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12월 1일 행, 감자, 구석 활동가가 포항에 계신 박필근 할머니를 뵈러 새벽부터 서울역에 모였습니다.
감자 활동가와 구석 활동가는 처음으로 필근 할머니를 만나뵙는 자리였는데요, 특히 감자 활동가는 전날 밤에 할머니를 꿈에서도 만날 정도로 설렘으로 가득 차 열차에 올랐습니다. 오매불망 활동가들을 기다리면서 창가에 모자를 쓰고 앉아계시는 모습, 차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문을 열어주며 어서 들어오라고 환영해주시는 모습을 보고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해가 떨어지면 활동가들 귀경길이 험난할까 봐 늘 걱정하시기에 일찍 도착했더니 ‘싸게 왔다~’ 하십니다. 처음 보는 두 활동가를 향해 새침하게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능청을 부리는 할머니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에 내내 웃음이 났습니다. 출발 전에 혹시 할머니께서 낯선 활동가들을 불편해하시면 어떡하지 걱정하던 마음이 무색하게 마치 오래 알아온 사이처럼 포근하게 맞아주셔서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식사가 아직이라고 하셔서 나란히 차를 타고 할머니가 드시고 싶으시다던 중국집에 갔습니다. 활동가들은 할머니가 잘 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하는데, 할머니 당신은 연신 활동가들에게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짜장면을 덜어주시려고 하셔서 한차례 다정한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식사하며 감자, 구석 활동가에게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시던 할머니는 당신이 살아왔던 시절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렵던 시절을 자식들과 함께 살아낸 경험 때문에라도 자꾸 활동가들의 삶을 묻고 서로를 돌봐줄 사람이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가는 길에는 볕이 따사로웠습니다. 이전에 며느리가 사다 줬는데 작아서 못 신으신다며 묵혀뒀던 신발도 교환하고, 필요로 하시는 생필품들을 가장 좋은 것들로 골라 카트에 실으면서 내내 할머니의 손을 맞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평범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나눈다는 건 가끔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할머니를 방문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기 때문에 댁으로 돌아가면 감주를 나눠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금 식사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그릇 가득 마음을 담아 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한참 웃었습니다. 감주를 마시며 함께 화투를 치고, ‘할머니 저도 점수 봐주세요~’하면서 괜히 애교도 부리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더 앉아있고 싶어도 할머니가 얼른 올라가야 안 힘들다며 재촉하시는 바람에 느릿느릿 엉덩이를 뗐습니다. 같이 사진을 찍고 또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분이 좋으셨는지 자주 웃고 농담하시다가도 활동가들을 보내는 시간이 오니 ‘서운해서 우야노’ 하십니다. 날이 추우니 나오지 마시라고 해도 차가 멀리 갈 때까지 현관 앞에 서서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 현관 앞에 시래기를 어찌나 정갈하게 걸어놓으셨는지 그 꼼꼼함에 세월이 묻어나는 할머니,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은 할머니 댁의 따뜻한 장판 위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할머니를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은 만나지 않아도 이미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아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많이 웃으실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웠던 12월 1일 행, 감자, 구석 활동가가 포항에 계신 박필근 할머니를 뵈러 새벽부터 서울역에 모였습니다.
감자 활동가와 구석 활동가는 처음으로 필근 할머니를 만나뵙는 자리였는데요, 특히 감자 활동가는 전날 밤에 할머니를 꿈에서도 만날 정도로 설렘으로 가득 차 열차에 올랐습니다. 오매불망 활동가들을 기다리면서 창가에 모자를 쓰고 앉아계시는 모습, 차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문을 열어주며 어서 들어오라고 환영해주시는 모습을 보고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해가 떨어지면 활동가들 귀경길이 험난할까 봐 늘 걱정하시기에 일찍 도착했더니 ‘싸게 왔다~’ 하십니다. 처음 보는 두 활동가를 향해 새침하게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능청을 부리는 할머니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에 내내 웃음이 났습니다. 출발 전에 혹시 할머니께서 낯선 활동가들을 불편해하시면 어떡하지 걱정하던 마음이 무색하게 마치 오래 알아온 사이처럼 포근하게 맞아주셔서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식사가 아직이라고 하셔서 나란히 차를 타고 할머니가 드시고 싶으시다던 중국집에 갔습니다. 활동가들은 할머니가 잘 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하는데, 할머니 당신은 연신 활동가들에게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짜장면을 덜어주시려고 하셔서 한차례 다정한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식사하며 감자, 구석 활동가에게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시던 할머니는 당신이 살아왔던 시절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렵던 시절을 자식들과 함께 살아낸 경험 때문에라도 자꾸 활동가들의 삶을 묻고 서로를 돌봐줄 사람이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가는 길에는 볕이 따사로웠습니다. 이전에 며느리가 사다 줬는데 작아서 못 신으신다며 묵혀뒀던 신발도 교환하고, 필요로 하시는 생필품들을 가장 좋은 것들로 골라 카트에 실으면서 내내 할머니의 손을 맞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평범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나눈다는 건 가끔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할머니를 방문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기 때문에 댁으로 돌아가면 감주를 나눠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금 식사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그릇 가득 마음을 담아 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한참 웃었습니다. 감주를 마시며 함께 화투를 치고, ‘할머니 저도 점수 봐주세요~’하면서 괜히 애교도 부리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더 앉아있고 싶어도 할머니가 얼른 올라가야 안 힘들다며 재촉하시는 바람에 느릿느릿 엉덩이를 뗐습니다. 같이 사진을 찍고 또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분이 좋으셨는지 자주 웃고 농담하시다가도 활동가들을 보내는 시간이 오니 ‘서운해서 우야노’ 하십니다. 날이 추우니 나오지 마시라고 해도 차가 멀리 갈 때까지 현관 앞에 서서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 현관 앞에 시래기를 어찌나 정갈하게 걸어놓으셨는지 그 꼼꼼함에 세월이 묻어나는 할머니,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은 할머니 댁의 따뜻한 장판 위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할머니를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은 만나지 않아도 이미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아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많이 웃으실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