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연대사업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함께 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들이 5·18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기위해 증언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증언대회가 열리는 강당에 들어서자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선선한 바깥 공기와 다르게 진중함과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상황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싶었지만 허가한 촬영자 외에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사회자의 당부에 따라 참가자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서로를 눈에 담았습니다. 곧 묵념으로 식을 시작하고 피해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바로 앞까지 와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장 내에는 은은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사회자의 신호에 피해자들이 등불을 들고 입장하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대 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 조사과정에 대한 짧은 소개를 마친 뒤 피해자들의 증언이 시작되었습니다. 최미자 님의 증언을 시작으로 김선옥, 최경숙, 김복희 님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증언이 시작되자 현장에서는 탄식과 눈물이 이어졌고 분노와 슬픔 그리고 수 많은 감정들이 강당을 메우며 공명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고등학생, 광주 진압 이후 수사를 받던 대학생, 퇴근하던 임산부, 애인을 잃고 도청에서 저항하다 끌려간 시민군.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당한 시점과 장소는 달랐지만 가해자는 모두 국가폭력을 수행하는 남성들이었습니다. 이날의 증언으로 국가가 광주시민들을 빨갱이, 폭도로 몰아 "국민"의 범주에서 몰아냈으며 내란 진행과 수습과정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신체를 물건처럼 다룬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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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이 끝난 후 하주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삶의 회복을 위해 피해자 스스로 나서 소송을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개인이 아닌 국가공동체가 피해자의 회복에 앞장서는 입법 요청을 했습니다. 그의 요청은 '위안부'피해자보호법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역사를 지우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생존자 개인의 삶을 부정하며 2차 가해를 서슴치 않는 혐오세력에 대한 법과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지현 전 검사는 "국가는 우릴 버렸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서로를 살려내고 있었구나" 라고 말하며 오늘 연대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되새기게 했습니다. 또 그의 말은 정의기억연대가 활동가들에게 "우리가 어떤 연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화두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증언대회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한국사회가 과연 얼마나 변했는가를 돌이켜보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해방 후에도 46년 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던 할머니들과 내란의 주동자 전두환이 처벌 받고도 29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침묵할 수 밖에 없던 저들의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오늘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자리에 함께한 경험과 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쟁, 내란과 같이 거대한 폭력이 길을 잃고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상황을 막아 서고, 침묵에 잠긴 목소리들을 함께 듣고, 사회가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서로를 살려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