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발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님, 백휘선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대표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고, 안성 논술학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학생들이 피해 할머니들께 쓴 편지를 정의연 소정 활동가가 대독했습니다.
이어 제71-72회기 여성위원회 위원님들이 특송으로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위 부서기,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 박신원 목사님과 여성위원, 새가정 총무 이영미 목사님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1625차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평화나비 네트워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Goo Lee(미국 시애틀), Sung Park(미국 시애틀), 제니맘, 조안구달,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이원석, 주혜나 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주관단체 인사말_김주연 사관 (교회협 여성위원장)
제162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는 12월 10일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UDHR;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채택된 지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 세계는 다시는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야만적인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자성으로 인간 존엄성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 국가들이 한 곳에 모여,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인 자유와 권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합니다. 성별과 인종,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와 자유 30가지가 명시되어 있는 이 세계인권선언문은 자유와 평등에 관한 세계적인 지침서이자 국제인권법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이 간단한 듯 하지만 복잡하고 심오한 명제를 성취하기 위해 지난 75년 간 인류는 끊임없이 연대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며 정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절망적이게도 우리는 인권과 정의가 후퇴하고 인간 존엄성이 부정당하는 일을 상시적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살상당하고, 세계 곳곳에 역사를 거스르는 우익 정치인들의 퇴행적 행보가 처참한 형극입니다.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노예상태로 예속해 성폭력과 성착취를 자행하며, 잔혹한 방식으로 고문하고 비인간적으로 모욕하고 유기하고 살해한 자들은 반성은커녕 진실을 부인하고 피해자를 다시 멸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인 개인청구권을 부인하며 대한민국의 사법적 판단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침해하고 진실을 파괴할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혐오세력들을 부추기고 지원하며, 정의를 향해 나아간 용기 있는 여성들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전 세계 시민들의 평화비 건립 활동을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하며 노골적으로 방해해 왔습니다. 입으로는 여성인권과 평화를 외치면서 세계인권선언의 근본적인 정신을 흔들고 오염시키며 부정하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이에 적극 대응하며 피해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굽실굽실 가해국에 관계개선을 구걸하며 인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능력, 무책임, 무지와 무시로 일관하며 사법편의주의를 칼날삼아 국민들을 윽박지르고 통제하기 바쁩니다. 언론, 노동, 정치, 경제, 안전,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퇴행하고 한반도 평화는 풍전등화와 같습니다. 피해자 지원체계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뿌리 째 흔들리는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은 난망하며 여성가족부는 존재자체가 문제시되고, 극우 역사부정세력으로부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참담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의미있는 성취를 하나씩 역사에 새겨 넣으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승리했고, 미군기지촌 성착취제도에 문제제기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피해자들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 배상책임을 확정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1월 23일, 대한민국 고등법원은 일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일본국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제6조 모든 사람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7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을 위반하는 어떠한 차별에 대하여도, 또한 어떠한 차별의 선동에 대하여도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8조 모든 사람은 헌법 또는 법률이 부여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담당 국가법원에 의하여 효과적인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우리는 세계인권선언문의 이 6조와 7조, 8조가 단순한 상징적 선언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투쟁해 왔으며 피해자들의 승리를 통해 국제관습법의 새로운 흐름을 앞장 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일제 강점기와 독재체제 종식을 위해 선조들과 선배들이 힘겹게 싸우고 지키고 회복하며 일궈온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지 않고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스스로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섰던 피해생존자들의 외침과 행동을 기억하며, 자유와 평등,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힘차게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2023년 12월 6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백휘선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대표)
안녕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대학생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의 전국대표 백휘선입니다.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가 더욱 잘하고 잇음을 많이 느낍니다. 매번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진 않으신걸까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할까 고민할때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다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2023년의 시작을 생각하면 지금의 12월이 온 것이 생경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2023년 3월, 2015 한일합의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했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되었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정상회담을 재개하였습니다. 3.1절 경축사부터 3월 한일정상회담까지 혼란했던 3월동안 평화나비는 각종 기자회견, 시국선언, 행진, 시위까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학내에서 연달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학내 수요시위를 진행하면서 대학가 내에서 이 문제를 알리고 제3자변제안의 철회를 위한 대학가 서명운동을 진행해 이를 공문으로 정부에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5월에는 기시다 총리가 우리나라에 갑작스럽게 방문하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죄와 반성없이 방문하는 기시다총리를 향해 대학생들은 학교 앞 1인 피켓팅과 집무실 앞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역사문제 해결 없이 진행되는 한일관계에 대해 경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6월 2015 한일합의 문서를 비공개하겠다는 대법원 판결,
7-8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지지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이를 강행한 일본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정단을 꾸려 직접 일본까지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8월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시작된 그날, 이를 두고볼 수만은 없었기에 일본 대사관 바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연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끝나지만 않을 것 같았던 2023년의 위기들이 점점 우리 모두에겐 기회가 되어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시민모금은 6억을 훌쩍 넘겼고, 제3자변제안 공탁에 대해 법원들은 불수리하였습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길었던 2023년의 시간들 속에는 절망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그 안에서 희망을 만들어냈습니다. 평화나비도 학내에서 많은 공격이 있었지만 쉼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시민단체가 항상 함께 연대하고, 주저하지 않고 투쟁하는 것을 보아왔기에 저희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겐 많은 숙제가 남아있고, 우리의 대통령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할것을 알기에 저는 이번 12월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4년에도 기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단체에서 후원의 밤을 진행하는 걸 보면 정말 올해가 끝이라는 걸 느낍니다. 평화나비도 후원행사와 동계워크샵을 끝으로 2023년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직 준비중이지만 10년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후원카페 및 후원의밤을 12월 17일에 진행하고자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평화나비 인스타계정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올해도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남은 12월도 모두 힘내세요! 2023년의 수요시위도 끝까지 함께해요!
안성에서 온 편지
할머니들께
안녕하세요. 할머니들.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김예리라고 해요.
할머니들의 아픈 기억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일제의 만행 속에서 버티고 버텨 살아 왔음에도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시고 계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같은 민족으로서, 같은 여자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악마같은 짓을 저질러 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일제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할머니들께서 매주 수요일 12시마다 목 놓아 사과를 요구하신지 벌써 3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저도 화병이 날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티며 시위하고 계시는 할머니들의 심정이 어떠실지 상상해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할머니들께 힘이 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데, 편지 쓰는 것이 서툴러서 할머니들께 제 편지가 어떻게 다가오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 한마디 한마디가 할머니들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라도 써 보았습니다.
하루 빨리 일제의 사과를 받길 염원해 봅니다.
김예리 올림
위안부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저는 안성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두현우라고 합니다.
전 한국사를 배우면서 일본이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아이들에게, 위안부 할머니께…….
글로 읽고 배우면서 제가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들의 일을 들을 때마다 제 손은 저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고 큰 분노가 일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저의 위로가 할머니들께 작으나마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할머니들께서 겪으셨던 고통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오랫동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계실 때 일본이 꼭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여생이 편안하셨으면 좋겠는게 제 소원입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두현우 올림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안성에 살고 있는 이서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할머니들이 어린 나이에 일제의 압박 속에서 강제로 끌려가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의 말도 없는 일본의 행동에 정말 화가 나고,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매주 수요일 12시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162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주관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에서 하였고 사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직전 부회장 홍보연 목사님이 보았습니다.
먼저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들이 여는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하였습니다.
교회협 여성위원장 김주연 사관님의 주관단체 인사말에 이어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님, 백휘선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대표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해주셨고, 안성 논술학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학생들이 피해 할머니들께 쓴 편지를 정의연 소정 활동가가 대독했습니다.
이어 제71-72회기 여성위원회 위원님들이 특송으로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위 부서기,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 박신원 목사님과 여성위원, 새가정 총무 이영미 목사님의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1625차 수요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평화나비 네트워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Goo Lee(미국 시애틀), Sung Park(미국 시애틀), 제니맘, 조안구달,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이원석, 주혜나 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주관단체 인사말_김주연 사관 (교회협 여성위원장)
제162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오는 12월 10일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UDHR;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 채택된 지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 세계는 다시는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야만적인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자성으로 인간 존엄성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 국가들이 한 곳에 모여,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인 자유와 권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합니다. 성별과 인종,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와 자유 30가지가 명시되어 있는 이 세계인권선언문은 자유와 평등에 관한 세계적인 지침서이자 국제인권법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이 간단한 듯 하지만 복잡하고 심오한 명제를 성취하기 위해 지난 75년 간 인류는 끊임없이 연대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며 정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절망적이게도 우리는 인권과 정의가 후퇴하고 인간 존엄성이 부정당하는 일을 상시적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살상당하고, 세계 곳곳에 역사를 거스르는 우익 정치인들의 퇴행적 행보가 처참한 형극입니다.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노예상태로 예속해 성폭력과 성착취를 자행하며, 잔혹한 방식으로 고문하고 비인간적으로 모욕하고 유기하고 살해한 자들은 반성은커녕 진실을 부인하고 피해자를 다시 멸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인 개인청구권을 부인하며 대한민국의 사법적 판단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침해하고 진실을 파괴할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혐오세력들을 부추기고 지원하며, 정의를 향해 나아간 용기 있는 여성들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전 세계 시민들의 평화비 건립 활동을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하며 노골적으로 방해해 왔습니다. 입으로는 여성인권과 평화를 외치면서 세계인권선언의 근본적인 정신을 흔들고 오염시키며 부정하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이에 적극 대응하며 피해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굽실굽실 가해국에 관계개선을 구걸하며 인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능력, 무책임, 무지와 무시로 일관하며 사법편의주의를 칼날삼아 국민들을 윽박지르고 통제하기 바쁩니다. 언론, 노동, 정치, 경제, 안전,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퇴행하고 한반도 평화는 풍전등화와 같습니다. 피해자 지원체계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뿌리 째 흔들리는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은 난망하며 여성가족부는 존재자체가 문제시되고, 극우 역사부정세력으로부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참담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의미있는 성취를 하나씩 역사에 새겨 넣으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승리했고, 미군기지촌 성착취제도에 문제제기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피해자들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 배상책임을 확정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1월 23일, 대한민국 고등법원은 일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일본국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제6조 모든 사람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7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을 위반하는 어떠한 차별에 대하여도, 또한 어떠한 차별의 선동에 대하여도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8조 모든 사람은 헌법 또는 법률이 부여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담당 국가법원에 의하여 효과적인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우리는 세계인권선언문의 이 6조와 7조, 8조가 단순한 상징적 선언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투쟁해 왔으며 피해자들의 승리를 통해 국제관습법의 새로운 흐름을 앞장 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일제 강점기와 독재체제 종식을 위해 선조들과 선배들이 힘겹게 싸우고 지키고 회복하며 일궈온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지 않고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스스로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섰던 피해생존자들의 외침과 행동을 기억하며, 자유와 평등,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힘차게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2023년 12월 6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백휘선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대표)
안녕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대학생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의 전국대표 백휘선입니다.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가 더욱 잘하고 잇음을 많이 느낍니다. 매번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진 않으신걸까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할까 고민할때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다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2023년의 시작을 생각하면 지금의 12월이 온 것이 생경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2023년 3월, 2015 한일합의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했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되었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정상회담을 재개하였습니다. 3.1절 경축사부터 3월 한일정상회담까지 혼란했던 3월동안 평화나비는 각종 기자회견, 시국선언, 행진, 시위까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학내에서 연달아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학내 수요시위를 진행하면서 대학가 내에서 이 문제를 알리고 제3자변제안의 철회를 위한 대학가 서명운동을 진행해 이를 공문으로 정부에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5월에는 기시다 총리가 우리나라에 갑작스럽게 방문하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죄와 반성없이 방문하는 기시다총리를 향해 대학생들은 학교 앞 1인 피켓팅과 집무실 앞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역사문제 해결 없이 진행되는 한일관계에 대해 경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6월 2015 한일합의 문서를 비공개하겠다는 대법원 판결,
7-8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지지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이를 강행한 일본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정단을 꾸려 직접 일본까지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8월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시작된 그날, 이를 두고볼 수만은 없었기에 일본 대사관 바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연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끝나지만 않을 것 같았던 2023년의 위기들이 점점 우리 모두에겐 기회가 되어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시민모금은 6억을 훌쩍 넘겼고, 제3자변제안 공탁에 대해 법원들은 불수리하였습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길었던 2023년의 시간들 속에는 절망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그 안에서 희망을 만들어냈습니다. 평화나비도 학내에서 많은 공격이 있었지만 쉼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시민단체가 항상 함께 연대하고, 주저하지 않고 투쟁하는 것을 보아왔기에 저희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겐 많은 숙제가 남아있고, 우리의 대통령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할것을 알기에 저는 이번 12월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4년에도 기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단체에서 후원의 밤을 진행하는 걸 보면 정말 올해가 끝이라는 걸 느낍니다. 평화나비도 후원행사와 동계워크샵을 끝으로 2023년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직 준비중이지만 10년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후원카페 및 후원의밤을 12월 17일에 진행하고자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평화나비 인스타계정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올해도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남은 12월도 모두 힘내세요! 2023년의 수요시위도 끝까지 함께해요!
안성에서 온 편지
할머니들께
안녕하세요. 할머니들.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김예리라고 해요.
할머니들의 아픈 기억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일제의 만행 속에서 버티고 버텨 살아 왔음에도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시고 계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같은 민족으로서, 같은 여자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악마같은 짓을 저질러 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일제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할머니들께서 매주 수요일 12시마다 목 놓아 사과를 요구하신지 벌써 3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저도 화병이 날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티며 시위하고 계시는 할머니들의 심정이 어떠실지 상상해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할머니들께 힘이 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데, 편지 쓰는 것이 서툴러서 할머니들께 제 편지가 어떻게 다가오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 한마디 한마디가 할머니들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라도 써 보았습니다.
하루 빨리 일제의 사과를 받길 염원해 봅니다.
김예리 올림
위안부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저는 안성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두현우라고 합니다.
전 한국사를 배우면서 일본이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아이들에게, 위안부 할머니께…….
글로 읽고 배우면서 제가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들의 일을 들을 때마다 제 손은 저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고 큰 분노가 일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저의 위로가 할머니들께 작으나마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할머니들께서 겪으셨던 고통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오랫동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계실 때 일본이 꼭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여생이 편안하셨으면 좋겠는게 제 소원입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두현우 올림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안성에 살고 있는 이서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할머니들이 어린 나이에 일제의 압박 속에서 강제로 끌려가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의 말도 없는 일본의 행동에 정말 화가 나고,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매주 수요일 12시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전 할머니들께서 꼭 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하세요.
이서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