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기금, 왜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갈까요?
2021년 5월, 참혹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소식을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각종 인권기구는 이번 이스라엘의 폭격을 민간인 학살과 전쟁범죄로,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 정착촌 건설을 통한 팔레스타인인 강제이주를 인종청소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독립 후에도 끔찍하게 분열했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에게 피부색과 종교, 문화가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이슈에 대해 내가 목소리를 내도 되는 걸까?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게 맞을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나비기금을 날려 보내신 할머니들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우리 아이들은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해요.”(길원옥)
“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서서 우리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라고 싸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김복동,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나비기금 설립 기자회견에서)
아직 우리에게 생소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성폭력 피해여성, 베트남의 미국-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 성폭력 피해여성, 우간다의 신의저항군 내전 성노예 피해여성에게 전하신 희망의 날갯짓을 기억합니다. 성폭력을 겪고,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 속에서 또다시 살아남은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외로웠을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인종, 언어, 문화가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이미 이해하고, 연대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핑계로라도 전쟁, 식민지배, 군사점령, 인종차별, 학살은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구실을 갖다 대더라도 결국 의미 없는 죽음, 가족과 친구를 잃은 절규, 꿈도 희망도 벽에 막혀버리는 삶을 가릴 수 없습니다.
5월 2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강제퇴거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학살과 폭력으로 상처받은 삶이 벽을 넘어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아직 평화는 오직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비기금은 그동안 로힝야, 미얀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시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을 이어 온 아디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나비기금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희망을 싣고 아시아분쟁지역의 젠더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아디와 업무협약을 맺고, 3년간 팔레스타인 여성 트라우마 힐링센터 사업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꿈꿔왔던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의 의미를 아시아분쟁지역의 피해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 언어, 문화가 아닌 평화의 메시지로 서로의 힘이 되고자 합니다.
폭격이 비처럼 떨어지는 팔레스타인의 여성들에게도 나비기금의 날갯짓이 희망을 전하기를 바랍니다. 높게 쳐진 분리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이야기 더 알아보기
아디, 팔레스타인 여성 인권실태보고서(2020)
아디,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물 인권실태보고서, 팔레스타인 여행기 (2019)
아디의 팔레스타인, 미얀마, 로힝야 관련 보고서 모음: https://www.adians.net/blank-6
아디 유튜브 팔레스타인 재생목록
관련 보도자료: [공동보도자료] 정의기억연대와 아디, 아시아 분쟁지역 젠더폭력(GBV) 피해생존자 보호·지원 협력사업 시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자인 1492차 수요시위 연대발언(2021.5.19.)
안녕하세요,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자인입니다. 한국 법원이 인신매매, 성착취,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권리보다 일본 정부의 면책권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리고, 학술적 근거가 없는 글이 백인 남성 엘리트 교수가 썼다는 이유로 학문으로 둔갑하고, 여성인권과 정의, 평화를 외치던 평화로에 역사 왜곡 세력이 점거한 오늘 날, 저는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의 의미를 다시금 묻고 싶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을 낀 건너편 산 너머로부터 집채만 한 크기의 미군기가 나타나더니 위안소 위를 뒤덮었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중간 생략). 정신없이 강기슭 쪽으로 달려 풀숲으로 숨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미군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고 지면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총탄이 귓가의 공기를 갈랐다. '이번에는 맞겠다, 이번엔 정말 맞겠다.' 나는 두려움에 계속해서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앞선 낭독은 배봉기 할머니 증언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1945년 3월 미군은 배봉기 할머니가 있던 도카시키섬을 공습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던 여성 중 일부는 공습으로 사망했고, 일부는 이른바 ‘집단 자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봉기 할머니는 전쟁에서 “용케 살아남았”다 말합니다. 그런데 전장에서 살아남은 ‘위안부’는 배봉기 할머니 만이 아닙니다. 많은 일본군‘위안부’생존자들이 공습에 대해 증언했으며, 모두들 입을 모아 절대 전쟁은 일어나면 안된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군사 점령과 공격이 일어납니다.
1948년 유대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인을 대량 학살하고, 마을을 부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4분의 3 이상을 난민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선주민들이 강제추방된 땅 위에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재앙의 날, 아랍어로 나크바라 부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규모 인종 청소가 일어나고, 점령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민중봉기, 인티파다라 부르는 저항을 일으켰습니다. 나크바 이후 점령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 이스라엘 법원이 예루살렘 근방 마을 셰이크 자라 주민들을 강제 추방하는 판결을 내리자 팔레스타인에선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물결이 흘렀습니다.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한편, 이스라엘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은 묵인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커지던 와중 이스라엘군은 5월 10일 가자지구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가자 공습이 시작된 지 8일 째, 2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였고 5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뿐 아니라 학교, 언론 기관 등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공습은 밤에도 이어집니다. 공습을 경험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의 증언이 떠오릅니다.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진상 규명, 사죄 및 배상이 필수적입니다.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또한 요구됩니다. 즉, 일본군‘위안부’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식민 지배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만큼 군사 점령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만큼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2015년 김복동 할머니가 팔레스타인 성폭력 피해생존자 라스미아 오데의 손을 잡았던 것 처럼, 2021년 나비기금이 팔레스타인으로 전달되는 것 처럼, 수요시위에 모인 우리들도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정의 실현을 위해 군사주의에 저항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그리고 유튜브로 참여하고 계신 분들께 연대와 관심,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을 양국가 간 갈등, 마찰이라 설명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를 소거하고, 이스라엘의 폭력을 비가시화하는 논의에 일침을 가하고, 주위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진실을 알리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긴 발언을 마무리하며 한국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알리아가 보낸 편지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메시지
안녕하세요 저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알리아입니다. 여러분은 최루가스 냄새를 맡아보신 적이 있나요? 총알에 맞아보신 경험은요? 자택이 폭탄에 맞아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귀가해서 네 명의 자녀가 죽어있는 광경을 맞닥뜨려본 경험은요? 이러한 일들을 2021년 현재에 상상하실 수 있으신가요? 과거 한국이 겪은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은 한반도를 강제 점령하여 식민지 조선인들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과거의 악몽을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혹시 이와 같은 악몽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인 오늘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제 나라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더 읽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나라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제대로 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점령이고 대량학살입니다. 이것은 점령자 이스라엘과 점령당한 자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억압하는 자 이스라엘과 억압받는 자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면서 인종청소를 하고 있으며 인간성을 말살하고 거주지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 대량 학살을 일삼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에는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이 예루살렘의 도시 셰이크 자라에 자신들의 거주지를 만들기 위해 멀쩡히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추방하는 행위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 가자 지구에서의 사망자는 212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61 명은 어린이이고 36 명은 여성이며 1500여 명이 다쳤습니다. 뉴스 기자도 총에 맞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보도가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고 가자에 있는 방송국 건물까지 폭격했습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사람들, 인권 운동가들의 계정이 정지 또는 삭제 조치까지 당했습니다.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유괴되고 여성들은 이스라엘 군인에 의한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진정 평화를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평화나 사랑만으로는 수십년간 이어진 압제와 인종청소, 영토와 생명을 앗아간 만행을 되돌릴 순 없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핵으로 무장하고 있고 아이언 돔이 그들을 지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민 세금으로 경제 원조를 뒷받침하고 있고 여러 나라가 여전히 이스라엘과 통상하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이스라엘에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부여합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말하는 ‘평화’만을 널리 퍼뜨릴 힘을 실어줍니다. 이스라엘이 말하는 ‘중동의 평화’란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그들 손바닥 위에 두고 마실 물이나 전기, 음식, 심지어는 생명까지 쥐고 흔드는 것을 뜻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2등 시민 취급하며 감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마스가 문제가 아닙니다. 아랍인과 유대인 간의 대결도 아닙니다. 핵심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입니다. 저희는 압제자 이스라엘의 점령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행한 국제적 범죄와 인권 유린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인류애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압제와 그 어떤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신다면, 개인의 신념이 군국주의에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신다면,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주세요. 진실에 대해 배우고 그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각심을 퍼뜨리고 팔레스타인을 도울 수 있을 지 함께 방법을 찾아주세요.
진심을 담아,
팔레스타인 사람 알리아 드림
?아디 이동화 활동가 1493차 수요시위 연대발언(2021.5.26.)
“우리에겐 더 많은 연대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활동가
지난 5월 10일부터 5월 21일까지 11일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충돌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측 248명, 이스라엘 측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2,2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경우에는 여성과 아동의 사망자가 99명에 이르고 수백채의 건물이 파괴되었으며, 학교, 병원, 방송국, 전기 수도시설, 전력시설과 같은 일반생활시설과 기간시설들이 폭격을 당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번 충돌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미사일 선제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묘사되는데 실상은 다릅니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는 전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육지와 바다, 하늘이 모두 막힌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이후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78%를 점령했고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나머지 22%의 땅, 즉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모두 군사점령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이 비극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번 침공역시 동예루살렘의 세이크자라 마을에서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역시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벽하게 봉쇄한 이후 2008년, 2012년, 2014년, 그리고 이번까지 4차례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고, 이번 가자지구 침공이전에도 산발적인 공습은 수차례 진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이번 침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침공을 통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건 팔레스타인 내 약자들인 여성과 아동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1948년 이후 4차례의 전쟁, 2000년도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같은 엄청난 점령폭력 속에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휴전이후 바로 식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어떨까요? 그동안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비극에 대하여 무관심을 넘어 가해국가의 편에 섰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의 원인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과 유대인국가건설에 있음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폭력을 탓하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정하는 유엔의 결의안 등에 기권 또는 거부 표결을 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침공과 같은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규탄성명을 발표하였고, 지금과 같은 휴전상황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계속되는 점령상황임에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점령이 낳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시선을 두지 못했고 연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사단법인 아디와 정의기억연대는 팔레스타인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의미있는 협력사업을 시도하려 합니다. 2016년 창립부터 로힝야, 팔레스타인, 미얀마 등 아시아 분쟁지역 여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아디는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께서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의 지원을 위해 기부하신 정의연의 나비기금의 취지를 받들어 팔레스타인 여성피해생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트라우마 힐링센터’를 조성하기로 합의하고 이번 5월부터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이스라엘의 점령폭력과 젠더폭력으로 피해받는 팔레스타인 여성생존자들에게 트라우마 힐링 프로그램과 법률 상담 및 소송지원, 긴급재정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에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여성폭력 피해생존자에게 직접적인 인권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센터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팔레스타인 현지 여성과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하루아침에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동안 관심밖에 있던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인권상황이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식민지배와 점령의 경험이 있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시민사회에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여성피해 생존자 한명 한명의 인권보호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져서 더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전쟁영화가 아닌 한명 한명의 처절한 고통이 담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임을 우리가 깨닫기를 희망합니다.
?나비기금, 왜 팔레스타인으로 날아갈까요?
2021년 5월, 참혹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소식을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각종 인권기구는 이번 이스라엘의 폭격을 민간인 학살과 전쟁범죄로,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 정착촌 건설을 통한 팔레스타인인 강제이주를 인종청소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독립 후에도 끔찍하게 분열했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에게 피부색과 종교, 문화가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이슈에 대해 내가 목소리를 내도 되는 걸까?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게 맞을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나비기금을 날려 보내신 할머니들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우리 아이들은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해요.”(길원옥)
“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서서 우리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라고 싸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김복동,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나비기금 설립 기자회견에서)
아직 우리에게 생소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성폭력 피해여성, 베트남의 미국-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 성폭력 피해여성, 우간다의 신의저항군 내전 성노예 피해여성에게 전하신 희망의 날갯짓을 기억합니다. 성폭력을 겪고,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 속에서 또다시 살아남은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외로웠을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인종, 언어, 문화가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이미 이해하고, 연대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핑계로라도 전쟁, 식민지배, 군사점령, 인종차별, 학살은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구실을 갖다 대더라도 결국 의미 없는 죽음, 가족과 친구를 잃은 절규, 꿈도 희망도 벽에 막혀버리는 삶을 가릴 수 없습니다.
5월 2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강제퇴거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학살과 폭력으로 상처받은 삶이 벽을 넘어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아직 평화는 오직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비기금은 그동안 로힝야, 미얀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시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을 이어 온 아디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나비기금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희망을 싣고 아시아분쟁지역의 젠더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아디와 업무협약을 맺고, 3년간 팔레스타인 여성 트라우마 힐링센터 사업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꿈꿔왔던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의 의미를 아시아분쟁지역의 피해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 언어, 문화가 아닌 평화의 메시지로 서로의 힘이 되고자 합니다.
폭격이 비처럼 떨어지는 팔레스타인의 여성들에게도 나비기금의 날갯짓이 희망을 전하기를 바랍니다. 높게 쳐진 분리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이야기 더 알아보기
아디, 팔레스타인 여성 인권실태보고서(2020)
아디,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물 인권실태보고서, 팔레스타인 여행기 (2019)
아디의 팔레스타인, 미얀마, 로힝야 관련 보고서 모음: https://www.adians.net/blank-6
아디 유튜브 팔레스타인 재생목록
관련 보도자료: [공동보도자료] 정의기억연대와 아디, 아시아 분쟁지역 젠더폭력(GBV) 피해생존자 보호·지원 협력사업 시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자인 1492차 수요시위 연대발언(2021.5.19.)
안녕하세요,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자인입니다. 한국 법원이 인신매매, 성착취,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권리보다 일본 정부의 면책권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리고, 학술적 근거가 없는 글이 백인 남성 엘리트 교수가 썼다는 이유로 학문으로 둔갑하고, 여성인권과 정의, 평화를 외치던 평화로에 역사 왜곡 세력이 점거한 오늘 날, 저는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의 의미를 다시금 묻고 싶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을 낀 건너편 산 너머로부터 집채만 한 크기의 미군기가 나타나더니 위안소 위를 뒤덮었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중간 생략). 정신없이 강기슭 쪽으로 달려 풀숲으로 숨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미군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고 지면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총탄이 귓가의 공기를 갈랐다. '이번에는 맞겠다, 이번엔 정말 맞겠다.' 나는 두려움에 계속해서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앞선 낭독은 배봉기 할머니 증언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1945년 3월 미군은 배봉기 할머니가 있던 도카시키섬을 공습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던 여성 중 일부는 공습으로 사망했고, 일부는 이른바 ‘집단 자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봉기 할머니는 전쟁에서 “용케 살아남았”다 말합니다. 그런데 전장에서 살아남은 ‘위안부’는 배봉기 할머니 만이 아닙니다. 많은 일본군‘위안부’생존자들이 공습에 대해 증언했으며, 모두들 입을 모아 절대 전쟁은 일어나면 안된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군사 점령과 공격이 일어납니다.
1948년 유대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인을 대량 학살하고, 마을을 부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4분의 3 이상을 난민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선주민들이 강제추방된 땅 위에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재앙의 날, 아랍어로 나크바라 부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규모 인종 청소가 일어나고, 점령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민중봉기, 인티파다라 부르는 저항을 일으켰습니다. 나크바 이후 점령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 이스라엘 법원이 예루살렘 근방 마을 셰이크 자라 주민들을 강제 추방하는 판결을 내리자 팔레스타인에선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물결이 흘렀습니다.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한편, 이스라엘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은 묵인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커지던 와중 이스라엘군은 5월 10일 가자지구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가자 공습이 시작된 지 8일 째, 2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였고 5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뿐 아니라 학교, 언론 기관 등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공습은 밤에도 이어집니다. 공습을 경험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의 증언이 떠오릅니다.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진상 규명, 사죄 및 배상이 필수적입니다.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또한 요구됩니다. 즉, 일본군‘위안부’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식민 지배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만큼 군사 점령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만큼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2015년 김복동 할머니가 팔레스타인 성폭력 피해생존자 라스미아 오데의 손을 잡았던 것 처럼, 2021년 나비기금이 팔레스타인으로 전달되는 것 처럼, 수요시위에 모인 우리들도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정의 실현을 위해 군사주의에 저항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그리고 유튜브로 참여하고 계신 분들께 연대와 관심,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을 양국가 간 갈등, 마찰이라 설명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를 소거하고, 이스라엘의 폭력을 비가시화하는 논의에 일침을 가하고, 주위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진실을 알리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긴 발언을 마무리하며 한국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알리아가 보낸 편지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메시지
안녕하세요 저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알리아입니다. 여러분은 최루가스 냄새를 맡아보신 적이 있나요? 총알에 맞아보신 경험은요? 자택이 폭탄에 맞아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귀가해서 네 명의 자녀가 죽어있는 광경을 맞닥뜨려본 경험은요? 이러한 일들을 2021년 현재에 상상하실 수 있으신가요? 과거 한국이 겪은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은 한반도를 강제 점령하여 식민지 조선인들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과거의 악몽을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혹시 이와 같은 악몽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인 오늘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제 나라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더 읽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나라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제대로 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점령이고 대량학살입니다. 이것은 점령자 이스라엘과 점령당한 자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억압하는 자 이스라엘과 억압받는 자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면서 인종청소를 하고 있으며 인간성을 말살하고 거주지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 대량 학살을 일삼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에는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이 예루살렘의 도시 셰이크 자라에 자신들의 거주지를 만들기 위해 멀쩡히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추방하는 행위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 가자 지구에서의 사망자는 212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61 명은 어린이이고 36 명은 여성이며 1500여 명이 다쳤습니다. 뉴스 기자도 총에 맞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보도가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고 가자에 있는 방송국 건물까지 폭격했습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사람들, 인권 운동가들의 계정이 정지 또는 삭제 조치까지 당했습니다.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유괴되고 여성들은 이스라엘 군인에 의한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진정 평화를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평화나 사랑만으로는 수십년간 이어진 압제와 인종청소, 영토와 생명을 앗아간 만행을 되돌릴 순 없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핵으로 무장하고 있고 아이언 돔이 그들을 지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민 세금으로 경제 원조를 뒷받침하고 있고 여러 나라가 여전히 이스라엘과 통상하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이스라엘에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부여합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말하는 ‘평화’만을 널리 퍼뜨릴 힘을 실어줍니다. 이스라엘이 말하는 ‘중동의 평화’란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그들 손바닥 위에 두고 마실 물이나 전기, 음식, 심지어는 생명까지 쥐고 흔드는 것을 뜻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2등 시민 취급하며 감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마스가 문제가 아닙니다. 아랍인과 유대인 간의 대결도 아닙니다. 핵심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입니다. 저희는 압제자 이스라엘의 점령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행한 국제적 범죄와 인권 유린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인류애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압제와 그 어떤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신다면, 개인의 신념이 군국주의에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신다면,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주세요. 진실에 대해 배우고 그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각심을 퍼뜨리고 팔레스타인을 도울 수 있을 지 함께 방법을 찾아주세요.
진심을 담아,
팔레스타인 사람 알리아 드림
?아디 이동화 활동가 1493차 수요시위 연대발언(2021.5.26.)
“우리에겐 더 많은 연대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활동가
지난 5월 10일부터 5월 21일까지 11일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충돌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측 248명, 이스라엘 측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2,2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경우에는 여성과 아동의 사망자가 99명에 이르고 수백채의 건물이 파괴되었으며, 학교, 병원, 방송국, 전기 수도시설, 전력시설과 같은 일반생활시설과 기간시설들이 폭격을 당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번 충돌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미사일 선제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묘사되는데 실상은 다릅니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는 전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육지와 바다, 하늘이 모두 막힌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이후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78%를 점령했고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나머지 22%의 땅, 즉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모두 군사점령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이 비극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번 침공역시 동예루살렘의 세이크자라 마을에서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역시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벽하게 봉쇄한 이후 2008년, 2012년, 2014년, 그리고 이번까지 4차례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고, 이번 가자지구 침공이전에도 산발적인 공습은 수차례 진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이번 침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침공을 통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건 팔레스타인 내 약자들인 여성과 아동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1948년 이후 4차례의 전쟁, 2000년도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같은 엄청난 점령폭력 속에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휴전이후 바로 식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어떨까요? 그동안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비극에 대하여 무관심을 넘어 가해국가의 편에 섰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의 원인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과 유대인국가건설에 있음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폭력을 탓하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정하는 유엔의 결의안 등에 기권 또는 거부 표결을 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침공과 같은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규탄성명을 발표하였고, 지금과 같은 휴전상황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계속되는 점령상황임에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점령이 낳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시선을 두지 못했고 연대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사단법인 아디와 정의기억연대는 팔레스타인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의미있는 협력사업을 시도하려 합니다. 2016년 창립부터 로힝야, 팔레스타인, 미얀마 등 아시아 분쟁지역 여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아디는 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께서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의 지원을 위해 기부하신 정의연의 나비기금의 취지를 받들어 팔레스타인 여성피해생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트라우마 힐링센터’를 조성하기로 합의하고 이번 5월부터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이스라엘의 점령폭력과 젠더폭력으로 피해받는 팔레스타인 여성생존자들에게 트라우마 힐링 프로그램과 법률 상담 및 소송지원, 긴급재정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에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여성폭력 피해생존자에게 직접적인 인권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센터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팔레스타인 현지 여성과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하루아침에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동안 관심밖에 있던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인권상황이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식민지배와 점령의 경험이 있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시민사회에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여성피해 생존자 한명 한명의 인권보호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져서 더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전쟁영화가 아닌 한명 한명의 처절한 고통이 담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임을 우리가 깨닫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