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수요 시위1649차 수요시위 - 피스모모

1649차 정기 수요시위 주관은 피스모모에서 하였고 사회는 문아영 대표님이 보았습니다.

 

사단법인 피스모모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의미로, 평화와 배움, 일상을 연결하여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플랫폼입니다. 평화 커먼스(Peace commons)를 실현하는 시민공동체를 목표로 ①평화와 배움을 연결하는 교육 활동 ②평화와 일상을 연결하는 문화 활동 ③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구체적 실천 ④평화 커먼스의 사례 발굴, 축적 및 공유 ⑤평화 커먼스를 구축하는 시민 커뮤니티 형성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고양 덕양 중학교 학생들이 신나는 <바위처럼> 율동을 하였습니다. 이어 사회자의 주관단체 인사말 후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의 주간보고가 있었습니다.

 

특별발언이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오신 이용수 할머니께서 독일 평화의 소녀상은 철거되면 안된다 하시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고양 덕양중학교 박효은, 김율, 박연진 학생,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한혜인 님,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님, 피스모모 김가연 님이 힘찬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참가단체 소개 후 피스모모 오유정 님이 성명서 낭독을 하고 피스모모 활동가들이 <너를 보내고>, <고향의봄> 노래 공연을 하며 16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요시위 현장에는 사랑어린마을인생학교, 파티마의성모프란치스코수녀회, 푸른숲 발도르프학교, 평화나비 네트워크, 기독여민회, 촛불평화지킴이, 고양 덕양중학교 등 개인, 단체에서 함께 연대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댓글로는 Friends of 'Comfort Women' in Sydney – 시소연, Sung Park(미국 시애틀늘푸른연대), 경화성신, 알마즈, Goo Lee(미국 시애틀 늘푸른연대), Sewol Hambi Houston(미국 휴스턴), 제2독립군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무대와 음향은 휴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16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 보고

 

독일 베를린 시장의 ‘소녀상 철거 시사’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6일 베를린시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베를린과 도쿄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일본을 방문한 베그너 시장이 가미카와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은 찬성하지만,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관할 구청, 연방정부 등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하고 있으며 독일 주재 일본 대사도 이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소녀상 비문에 적혀 있는 “2차 대전 중 일본군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표현이 일본 정부에게 거슬리고 문제가 되니 일본의 입장을 들어 철거하겠다는 뜻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던 독일이, 전쟁의 대가로 한반도처럼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베를린의 시장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는 베를린 시장의 발언이 그간 일본 정부의 노골적이고도 집요한 소녀상 설치 방해 및 철거 공작과 무관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히스테릭한 반응은 2011년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시점에서 출발해 같은 모양의 소녀상이 2013년 미국 글랜데일시에 설치되자 본격화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제3국’ 소녀상 철거 노력을 한국 정부에게 요구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소녀상 설치 움직임이 있자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지원 중단, 경제협력 중단, 유네스코 등재 방해 등으로 압력을 행사해 결국 설치를 무산시킨 바 있습니다. 독일 카셀 주립대에 총학생회 주도로 설치되었던 소녀상이 ‘강제동원 3자 변제안’ 발표와 맞물린 시점인 2023년 3월에 기습적으로 철거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베를린 소녀상의 경우에도 설치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철거 압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2022년 4월, 일본을 방문한 독일 숄츠 총리에게 기시다 총리가 직접 나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그 압력의 정도를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당시 미테구의회가 ‘2년 연장’ 허가를 내자, 만료 시점을 앞둔 올해 다시 베를린 시장을 회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언론도 일본 정부가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해 왔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한국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한일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 논평 뿐, ‘관여할 바 없다’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세운 소녀상에 노골적·조직적으로 철거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게 강하게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 독일 주재 일본 대사까지 참여한다는 사실에 왜 문제제기하지 않는 겁니까. 시민들이 공격을 당하고 피해자들이 모욕을 당해도, 역사를 노골적으로 훼손당해도, 주권을 위협당해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라 할 수 있습니까.

 

일본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도대체 일본 정부는 무엇이 두렵습니까. 전 세계 시민들이 일본군성노예제라는 당신들의 끔찍한 범죄행위를 기억하는 것이 두렵습니까. 역사는 지우려한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하고, 왜곡하고 지우려는 시도 자체가 다시 역사에 각인되어 후세대에게 두고두고 커다란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일본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파렴치한 전범 국가 일본 정부의 대리인이 되어 역사를 지우는 데 동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베를린 소녀상을 비롯한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격과 설치 방해에 대해 적극 항의하고 보호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결같이 국민을 저버린 정부, 굴종외교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민족을 배반한 정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홀로코스트 기념비와 재단을 세우며 과거사 청산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독일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베를린 시장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독일이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 인정이나 반성은커녕 역사왜곡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전범국가 일본을 따라 퇴행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지난 반성적 행보를 기초로 평화와 인권, 탈식민주의의 길에 앞장 서는 국가가 될 것인가. 베를린 소녀상은 이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입니다.

 

정의기억연대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부인과 왜곡으로 역사를 가리려는 제국주의 일본, 현재 일본 정부의 과오를 역사에 깊이 새겨 넣을 것을 다짐합니다.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전 세계 시민들과 연대해 일본 정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소녀상을 세계 곳곳에 세우고 지키며, 역사정의와 평화, 여성인권을 향한 길에 앞장서겠습니다.

 

2024년 5월 22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연대발언_박효은, 김율, 박연진(고양 덕양중학교)

서론) 안녕하세요 저희는 덕양중학교 재학생 박효은, 김율, 손연진입니다.

저희 덕양중학교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3학년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노란나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합니다.

올해도 저희는 국어, 영어, 역사 등의 교과 시간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배우고, ‘I can speak’ 영화를 시청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에겐 당시 일본군들에게 무참히 짖밟힌 어린 소녀들의 고통과 슬픔이 그대로 전달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런 저희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이렇게 수요시위 현장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론) 일본군은 그 시절 가난했던 어린 소녀들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일본군의 침략지역으로 데려갔고, 소녀들은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잔혹한 행위를 당한 후, 대부분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이런 일들을 저지르고도 그 어린 소녀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군이 저희 또래의 어린 소녀들을 데려가 위안부를 만들어 저지른 일도 놀라웠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잘못으로 몰아가며, 사과 또한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듣고, 매 수업시간마다 많은 학생들의 얼굴에선 분노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본론) 그 때 위안소에 끌려간 여성들 중 상당수는 13~17살 정도로 지금 저희의 또래였으며, 그보다 더 어리기도 했습니다. 일본군들은 그런 어리고 약한 소녀들을 강제로 겁탈하였습니다. 그들은 일본군‘위안부’를 사람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였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노예를 하도록 강요하였으며, 거부할 시에는 때리고 고문하였습니다.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의적으로 위안소에 발을 디딘 것이라고요? 일본의 이런 낭설에 치가 떨립니다. 일본군은 여성들을 협박하여 강제로 위안소에 끌고가거나 공장이라고 속인 후에 여성들을 감금하고 성폭행과 성고문을 행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위안소는 100여곳이 넘었습니다. 일본군의 욕구충족만을 위한 각종 인권유린은 이 많았던 위안소에서 매일매일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범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약자인 여성들은 일본군의 끔찍한 폭력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을 수 없었습니다. 20만 명을 상회할지도 모른다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분들 중 정부 위안부 피해 등록자는 오직 240명입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일본군에 의해 죽었습니다. 고작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였는데 말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러놓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꾸 무마하고 묻어가려고 합니다.

 

약 80~90년이 지난 지금, 그 어린 소녀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 때에 멈춰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부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정확히 배우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배운 역사이고, 배워야하는 역사입니다. 평생을 말 못 할 고통과 억울함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 부끄러움과 함께 숨기며 지내야 했던 분들의 삶이 어땠을지 짐작하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그리고 용기내어 나섰던 분들이 이제 하나둘 생을 마감하시고 계십니다. 어린 소녀가 90대 노인이 될 때 까지의 그 긴 시간들을 지금 여기 계신 분들, 그리고 전세계에 많은 분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싸우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저 세월만 흘러왔을 뿐입니다. 이를 위해 남은 평생을 바치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더 이상 이렇게 시간만 흐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잊혀지거나 묻혀서는 안됩니다. 악착같이 기억하고 또 되새겨야 합니다.

그를 위해 이제는 일본군‘위안부’ 범죄에 대해 일본이 이를 인정해야 하며, 할머니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일본 역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기재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분들의 간절함이 더 이상 무시되지 않고, 지체없이 빠르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곁에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같이 인사)


연대발언_한혜인(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일본의 위험한 역사전(歴史戦), 당장 멈추어야 한다


다시 전쟁의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러시아와 우쿠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에 세계가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무모한 전쟁에 어린이와 여성의 안전은 빼앗겨 버리고 있습니다. 이 전운은 동아시아에도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북중러, 한미일이라는 신 냉전체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3년 ‘적극적 평화주의’를 외교의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평화’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에 방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소위 ‘평화’를 만든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일 간에는 늘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 있어 왔습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맺을 당시에는 피해자의 배상, 보상의 문제가 아니고, “독립축하금”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문제 전체를 해결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에 더해 2014년 산케이 신문에서는 일본군‘위안부’문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을 미일 안보를 해치는 세력들이 일으키는 안보문제로 정의하고, 한일 간, 한중 간 역사 인식의 갈등을 ‘역사전’이라고 칭하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일본정부는 이‘역사전’개념을 받아들여, 역사전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정책화했습니다.

 

1982년 교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기준에 근린제국조항, 즉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에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일본사 교과서를 쓸 때 근현대사 부분은 주변국 입장을 고려해 서술해야한다는 조항입니다. 일본은 이 조항을 버렸습니다.

 

2014년 1월 「교과용도서검정기준의 개정」을 통해 사회과(고등학교 검정기준에 있어서는 지리역사과 및 공민과) 고유조건에 관해 개악했습니다. 미확정적인 시사적 사항에 관해서는 특정사항을 강조하지 말 것, 근현대 역사적 사항 중 통설적 견해가 없는 숫자 등에 관해서는 “각의결정 및 그 외의 방법으로 마련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나 최고재판소의 판례가 있는 경우 그것을 기본으로 기술할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일본정부가 응답하는 방식으로 각의결정하여 ‘통일적 견해’를 만들어 갔습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에 관해서는 종군‘위안부’라는 용어에서 ‘종군’이라는 말을 빼, 군관헌이 개입하여, 강제연행 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관해서도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독도에 관해서는 일본의 고유영토론, 한국의 불법점거, 국제사회 속에서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과서는 근린제국조항을 버리고,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침략전쟁인 러일전쟁을 아시아해방 전쟁으로 미화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민들의 피해를 극단화했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침략성을 소거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대동아전쟁은 서양의 침략에 동아시아가 함께 한 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용어입니다. 당시 식민지민들은 일본과 전쟁을 함께 한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에 ‘내선일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요당한 식민지민으로 강제동원되어 비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졌습니다. 이들 버려진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한국, 일본의 시민들은 여러 노력으로 역사정의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들의 노력을 안보를 해치는 세력으로 정의하고, 이들 세력과 전쟁을 통해 이겨야 한다는 ‘역사전’을 선포했습니다. 일본의 일부 시민사회는 이 전쟁에 가담하여, 일본 뿐 아니라, 유엔 등에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등을 부정하는 캠패인을 전쟁의 프로파간다처럼 퍼뜨리고 있습니다.

 

2025년 내년은 해방 80년이 되는 해입니다. 동시에 한일청구권협정 등 한일기본조약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일기본조약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80년간의 역사운동으로 일본이 무엇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밝혀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식민지 지배 불법에 따른 비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내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와 같은 비인도적 범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기 때문입니다.

 

2025년에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한계를 명확히한 새로운 조약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한일조약에는 식민지 지배책임을 명확히 하고, ‘적극적’에 방점을 ‘평화’에 방점을 두는 일본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대발언_권현우(한베평화재단)

2024년 5월 22일 수요시위 연대발언 –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저는 한베평화재단에서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권현우 활동가라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베트남전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는 약 130건의 학살, 약 1만 명의 희생자로 그 피해 규모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는 그 피해 규모에 대한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전시성폭력 문제의 특성상 피해자의 파악이 여타 전쟁범죄에 비해 더 어렵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 피해생존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점 등이 베트남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베트남전쟁은 이른바 촌락에서 벌어진 전쟁이었고 한국군은 민간인들과 자주 접촉하며 수색 섬멸 작전을 벌였습니다. ‘베트콩’ 수색을 위해 마을에 들어갔을 때 한국군이 마주했던 다수의 민간인들은 여성, 노인, 아이들이었습니다. 성인 남성들의 다수는 전선으로 떠났고 남은 여성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군의 총구 앞에선 여성들이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무사히 풀려나길 애원했지만 한국군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퐁니·퐁녓, 하미, 빈호아, 빈안학살 등의 민간인학살 피해가 한국 사회에 알려져 있습니다.

하미학살에서는 만삭의 임신부였던 24세 응오티까이 님이 강간당한 후 살해당했습니다. 빈호아 마을의 증오비에는 2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7명의 임산부가 죽임을 당한 기록이 있습니다. 베트남전 한국군 최대 민간인학살인 빈안학살 사건 자료집에도 한국군에 의한 전시강간 기록이 있으며 빈안학살 위령제단에는 전시성폭력을 묘사한 벽화가 있기도 합니다.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에서 수집한 한국군 민간인학살 자료들에는 모두 27건의 민간인학살에서 전시성폭력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현재 국가배상소송이 진행 중인 퐁니·퐁녓학살 사건에서 전시 강간 피해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퐁니·퐁녓 희생자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전시성폭력의 면면을 보여줍니다. 바로 한국군의 대검에 잔인하게 살해당한 20세 응우옌티탄 님의 처참한 주검입니다. 응우옌티탄의 마지막 모습은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의 상징적 증거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가해진 극도의 가혹행위를 보여준 전시성폭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 속에 전시성폭력이 존재했습니다. 2015년에는 정대협이 민간인학살 피해가 아닌 다양한 시공간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렸습니다. 마을 수색 과정에서 체포되어 한국군 기지로 끌려와 피해를 당한 여성, 한국군 부대에서 잡부로 일하던 중 피해를 당한 여성, 마을에서 작전 중인 한국군과 마주쳐 피해를 입은 여성, 한국군이 주민을 집단 소개한 과정에서 별도의 장소로 끌려가 피해를 입은 경우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베트남 중부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늘 한국군에 의한 강간 피해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은 위안소 설치를 검토했으나 추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전시성폭력 사건들은 베트남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2016년 10월에는 한국군 전시성폭력 피해자 쩐티응아이 님 등 10명이 한국의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냈습니다. 2019년에는 영국에 한국군 전시성폭력 피해와 라이따이한의 고통을 담은 모자상이 건립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젠더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제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성이 전쟁을 통해 여성에게 발동되고 폭발하며 베트남전쟁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전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연계되어 한국, 베트남, 일본이 가해와 피해의 자리를 오가며 다투는 과거사 문제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논하는 사이에 정작 피해자의 자리가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젠더적 관점을 통해 전시성폭력 문제에 온전한 이해와 접근을 이어가고 피해자의 자리와 우리의 자리를 함께 성찰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평화운동을 통해 우리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 힘이 오늘 이 자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 전시성폭력 문제의 엄중함과 그 이야기의 해방을 한국 시민사회가 진심으로 성찰하고 행동한다면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감과 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고, 윤미향 국회의원이 전시성폭력 관련 내용을 더 보강한 특별법을 추가로 발의하기도 했지만 모두 다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와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반여성주의, 무관심과 망각에 억눌려 있는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되길 바랍니다. 피해자 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며, 그들의 자리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이어가고,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연대의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것. 그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수요시위를 통해 한국 사회가 배운 것입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와 베트남의 피해 여성들에게도 오늘 이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평화와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대발언_김가연(피스모모)

안녕하세요, 피스모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가연입니다.

 

이번 주로 1649회차를 맞는 수요시위는 벌써 30년이 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입니다만, 일본군의 성노예로 전시 성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스스로 그 고통을 사회에 알리고, 전쟁범죄의 책임을 요구하는 데는 30년을 훌쩍 넘는, 50년이라는 침묵의 세월이 존재합니다. 전쟁이 남기는 흔적은 세월이 흘러도 개인과 사회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한국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전쟁이 그런 것 처럼요.

 

지금 세계는 전쟁과 무력 갈등,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무장’ 이라는 가장 손 쉬운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2일, 세계적으로 군비 축소를 위한 행동(GDAMS)이 일어난 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세계 군사비 지출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2023년의 세계 군사비가 2022년에 비해서 6.8% 증가했다는 발표였습니다. 2009년 이후로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무기 시장의 규모도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분쟁의 아픔을 사고팔며 무엇을 위해 ‘무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전쟁에 아주 많이 연루되어 ㅁㅁㅁ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고 있고, 무기 수출도 9번째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복합적이고 직접적인 폭력 상황에 한국이 미치는 영향과 책임은 뚜렷합니다. 한국정부는 미국을 통한 우회지원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졌고요. 가자지구에서 명백한 학살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2023년 10월 이후로도 이스라엘에 최소 128만 달러의 무기를 수출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3만 5천명을 넘었으며, 이 중 60% 이상은 여성과 아이입니다.

 

한국정부만 아니고, 일본, 중국, 미국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 역시 무기 산업과 군비 지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북한은 강대강 대응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하며 중지했던 군사적 조치를 재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11일간의 ‘자유의 방패’ 군사 훈련을 통해 북한 수뇌부 제거 연습은 물론 북한의 핵 위협 무력화를 위한 훈련을 했습니다. 미국은 일본,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를 다시금 공고히 했습니다. 중국을 ‘위협’으로 상정하면서요. 중국 또한 러시아, 북한 등과 만남을 가지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한층 더 진영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안전만 보장되면 족하다는 식이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쟁의 영향은 한 편에 머물지 않으며, 전쟁의 흔적은 한 세대를 훨씬 넘어서도 계속됩니다.

 

젠더를 기반으로 하는 전쟁 범죄는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전쟁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전쟁 중의 성폭력은 일본군에 의한 것으로만 한정되지 않으며, 한국전쟁기 미군과 한국군에 의한 성폭력,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과 연합군에 의한 성폭력, 제주 4.3 진압 과정에서의 성폭력 사례 등 ‘전시’ 혹은 ‘준전시’ 상황에서 성폭력은 수도 없이 발생합니다. 21세기에 일어난 전쟁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들은 여러 존재들에게, 그리고 여러 사회에 뼈 아픈 흔적으로 남습니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전쟁들을 목도하며,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또 다시 긴 시간을 침묵으로 견뎌야 할 지 앞이 캄캄해져 옵니다. 전쟁이 그렇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않고, 아주 깊고 시뻘건 흔적을, 억압을, 침묵을 남깁니다. 여러 전쟁들이 남긴 흔적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고통받은 분들의 흔적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 많은 흔적들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결정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