임을 씌우려 애쓰며 끝내 특별법을 거부한 정부를 참 오랜 기간동안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정부를 이제는 그만 보고 싶습니다. 문제 해결과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정부는, 왜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뒤로 숨거나 오히려 전면에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일까요. 세상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바로잡으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정부가 아닙니까.
이처럼 무능력하다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정부의 대처를, 되도 않는 합의를 해법이랍시고 내놓는 모습을, 수요시위 옆 혐오세력을 방치한 채 일본과의 파트너십 운운하는 뻔뻔함을, 10주기 기억식에도 오지 않는 나태함을, 거부권을 남발하며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저버리는 정부의 추태를 보며 많이 무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기억하고 추모하며 때로는 한데 모여서 저항하는 이들이 있기에, 저 역시 맞서싸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일상이 오늘도 평안하길 빕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평화나비가 늘 외치는 구호처럼, 이 땅에도 언젠가 평화가 오기를, 그러기 위해서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잊지 않음으로써, 행동함으로써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644차 정기 수요시위 주관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에서 하였고 사회는 사회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수산나 목사님이 보았습니다.
먼저 정의연 활동가들이 신나는 <바위처럼> 율동을 하며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이신 이혜진 목사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어 연대발언이 있었습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소예은 전도사님, 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장 박우섭 전도사님, 평화나비 네트워크 조세연 서울대표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했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신 최주 목사님과 진민경 목사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의연 활동가들이 <날개> 율동을 하며 164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허정(포항), 정연진, 평화나비 네트워크, 자립지지 공동체, 여성교회, 난민안전연구소, 스기모도 겐지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이원석, Sung Park(시애틀늘푸른연대), 제니맘, 삔삥이, Monica Kim, 한덕규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주관단체 인사말_이혜진 목사(기장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
오늘 1644차 수요 정기 집회에 참석한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부회장 이혜진 목사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는 개신교 여성목회자들의 모임입니다. 우리 기장 전국여교역자회는 정의기억연대(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발족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습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 동원한 반인류적 범죄를 공식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범죄는 없었다고 딱 잡아떼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 맞서 33년 동안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투쟁을 하면 할수록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우리가 옳다는 것을 거듭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피해 할머니들은 고통을 혼자서만 감내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1991년 김학순할머니를 시작으로 많은 분들이 일본군 성노예의 실체와 악랄함을 폭로하였습니다. 용감하게 범죄의 실상을 증언한 김학순, 강덕경, 김복동 할머니 등 많은 분들을 기억합니다. 할머니들은 피해자이자 동시에 역사의 증언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생존해계실 때에 일본 정부가 사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공식사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공식사과하는 날을 꿈꿉니다. 역사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짐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올바른 역사는 이어집니다. 그래서 기억은 이런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게 합니다.
제가 속한 기독교는 지금이 부활절 절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로 살았던 예수님의 삶을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사건입니다. 어둠과 죽음에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예수를 일으키신 사건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예수를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여성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하는 부활의 첫 증인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첫 증언자가 되었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 부활의 종교이며 동시에 예수의 삶을 기억하고 예수님처럼 약자들과 함께하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웃는 예수님의 삶을 이어가는 기억의 종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신 할머니들의 고통을 기억합시다.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억합시다. 할머니들의 투쟁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이곳에 나와서 새 역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청소년, 청년들의 약속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기억할 때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현 정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군 만행을 지우려는 현 정부의 친일 굴욕외교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여당은 참패했습니다. 반면에 야당은 대승했습니다. 여당이 참패한 것은 친일 굴욕외교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고, 여성정책이 없기 때문이고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막겠다는 야당은 승리했습니다. 이제 현 정부의 친일 굴욕 외교는 멈춰야 합니다.
수요집회는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현장입니다. 여성 인권을 바르게 세우는 인권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민족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 투쟁합시다.
33년 동안 투쟁을 이끌어온 정의기억연대 지도자들과 실무자들, 활동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요집회에 참여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기장교회와 우리 전국여교역자 회원들은 언제나 할머니들과 정의기억연대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끝까지 투쟁해갑시다. 그리고 승리합시다.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할 때까지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연대발언_소예은 전도사(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안녕하세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장 소예은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제 1644차에 이르렀습니다.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외치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우리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제 그들에게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의 외침이 익숙해진 것만 같습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는 차수를 더해가는 이 시위에 매번 가슴이 아픈데 말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모여야 합니다. 이 시간에 이 외침은 그저 흩어지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이 외침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 것처럼 우리의 소리는 그들에게 다가가 끝내 변화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고 흘러간 과거의 문제를 끄집어내 부끄러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에 살아 움직이는 문제입니다. 짓밟힌 청춘에 아파하고, 고통받는 생존자가 있습니다. 뻔뻔하고, 떳떳하게 삶을 살아가는 가해자가 있습니다. 생존자의 슬픔의 부르짖음은 들리지 않는 듯 가해자의 편에 선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 문제는 비단 일본군 성노예만을 국한하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성착취 문제를 일으켰던 N번방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이버상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삼아 잘못된 욕망을 분출한 이 N번방 사건에 가담한 이들만 수십만입니다. 여성의 성이 유린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정부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은 결국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넘어서 성착취 문제와 여성의 성적대상화 문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우리의 외침에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고, 더 늦어지기 전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회에 만연한 혐오문화에 힘을 실어 이미 고통받는 이들에게 고통을 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우리는 이 말씀을 따라 우는 자의 곁에서 함께 우는 자가 되겠습니다. 상처와 고통 속에 울부짖는 이들 곁에 함께 정의를 외치는 자가 되겠습니다. 계속해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기쁨의 그날에 함께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박우섭 전도사(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박우섭 전도사입니다.
성정의위원회는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초기 상담과 조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에 대응할 때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예방입니다. 예방은 개인적 차원보다는 공동체 전체가 고민해야 할 사안입니다. 성폭력의 주 원인은 특정 개인의 욕망이나 피해 경험자의 책임이 아니라, 불평등한 권력 구조 속에서 젠더화된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내의 문화와 권력 구조를 고민하고, 평등한 문화로 바꾸는 것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처참한 나라입니다. 지난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젠더화된 폭력을 말하고 당선된 이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이 당선되었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젠더를 갈등과 편가르기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근 10년간 여성의 투표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이 사회의 문화가 그 사람의 지정 성별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얼마나 혐오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측면입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눈 감았습니다. 교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이 나라 기독교의 절반은 여성에게 교회 지도자의 자격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앞에서 오히려 성폭력 피해경험자를 돕는 이들이 고소를 당하고, 교회에서 쫓겨나는 일도 발생합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이 근처에서 교회의 이름을 내세우며 혐오 발언을 외치는 이들을 매주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 극단적으로 뿌리내린 혐오의 문화가 신앙으로 포장된 결과입니다.
우리가 외치는 것은 피해경험자의 회복입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회복입니다. 젠더화된 집단의 폭력을 저지른 이들이 반성하고, 피해경험자에게 적절한 배상을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문제를 교과서에 기록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재점검하는 것, 그것은 피해경험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기위해 이 자리에 모여있습니다.
제가 올해로 서른살입니다. 제가 태어나던 날에는 171회차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1644차입니다. 피해가 발생한지 거의 백년,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지 삼십년이 넘었음에도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디딤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도 비참한 일입니다. 정말 슬픈 일은 이 회복의 과정이 피해경험자 할머님들의 삶보다 오래 지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갑니다. 우리는 끝내 이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이 누구에게나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어떤 폭력에서도 우리가 안전하도록, 우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할머니들이 시작하고 열어온 길을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조세연(평화나비 네트워크 서울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나비네트워크 서울대표 조세연입니다.
바로 어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습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2014년의 그날을 생각합니다. 저는 그때 13살 초등학생이었는데요. 열세 살의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날은 유독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잊을 수 없었고 잊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날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고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선 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저와 함께 거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우리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던 그 말이 너무 끔찍하고 뼈에 사무쳤으니까요. 그 이후 우리는 희생자에게서 등 돌리고 생존자들을 기만하며, 진상규명은커녕 기본적인 예우조차 잊은 정부와 마주했습니다.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요.
세상은 아직도 피해자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웁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책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고통은 피해자의 몫이 되고 가해자들은 책임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런 광경을 우리는 너무 오래, 많이 지켜봤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은커녕 기만적인 합의와 언행으로 오히려 2차 가해를 가하는 정부,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생존자에게 순수한 피해자성을 요구하며 또 다시 ‘가만히 있으라’고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검열하고 마약 프레임을 씌우려 애쓰며 끝내 특별법을 거부한 정부를 참 오랜 기간동안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정부를 이제는 그만 보고 싶습니다. 문제 해결과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정부는, 왜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뒤로 숨거나 오히려 전면에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일까요. 세상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바로잡으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정부가 아닙니까.
이처럼 무능력하다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정부의 대처를, 되도 않는 합의를 해법이랍시고 내놓는 모습을, 수요시위 옆 혐오세력을 방치한 채 일본과의 파트너십 운운하는 뻔뻔함을, 10주기 기억식에도 오지 않는 나태함을, 거부권을 남발하며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저버리는 정부의 추태를 보며 많이 무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기억하고 추모하며 때로는 한데 모여서 저항하는 이들이 있기에, 저 역시 맞서싸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일상이 오늘도 평안하길 빕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평화나비가 늘 외치는 구호처럼, 이 땅에도 언젠가 평화가 오기를, 그러기 위해서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잊지 않음으로써, 행동함으로써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