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햇병아리 신입활동가, 할머니들 뵙고 왔답니다!

3월 26일, 경기도와 서울에 계시는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신입활동가 지우가 할머니를 뵙고 온 여정을 글로 담아보았습니다 ^.^

<경기도 멋쟁이 할머니>

들어온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저는 할머니를 뵙는 것이 처음이라 자꾸만 긴장이 되고 가슴이 쿵쿵거렸습니다.
평소 할머니가 드실 고기와 간식거리를 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가는 내 몇 번이나 ‘문이 열리면 밝게 인사드려야지’ 다짐했건만,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초인종도 눌러보고 “할머니~” 불러도 봤지만 꼭 닫힌 문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전화를 걸고 나서야 문이 열렸습니다.

세월은 할머니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평소보다 배에 힘을 주고 목청껏 인사했습니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좁은 통로 끝 현관 앞에서 울리는 힘찬 인사에 할머니는 옅은 미소를 띠며 어서 오라고 하셨습니다.

작은 방 안은 곧 분주해졌습니다. 우리는 준비해온 고기와 간식거리를 꺼내어 드리느라,
할머니는 저희에게 주겠다며 간식거리를 준비하느라.
안절부절 못하며 할머니를 말려보았지만 꿈쩍 않으셨습니다. 저희에게 뭐라도 먹여야겠다며 “떽-” 하십니다.

금세 차려진 상에는 할머니가 요새 빠진 김맛 꽃게랑과 비타민 음료, 딸기가 곱게 올라와있었습니다.
딸기는 꼭지가 하나하나 손질되어있었습니다.

우리는 곧 둘러앉아 할머니의 경쾌한 “짠~” 소리에 맞추어 음료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한 말씀 하십니다.

“일하다 술을 마시면 어떡해, 아주 사무실에 다 일러버려”

갑작스러운 할머니 농담에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활동가 포카가 할머니께 말을 건넸습니다.

“할머니 머리 파마하셨네요? 예뻐요, 저도 할머니처럼 예쁘게 파마해도 돼요?”

구불구불 흰 머리가 고운 할머니께서 답합니다.

“그럼,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다해봐야지.”

사실 포카는 전에 파마머리로 할머니께 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허락 아닌 허락(?)이 떨어지자, 포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를 풀어보였습니다.

“저 어때요 할머니?”

눈을 반짝거리며 묻는 포카의 얼굴을 할머니께서 빤-쳐다보다시더니, 대뜸 한 마디 하십니다.

“산발”

포카는 조용히 다시 머리를 올려 묶었습니다. 포카를 제외한 모두가 쓰러져 한참을 웃었습니다.
처음 만남에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리만치 할머니는 갖은 말장난으로 저희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오랜 친구 집에 온 것처럼 편하고 유쾌한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할머니의 말주변에 감탄하며 활동가 행이 물었습니다.

“할머니 친구들한테 인기 많았었죠?”
할머니는 대답하십니다.

“그럼, 나 멋쟁이였어”

할머니는 저희와 말하다가도 턱이 아파 간간이 입을 오물거리셨습니다.
어디가 편찮으시냐 여쭤보니, 몸은 괜찮은데 눈이랑 턱이 불편하다 하십니다.
저희는 할머니께서 쓰시는 핸드폰 벨소리를 바꾸고 볼륨을 올려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의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할머니에게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스스로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만난 할머니는 누구보다 멋있고 사랑스러운 분이였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괜스레 서글퍼졌습니다.

봄기운이 만발하고 꽃망울이 터지는 4월에, 저희는 할머니와 꽃놀이를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동안만이라도, 할머니의 세월이 조금만 더디게 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서울 화이팅 할머니>

할머니를 뵙기 전에 머릿속으로 나름의 시뮬레이션을 돌리지만,
언제나 할머니와 인사하고 난 뒤의 장면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할머니가 어떤 분이신지, 어떤 이야기를 하실 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계신 할머니께서는 첫 인사부터 저의 예상 시나리오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만나자마자 양손을 내미시더니,
‘주먹 맞대고 화이팅’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하마터면 할머니의 힙한 인사에 고루하게 짝이 없는 반응을 할 뻔했습니다.

활동가 포카와 행도 할머니와 서로 익숙한 듯 안부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포카와 행, 할머니가 서로를 보는 눈빛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처럼 다정했습니다. 신입 활동가인 저희가 모르는, 그들만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곧 평화나비가 직접 만든 수제비누를 전해드리니, 할머니께서는 퍽 좋아하시며 고운 얼굴을 위해 세수할 때만 쓰리라 다짐하셨습니다.

저와 민수는 가만히 얼어있었습니다. 포카와 행은 그런 우리를 가리켜 신입 활동가라고 할머니께 소개했습니다.
할머니는 저와 민수를 번갈아 보시곤, 한 마디 하십니다

“햇병아리?”

아흔이 넘은 할머니께서 햇병아리들을 위해 묵혀둔 이야기 꾸러미를 풀었습니다. 저와 민수도 얼음땡 모드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함경북도가 고향이신 할머니의 억양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어서, 놓치지 않으려면 귀를 기울여 유심히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감정만큼은 표정으로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내 꼬리뼈가 부셔졌대, 왜 그런고 하니 일본에 끌려갈 때 그놈(일본군)이 앉아있는데 엉덩이를 콱 밟은 거야.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오줌을 졸졸(눴어)…”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요즘은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니.'

할머니가 반복해서 읊조리는 말이 마음을 쿡쿡 찔렀습니다. 제 눈에 세상은 아직도 바꿔야 할 것들 투성이인데, 할머니의 삶은 어땠을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할머니에게 살기 좋은 세상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떠나는 저희에게 처음과 같이 “주먹 맞대고 화이팅”인사로 배웅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 웃음을 드리고 싶었는데, 되려 제가 위로를 받고 왔습니다.
언젠가 힘이 들 때, 할머니의 “화이팅”을 기억하겠습니다.

*할머니와 접촉하기 전 모든 활동가는 손을 깨끗이 소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