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10월 대구, 포항 할머니 방문

오늘은 대구와 포항 할머니를 뵈었습니다.

대구 이OO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계셔서 잠드신 줄 알았는데 바로 눈을 떠 보시고 반갑게 손을 내미셨습니다. 지난달 뵈었을 때보다 눈에 띄게 기운이 많이 떨어지셨습니다. 말씀도 많이 없으시고 여쭤봐도 고개만 끄덕끄덕 하십니다. 그래도 쉼터에 계신 길원옥 할머니는 잘 계시냐고 안부를 잊지 않고 물으십니다. 원옥 할머니는 미국에 세워지는 소녀상을 보러 미국에 가셨다고 말씀드리니 눈을 크게 뜨시고 끄덕끄덕 하십니다.

오늘도 할머니의 아드님과 요양보호사님이 무척이나 거한 점심을 차려 주셨습니다. 번번이 죄송스러워 그러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워낙에 아드님은 만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리를 잘하시고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밥도 가득 퍼주시고 만두도 각각 한 접시씩 너무나 많이 주셔서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은 남은 것 바리바리 싸왔습니다.

할머니께 옷이랑 한우랑 가져간 걸 드리며 할머니 건강하시라고 가져왔다고 말씀드리며 꼭 기운 차리셔서 가져간 옷 입으시고 외출하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할머니 손 꼭 잡고 기원했습니다.

포항 박필근 할머니는 보행보조기를 밀고 집으로 맞은편 길에서 오고 계셔서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냐 여쭤보니 우리가 올 때가 되어 나와봤다고 하십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날씨도 좋아서 할머니 집 앞 평상에 저절로 앉게 됩니다. 거기 앉아 가지고 간 옷도 입어보시고 한우랑 요플레, 케토톱, 화장품 같은 것들도 두루 보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가 준비해 놓으신 떡과 고구마와 음료수를 먹으며 이야기했습니다. 할머니는 고집이 엄청 세시고 아닌 건 아닌 분이신데 오늘은 선물도 대체로 맘에 드신 것 같고 컨디션도 좋으십니다. 저번에 가져간 화투 잘 치고 계신지 여쭤봤는데 얼마 전에 어떤 사람들이 왔다 간 후 '풍' 하나가 없어졌다고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하십니다. 어찌해야 할지^^

2시 반쯤 할머니 댁에 도착했는데 해 다 넘어가는데 왔다 하시더니 3시 반이 넘어가자 할머니 맘이 더 급해져 이제 얼른 가라고 하십니다. 그 먼 서울을 언제 가냐고 걱정이십니다. 그리고 열무이파리 좀 줄까 하시더니 바로 앞마당 한쪽으로 가서 땅에서 열무를 쫙쫙 뽑아 툭툭 던지십니다. 기차 타고 가야 해서 무거우니 그만 주셔도 된다고 해도 막 뽑아 놓으시고 비닐에 밀어넣어 두 덩이를 만들고 들고 가라 하십니다. 대단하신 할머니. 그리고 폰 다 갖고 나왔냐며 잊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잊을까봐 챙기시고는 얼른 가라 하십니다. 아쉬움에 차창을 열고 할머니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며 인사 나누고 다음 달에 또 오겠다 약속하고 서울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