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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사업평화의 소녀상 ‘ARI’를 지키자!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평화의 소녀상 ‘ARI’를 지키자!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 독일 베를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을 방문한 카이 베그너 독일 베를린 시장이 가와카미 요코 외무상과의 회담 자리에서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강력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는 5월 22일 주한 독일대사관 앞에서 독일 베를린 시장 발언 규탄 및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전 세계 176개 단체와 1,878명 개인 연명을 대사관 측에 전달하고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이나영 이사장과 동행해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7월 19일 레믈링어 미테구청장은 한정화 독일 코리아협의회 대표를 만나 소녀상 설치 기한이 끝나는 9월 28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을 옮길 때까지 반복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 통보했습니다. 평화비(평화의 소녀상)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조형물이자, 여성 인권의 상징물입니다. 이번 소녀상 철거 방침은 ‘홀로코스트’에 준하는 일본의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묵인하는 행위로, 독일이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역사를 무화시킬 것입니다.

 

정의기억연대는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정부에 맞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9월 11일(수) 오전 9시20분 독일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ARI’를 지키자!”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개요 및 프로그램 


평화의 소녀상 ‘ARI’를 지키자!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 일시: 2024년 9월 11일(수) 오전 9시20분

○ 장소: 독일대사관 앞(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정문 계단)

○ 주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가나다 순)

 

○ 순서

(사회: 한국노총 이봉현 대외협력본부장)

- 개회

- 여는말: 민주노총 함재규 부위원장 / 한국노총 정연실 상임부위원장

- 발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 발언: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 발언: 독일 코리아협의회 (정의기억연대 김신석 활동가 대독)

- 평화의 소녀상 ‘ARI’ 존치를 위한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양대노총 참석자 낭독)

- 폐회

 *기자회견 후, 독일 대사관에 서한(공동성명)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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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ARI’ 존치를 위한 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전문

 

평화의 소녀상은 존치되어야 합니다!

SAVE ARI! Die Friedensstatue muss bleiben!

 

전 세계가 갈등과 충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종교와 이념의 차이, 자원과 공급망 분쟁, 영토로 인한 군사적 충돌 등 오늘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과 같이, 모든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으로 고통과 희생을 동반한다.

그 고통과 희생은 특히 여성과 어린이, 노인에게 집중된다.

 

이것이 우리가 평화의 소녀상 ‘ARI’의 존치를 촉구하는 이유이다.

‘ARI’는 전시 성폭력을 비롯한 모든 성폭력 피해자를 상징하고 있다.

‘ARI’는 과거를 통해 성찰하고, 우리의 공통된 과제인 ‘평화와 인권’을 지키자는 호소다.

오늘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과 대립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실천하며,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자는 약속이다.

 

그러나 오늘 ‘ARI’는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카셀(Kassel) 주립대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Nujin’이 철거된 지 1년여만에, 카이 베그너(Kai Wegner) 베를린(Berlin) 시장은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ARI’의 철거를 시사했다.

스테파니 레믈링어(Stefanie Remlinger) 미테(Mitte) 구청장 역시 ‘ARI’의 철거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ARI’의 영구 보존을 위한 BVV(구의회)의 결의안은 무시되었다.

 

우리는 ‘ARI’의 현재적 의미와 함께, ‘ARI’와 연대하고자 했던 미테구 시민들의 뜻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더욱이 지난 수십년간 보여진 독일 정부의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돌아볼 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ARI’는 역사정의의 상징이자,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전세계 연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과 독일의 모든 노동자는 ‘ARI’의 존치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또한 ‘ARI’의 존치 및 전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연대와 실천을 다짐한다.

 

2024년 8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독일노총(DGB) 베를린브란덴부르크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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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노동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 이나영 이사장 발언문

 

우리는 오늘 절박하고도 간절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5월, 독일 베를린 시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보도 자료를 낸 이후, 정의기억연대는 바로 이 자리에서 베를린 시장의 발언을 규탄하고 소녀상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 176개 단체와 1,878명의 개인 연명을 전달하며 이용수 피해생존자와 함께 대사관 관계자를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면담 자리에서 저는 독일 정부가 침략 전쟁과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는 전범국가 일본을 따라 퇴행의 길을 가고자 하는지 따져 물으며, 베를린 소녀상이 이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라 강력히 경고한 바 있습니다.  독일이 만약 일본 정부의 거짓과 회유에 넘어가 소녀상을 철거한다면, 그간 전쟁 책임과 과거사 청산에서 보여준 독일 정부의 진심과 국제사회에 쌓은 신뢰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도 소녀상은 돌아가신 수없이 많은 희생자들을 상징한다고 강조하시며, 독일은 좋은 나라이니 반드시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담당관은 소녀상의 의미와 존치에 대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의 강력한 염원을 잘 이해하고 독일 정부와 베를린 시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7월 19일, 미테구청장은 독일 코리아협의회에게 9월 28일까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반복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 통보했습니다. 코리아협의회가 진행하던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의 정부 지원금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끊겼습니다.

 

우리는 베를린 시장의 발언과 미테구청의 어이없는 행태가 일본 정부의 집요한 소녀상 설치 방해 및 철거 공작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전에 아베 전 총리는 독일 주재 일본 대사에게 직접 전화해 ‘와인이나 마시지 말고’ 소녀상 철거에 최선을 다하라 다그쳤다고 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독일 숄츠 총리에게 정상회담 자리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실제 베를린 시장이 소녀상 철거시사 보도 자료를 낸 다음날인 5월 17일, 베를린 시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일본의 미쓰비시 전기(electronic)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기사화되었습니다. 만약 일본 기업의 투자 약속과 소녀상 철거가 연결되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전범국가 일본에 부화뇌동해 돈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정의를 훼손하려는 후안무치한 행동 아닙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참혹한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쟁책임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조차 갖지 않은 전후 일본은 전전 일본과 단절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상은 그러한 역사적 연속성 속에 고통 받으며 숨죽여 살아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을 상징합니다. 차별과 억압을 뚫고 당당하게 목소리 내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던 피해자들의 용기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소녀상은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에 걸쳐 제국주의 일본이 여성과 아동에게 조직적으로 자행한 반인도적 전쟁범죄뿐만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시성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보편적 여성인권의 상징입니다. 인류의 불행한 역사와 단절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의 희망과 실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 전범국가의 과거에서 벗어나 인류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던 독일에 소녀상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4여 년 간 수많은 독일 시민들이 나서 소녀상 지키기 운동을 하며, 소녀상을 중심으로 반전평화 운동, 여성인권 운동, 탈식민주의·인종차별 반대운동을 진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미 평화의 소녀상 ‘아리ARI’는 독일 시민들의 것입니다.

 

한국과 독일의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베를린 소녀상 ‘아리’의 영구 존치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디 독일이 반성 없는 전범국가의 앞  줄이 아니라, 역사를 올바로 기억하고 인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나란히 서 있길 바랍니다.

 

2024년 9월 11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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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 노총 입장문에 대한 코리아협의회의 발언문


지난 8월, 독일의 방송사 rbb는 코리아협의회의 청소년 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신청이 베를린 시장과 일본 대사관의 개입으로 좌절된 사실을 보도하였습니다. 반려된 프로젝트는 지난 3년 간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평화의소녀상운동을 소개하며 전쟁 중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습니다. 전시 성폭력 주제는 독일도 미처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문제이기에,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많은 시민사회는 이와 같은 불의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평화의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운동을 저해 하려는 시도는 결코 처음이 아니며, 평화의소녀상 설치 이래로 집요하고 은밀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독일-일본의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올라프 숄츠 수상에게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한 사건, 지난 5월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일본 외무상 가미카와 요코를 만나 소녀상의 철거에 대해 또다시 언급한 사건 이외에도 일본 정부의 크고 작은 로비활동은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세워져, 이제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기억과 추모의 장으로 시민사회에 뿌리내린 평화의소녀상이 역사수정주의를 주장하는 가해국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리기 위해 노력 중인 여러 시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나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의 5월 일본 방문 이후 벌어지고 밝혀진 모든 진상들은 그간 독일이 견고히 쌓아온 반성 모범국으로서의 이미지에 의심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평화의소녀상과 관련된 모든 변화는 자신이 주도하는 것인 양, 소녀상을 대체하여 세워질 기념비를 선정하는 과정에 가해국인 일본을 포함시키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동안 평화의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에 꾸준히 연대해온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된 처사입니다. 


나아가 지난 6월, 스테파니 레믈링어 미테구청장은 소녀상 철거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앞에서 소녀상이 „진짜 기념비“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진짜 기념비, 가짜 기념비는 무엇이며, 이는 누가 정합니까?


전 세계에 전쟁 피해자들을 기리며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에 반대하는 수많은 기념비가 있습니다. 독일 전역에는 각 도시와 지역에 수많은 홀로코스트 기념비와 추모 장소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독일은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반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성이 더딘 일본에도 홀로코스트 교육 센터와 안네 프랑크 기념비가 있습니다. 모든 기억의 장소는 방문객들과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집니다. 또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화해의 과정에서 기념비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평화의소녀상이 가진 의의와 동일합니다. 분명 지향점이 동일한 이들 기념비는 그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데, 왜 소녀상만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어야 할까요?


가해국이 허락한 추모, 가해국이 인정한 기념비만이 진짜 추모, 진짜 기념비로 여겨지는 세상이라면, 소녀상이 계속 그 자리에 존치 되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깁니다. 소녀상의 존재는 가해국의 결코 반성 된 적 없는 과거를 지적하고 힘의 논리에 굴복한 세력들의 양심을 찌릅니다. 평화의소녀상은 한인 커뮤니티의 독일 정착의 역사, 이주민 문화, 그리고 초국가적 여성 인권의 상징으로 계속해서 시민 사회 안에 공존하여야 합니다. 소녀상이 나아갈 평화와 인권을 위한 길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