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3월 경기 할머니 방문기

4월을 코앞에 둔 3월의 어느 날, 활동가 보리와 복아가 경기 할머님을 뵙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할머니께 드릴 국거리용 한우와 맛있는 향을 가득 품고 있던 딸기, ‘구로코리아’에서 보내주신 목도리와 양말, 뉴케어까지 챙기니 양손이 가득했습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대문이 살짝 열려 있었습니다. 열린 틈새로 “할머니~~ 저희 왔어요~!”하니 따님이 마중해 주셨습니다. 댁에 들어가니 할머니께서도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나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를 몇 달 만에 뵙는 복아는 최근 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걱정이 앞섰는데요, 다행히 그 사이 건강을 많이 회복하신 모습이었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바리바리 들고 온 선물을 보여드리자 뭐 이렇게 많이 가져왔냐며 한소리를 하셨습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따님이 한 상 가득 먹을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저희가 사 온 딸기를 씻어서 갖다주셨는데요, 할머니가 드실 딸기는 먹기 좋게 반씩 잘려 있었습니다. 다행히 맛있었는지 할머니께서도 곧잘 드셨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떡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에는 할머니께서 허리를 깊이 숙여 접시를 쳐다보시는 것이 아닙니까. 왜 그러신가 했더니 떡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셨습니다. 흰 접시에 흰 절편만 남아있으니 잘 보이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떡이 남은 것을 확인하시곤 곧장 “얼른 들으라!” 말씀하신 할머니였습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할머님을 뵈러 가기 위해서는 꼭 배고픈 상태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님께서는 할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시는 것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셨습니다. 할머니의 고향을 제외하고는 사셨던 다른 지역들을 모두 까먹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복아가 “할머니! 저 저번에 왔던 시흥에 산다는 사람이에요! 할머니도 시흥에 사셨다면서요!” 하니, 다행히 오늘은 기억나셨는지 시흥에 사셨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날 복아는 아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의 첫 만남에서 복아의 고향에 할머니께서도 사신 적이 있다는 사실이 특별하고도 반갑게 느껴졌었는데요, 알고 보니 복아가 사는 곳은 경기도 시흥, 할머니가 사셨던 곳은 서울 시흥동이었던 것입니다. 어쩐지 시흥 토박이인 복아가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산이 무슨 산인지 당최 알 수 없었던 까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해서 귀가 어두운 할머니 몰래 복아는 따님과 보리에게 속삭였습니다. 할머니께는 비밀로 해달라고..

이번 방문에서는 할머니의 ‘엄마’ 모먼트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따님이 할머니 댁에 머문 지도 반년이 훨씬 넘었는데요, 아직도 따님이 외출하실 때면 길을 잃어버릴까 봐 집에 다시 들어올 때까지 전화를 계속하신다는 것입니다.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따님이 할머니 핸드폰의 통화 목록을 보여주셨는데요, 그곳에는 정말 20통이 넘게 따님께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참.. 너무 과하시다!!’라고 복아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할머니는 꽃을 참 좋아하셔서 외출을 다녀오신 후에는 댁에 있는 꽃들을 꼭 어루만지신 후에 침대로 가신다고 합니다. 다음번 방문 때는 예쁜 꽃을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 다음 달에는 할머니가 보시기 좋게 커다랗고 예쁜 꽃을 가져올게요. 그동안 건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