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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식10월 서울 할머니 방문기

가을비 내리는 금요일, 서울에 사시는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머리를 새까맣게 염색하신 할머니는 90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머릿결이 여전히 좋으십니다. 반갑다고 손 잡아 주시고 사가지고 간 포도도 씻어 내주십니다.

할 얘기가 많았던 듯 두 시간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할머니는 말씀을 멈추지 않고 하십니다. 올해 성경을 세 번째 읽고 계시다고 합니다. 엄청 두껍고 커다란 성경책에는 할머니가 읽으시면서 표시하신 빨란 색연필 동그라미와 밑줄이 가득합니다. 성경을 읽으시며 마음도 편안해지시고 욕도(?) 안 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 희생되었던 할머니의 할아버지, 오빠 이야기, 6.25전쟁 때 피난간 이야기도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말씀하십니다. 기억력이 여전히 좋으신데 좋은 기억만 나면 좋으련만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도 생생하시니 마음이 안 좋으실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요즘엔 힘내어 시장 나들이도 가신다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감자 몇 알, 맛있는 호박 등을 사서 오신다고 합니다. 짐을 등에 짊어지고 버스를 탈 때는 뒤에 있는 다른 승객에게 짐을 좀 받쳐달라고 하신다고 합니다. 조심스럽지만 할머니 생활의 즐거움이 되고 있는 시장 나들이 이야기가 참 반갑습니다.

대화 결과 요즘 할머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신 것 같아 좋습니다. 오래오래 성경 읽으시면서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