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할머니 소식4월 경기 할머니 방문기


4월 중순, 활동가 복아와 행이 경기 할머니를 뵙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할머니를 뵈러 갈 때는 양손을 무겁게! 동네 정육점에 들러 할머니가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소고기를 넉넉히 구매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의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특히 할머니들께 좋은 음식과 생필품을 사드릴 수 있도록 후원 해주시는 후원회원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ᐢ..ᐢ₎♡̷

 

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할머니, 저희 왔어요~!!”하고 외치니 얼른 마중 나오십니다.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다는 다독임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것도 잠깐, 먹을 것을 내어올 테니 어서 앉으라고 하십니다.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을 아는 행은 저희 점심 먹고 왔다며 조금만 주시라고 외치지만 할머니는 가볍게 무시하시곤 먹거리로 가득 찬 쟁반을 들고 오십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기 할머니는 정의연 활동가들이 오면 주시려고 평소 먹을거리를 준비해 두신다고 합니다.

 

너무 많다며 왜 이리 많이 주시느냐는 설레발에 천~천히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할머니는 먹는 순서도 정해주셨습니다. 먼저, 건강음료를 한 모금 마셔서 목을 축여야 합니다. 그리곤 인절미와 절편을 천~천히 먹습니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먹기를 소홀히 하면 “먹질 않고 왜 나를 그렇게 보느냐”며 부끄러운 듯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다시 열심히 떡을 먹습니다. 곧이어 건강음료는 다 마셔버리라는 말씀에 한 병을 비우고, 이제 두유를 먹으라는 안내에 따라 두유를 마시기 시작합니다. 요구르트는 떡을 모두 먹고 난 후 입가심을 위해 맨 마지막에 마셔야 합니다. 정해주신 순서에 따라 이것저것 먹으면서 문득, 수요시위에서 혐오 세력과 만나 기분이 상할 때면 할머니가 우리에게 주시는 이 사랑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나눈 여러 이야기 중에는 위안소에 끌려갔던 일과 해방 후 고향에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반복하시다 할머니는 함께 위안소 생활을 겪었던 한 여성분의 이름을 헷갈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희미해지기도 하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 기억이 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요시위에 찾아와 맞불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할머니들의 말씀이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것이 할머니들이 거짓말쟁이인 근거라고 악을 지릅니다. 자신이 겪었던 피해를 다른 이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큰 용기를 내어 증언해 주신 할머니들께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는 이들이 정녕 제정신인가 싶습니다.

 

서서히 돌아갈 때가 되어, “할머니, 다음 달에 또 올게요. 다음 달에는 생신이시죠? 그 주에 찾아뵐게요.” 하며 생신 선물로 갖고 싶으신 것은 없는지, 필요하셨던 것은 없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며 손사래 치시다가 몇 번을 더 여쭈어보자 망설이며 “두 가지가 있긴 한데..”라고 하십니다. 할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을 선물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기뻐 무엇인지 여쭈어보니 또다시 망설이는 척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생일선물로 갖고 싶은 건... 여기 아가씨 둘!”이라고 하십니다. 할머니의 위트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복아와 행은 이제부터 할머니 것입니다(?)

 

할머니 댁을 나설 때에는 사무실에 있는 활동가들도 주라며 커다란 음료수 한 박스를 쥐여주셨습니다. 차를 타고 점점 멀어져 더 이상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할머니는 창문에서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재치만땅 경기 할머니, 다음 달에는 또 어떤 농담으로 활동가들을 웃겨주실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꼭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