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전시성폭력재발방지나비기금, 우간다로 날다! 1일차

북우간다 지역은 20년간 이어진 '신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 반군과 정부군 간의 내전으로 인해 약 30,000명*의 어린이들이 LRA에 납치되어 소년병, 소녀병, 성노예 피해를 입었습니다. LRA는 자원하는 어른들이 줄자, 어린 아이들을 납치하여 잔인한 세뇌교육, 고문, 죽임을 통해 반군을 유지시키는 자원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어린 소녀들은 낮에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짐꾼으로, 밤에는 반군의 지휘관들의 '아내'로 지내야 했습니다.

*30,000명이라는 통계마저 돌아 온 생존자를 바탕으로 한 통계이므로, 실제 피해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정의연은 참혹한 전쟁의 상처가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는 우간다 내전에 대해 배우고, 생존자들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자 나비기금 수혜단체 방문을 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였습니다.

  1. 우간다 굴루 정부 관계자, 골든위민비전 간담회

2월 22일, 새벽부터 엔베테를 출발해 6시간 만에 도착한 굴루에서 나비기금 수혜단체인 골든위민비전(Golden Women Vision in Uganda)에서 준비해 준 정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굴루 지역구 의장(Resident District Commissioner), 시의회 의원(Local Council Five Gulu District), 행정부처 담당관(Chief Administrative Officer) 등이 함께 한 자리에서 우간다 내전의 역사와 최근까지도 LRA에게서 도망쳐 오는 생존자들을 비롯하여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피해에 대해 우간다 시민단체들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간다 내전 중 아이들이 입은 피해는 크게 3종류로 나뉩니다:

  1. 납치 후 성폭행으로 감금 중 태어난 아이들(children born from captivity)
  2. 납치 후 성폭행 피해로 임신을 하게 된 어린 여성들(child mothers)
  3. 어린 나이에 납치 당한 피해자들(formerly abducted children)

20년 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사회구조가 붕괴되었고, LRA가 북우간다 지역에서 정부군에 대항하며 생긴 반군 그룹인만큼, 우간다 정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하려는 노력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피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전쟁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정의연과 골든위민비전에서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우간다 정부에게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1. 피해규모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진상 조사
  2. 피해경험에 대해 증언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문화(Speak-out)
  3. 피해자 지원 사업을 위한 정부 및 국제사회에서의 다양한 로비활동

지난 8월 기림일 제1회 김복동평화상 수상자로서, 12월 KCOC 포럼 연사로서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골든위민비전의 아찬 실비아 오발(Acan Sylvia Obal) 대표님도 굴루 경찰과 지역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소외받은 전쟁 피해자들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셨습니다.

이에 굴루에서도 27년 간 이어 진 수요시위와 최근 나비가 되어 날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수요기도를 드리며 연대하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정의연은 감사의 뜻으로 작은 소녀상과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메시지를 담은 팔찌를 회의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선물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서는 아찬 실비아 오발 대표님이 나비기금으로 마련한 오토바이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동안 피해자 방문을 하면서 교통편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 오토바이로 피해자들을 만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2. 우간다 나비기금 수혜단체 간담회

이후 또 다른 수혜단체인 웬드아프리카 사무실에서 나비기금 수혜단체 웬드아프 리카, 골든위민비전, 챤 르웨데 페가 모두 모여 각 단체에서 생존자 지원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과 어려움,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웬드아프리카(Wend Africa, 대표 Jolly Grace Okot)는 2014년에 설립되어 소녀병, 성노예 피해자들과 수제작한 가방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생존자들의 자활을 돕는 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입니다. 나비기금을 통해 생존자를 위한 직업 훈련, 생존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그리고 저축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골든위민비전(Golden Women Vision in Uganda, 대표 Acan Sylvia Obal)은 지역별로 6개의 생존자 그룹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생존자들과 비즈, 장난감, 케이크, 비누, 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하여 생존자들의 생활 및 자녀 학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챤 르웨데 페(Can Rewede Pee, 총무 Aber Rose)는 성노예 생존자들이 만든 자생그룹입니다. 챤 르웨데 페는 'No One Owns Poverty,' '가난에는 한계가 없다'는 뜻으로 가난은 누구라도 덮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구입니다. 납치된 여자아이들이 살아 돌아와도, 낙인 때문에 가족과 반군에서 주어진 남편에게 외면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생존자들끼리 모여 저축조합을 운영하고 병아리를 키워 닭이 되면 판매하는 식으로 생계를 돕고 있습니다.

세 단체의 규모와 주요 활동이 다르지만, 생존자들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선 함께 입을 모았습니다:

  1. 심리치료
  2. 여성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직업 교육 포함)
  3. 자녀들 학비

특히 어린 나이에 납치되어 학교를 다니지 못 했던 생존자들이 대부분인만큼,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자녀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삶을 살길 바란다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꼭 당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일본군성노예로 끌려 간 피해 때문에 마치지 못 하여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학생들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하셨던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과 닮아있습니다.

정의연은 생존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 온 우간다 활동가들에게 28년 간 이어 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운동에 대해 나누고, 작은 소녀상,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말씀이 닮긴 팔찌, 그리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운동을 소개하는 <25년 간의 수요일>을 선물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우간다 단체들과 정의연은 서로의 운동이 힘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가 이뤄지는 날을 함께 만들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 나비기금 후원계좌 : 국민 069137-04-018141

*우간다 생존자들이 제작한 가방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개 당 1만원으로 한정판매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