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수요 시위1696차 수요시위_차별금지법제정연대

169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의 주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하였고 사회는 조혜인 집행위원님이 보았습니다.

 

정의연 활동가들의 <바위처럼>에 맞춘 힘찬 율동으로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님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연대발언으로 수요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고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님, 민영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님, 극우리포트 집필진 장예정 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일곱빛깔 무지개에서 <그런 세상>, <불나비>를 따뜻하고 멋진 목소리로 불러 주셨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최새얀 님의 성명서 낭독으로 1696차 정기 수요시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주관단체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외 한국여성의전화, 최새얀(차제연, 민변), 정하루, 박소영, 황영숙, 김미경(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김진형, 스키모도 겐지, 유남이, 이예슬, 뜨란츠(독일), 평화나비 네트워크,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수어 통역은 현서영 님께서,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주관단체 인사말_이종걸(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맡고 있는 이종걸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사회의 헌법에 명시된 평등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고자,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한다는 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오늘 차제연이 30년 넘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수요시위를 주관하는 것이 너무나도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지난 4개월 동안 광장에서 기나긴 투쟁으로 역사정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시켰습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피해생존자들의 외침에 귀기울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한 책무를 저버린 자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승리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한 채 또 다른 투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오랜 투쟁의 역사를 왜곡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세력들이 수요시위 현장을 모욕하는 현실이 여전합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해 지극히 당연한 삶의 조건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낙인과 차별로 가두고 있는 정치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극우세력과 역사정의를 부정하는 정치를 지원하며,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는 일본정부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더 외치고, 요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존엄입니다.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는 모두가 서로 대등한 시민들이라는 것을 선언해야합니다. 공적인 공론장에서 국가 폭력과 전쟁범죄의 피해자의 목소리가 무시 당하지 않도록,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빈곤한 사람들이 온전하게 배제와 차별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차별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기 위해 필요한 우리들의 약속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장에서 울려퍼진 그 평등의 요구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실현시켜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광장의 시대를 이어갑시다.

 

구호로 인사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일본정부는 피해생존자의 목소리에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진상규명과 공식사죄, 법적배상에 책임을 다해라.

 

민주주의 약속 ,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제169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어김없이 4월 16일이 왔습니다. 먼저 깊은 애도의 심정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묻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견뎌 오신 유가족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죽음의 원인이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서 자맥질하는 동안 세월호는 이태원 참사로, 아리셀 참사로, 제주항공 참사로,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회적 참극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산 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식민지·분단냉전 체제에서 싹튼 대한민국의 불의는 약탈적 자본주의 체제 속의 차별과 불평등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이윤과 효율성이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뒤덮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일상화, 정치화되었습니다. 염치도 양심도 없는 주류 엘리트 집단은 사익을 위해서라면 역사정의도, 민주주의도, 시민공동체도, 국가도 얼마든지 집어삼킬 수 있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12.3 내란은 그래서 어쩌면 필연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의 희생자들은 우리 안에 살아남아 국회 앞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광화문에서 찬란한 빛의 정령으로 다가왔습니다. 커다란 노란 리본은 매 순간 탄핵 광장을 지키며 너울너울 춤추었고,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갔던 노란 점퍼의 세월호 가족들은 시민적 돌봄의 연대로 확장되어 서로를 지키는 체온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시켰습니다.

 

그렇게 찾아 온 열한 번째 봄은 그럼에도 여전히 시리기만 합니다. 내란 수괴는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과 거짓말로 법치를 조롱하고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리는 자들이 약자들을 향해서는 폭력적 패악질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로 돈을 벌고 권력을 누렸던 자들이 맹렬히 연결되면서 극우의 주류화, 주류의 극우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우리의 갈 길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점, 평등과 평화가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 역사정의의 복원, 민주주의와 상처받은 공동체의 회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여성과 장애인이, 성소수자와 이주민이 평등한 시민권을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오랜 염원이 해결되는 바로 그 순간이 이 운동의 도착점이 될 것입니다. 정의기억연대는 그 길에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흔들림 없는 연대로 앞장서 가겠습니다.

 

2025년 4월 16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고운(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

안녕하세요,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동료들과 함께 온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오늘 수요시위가 처음입니다. 첫 수요시위에서 이렇게 마이크까지 잡게 되니 더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1696회 수요시위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집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의 씨앗을 얼마 전 수확했는데요, 먼지만한 씨앗들이 몇 개나 되나 세어 보다가 100개가 되기 전에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1천하고도 696번째의 수요일이라니. 그간 쌓인 시간이 어떠할지 차마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오늘은 4월 16일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날짜를 세기 시작한 후로 수천 번의 4월 16일이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오늘이 열한 번째 4월 16일입니다. 어떤 슬픔은 시간을 세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기억이라는 게 그저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마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억은 ‘하는 것’이기에 동사라는 것을 자주 떠올립니다. 기억은 움직이고, 행하고,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저는 이 앞 카페에 자주 옵니다. 카페에 갈 때마다 울타리에 둘러싸인 평화의소녀상을 만나는데요, 쉽사리 지나칠 수가 없어 잠시 가만 들여다보곤 합니다. 소녀상이 있는 그대로 자유롭지 못하고 꽁꽁 싸여 있는 모습에 기분이 참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보내며 역사를 부정하는 것, 기억을 부정하고 평화와 존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어떠한 폭력인지 다시금 경험했습니다. 평화의소녀상이 울타리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은 부끄러운 역사를 인정하고 슬픈 역사를 위로하며, 그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먼저 희생당하지 않는 세상일 것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 최소한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약속하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 역시 할 수 있는 움직임을 계속하기로 약속합니다. 전쟁의 폭력으로 나비가 되신 할머니들을 애도하며, 꿋꿋이 싸움을 이어가시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함께하기로. 미래의 시간을 통째로 잃어야 했던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남은 이들과 함께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기로. 그렇기에 기억을 계속하길, 손이든 발이든 무엇이든 계속 움직이길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부는 요즘, 모두들 식사 잘 챙기시면서 따뜻한 날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민영(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이 자리에 선 박민영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 오늘 1696번째 수요집회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처음으로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수요일을 지켜온 할머니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이어받고, 4월 16일의 의미를 기억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제게는 잊혀지지 않는 한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였던 한 미술가는 참사를 목격한 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붓을 들었습니다. 그는 동양의 용을 그렸습니다. 그 용은 해부된 채 내장기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은 바다와도 현실과도 무관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매년 이 그림이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막연히 믿고 기대해왔던 국가, 그리고 국가기관이라는 것이, 사실은 상상의 동물처럼 실체가 없는 존재였음을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수십 년을 싸워왔던 이유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금도 진실을 요구하며 싸우는 이유도 떠오릅니다. 그것은 바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가 가해자이거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우리가 겪어야 하는 비극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 수요집회가 열리는 현장 옆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 세력들이 서 있습니다.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조롱하고 혐오를 선동하며, 진실을 가리려 합니다. 이런 혐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커지는 동안, 국가는 오히려 이를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의 책임이 무엇인지, 왜 국가가 존재하는지. 그것을 잊지 않고 반복해서 물어야 합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들고,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저는 오늘 성소수자인권활동가로서도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가가 성소수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배제와 차별을 조장할 때, 우리의 삶 역시 국가가 외면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누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그 책임을 회피할 때 우리의 삶은 너무나 쉽게 흔들리고 맙니다. 


이 길고 긴 수요일의 투쟁을 이어온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4월 16일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결국 우리 모두가 더 이상 국가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외침입니다. 차별과 혐오를 중단하고, 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에 함께 나서 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이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이어갈 투쟁입니다.

함께 싸웁시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장예정(극우리포트 집필진)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함께 하고 있는 장예정입니다. 오늘 저는 수요시위에서 꼭 나누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발언자 소개를 "극우리포트 집필진"으로 하였습니다.

본래 제목은 <극우리포트: 성소수자 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입니다. 


저에게 첫 집회의 기억은 바로 이곳 수요시위입니다. 중고등학교 동아리나 체험학습으로 대학 평화나비 활동으로 이곳에서 첫 집회의 경험을 연 청소년과 청년들이 저뿐만은 아닐 것 입니다. 그것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요즘 수요시위의 장면이 그때와 많이 다르다는 점은 제 마음을 참 아프게 합니다. 저는 한때 박물관 학예사를 꿈꾸던 한국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청소년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곳에서, 내가 역사의 실체임을 존재로써 증명하는 피해자들 앞에서 굳이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거짓선동과 비난을 퍼붓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극우리포트 집필 과정에 함께 하며, 얼핏 짐작으로 알았던 저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성소수자 존재를 혐오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아서는 이들과 한통속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들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반공이데올로기로 사람들을 갈라치기하고 공격하던 이들이, 저들이 세력을 키운 이후로 내려오면 이제는 동성애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무기삼아 이 사회의 정의와 연대정신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역사의 진실을 바로세우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운동과 모두가 존엄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같은 적과 싸우며 공동의 목표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저들은 할 줄 모르는 일, 연대를 통하여 말입니다. 


어젯밤, 토론회 자료를 만드느라 지난 넉 달간 퇴진운동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도대체 이 시간을 어떻게 거쳐 왔을까. 우리는 어떤 동력이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싸울 수 있었을까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 1696차 집회를 여는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의 회차가 눈에 들어왔고 11주기를 맞이하는 잊을 수 없는 세월호참사가 보였습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이 말을 곱씹어보는 오늘입니다. 어쩌면 힘이 센 것은 기억 그 자체보다 그 기억을 붙들고 싸움을 이어가는 우리 모두를 일컫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그 시간을 빼곡히 채워주신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소속단체와 시민들이 없었다면 18년의 운동을 이어오진 못했을겁니다. 


열 한번째 4월 16일을 맞아

1696차 수요시위를 맞아

18년에 접어드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시간을 맞아 

모두 함께 힘있게 투쟁 한번 외쳐보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