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이**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오전 7시 30분경 이OO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할머니는 1925년에 태어나셨습니다. 17세 되던 1942년경 직장인 방직공장에서 퇴근하다가 그 근처에서 군용 트럭에서 내린 군인에게 동료 2명과 함께 납치되었습니다. 트럭에는 이미 여러 명의 여성들이 타고 있었고, 다른 트럭에서 내린 또 다른 여성들 열댓 명 정도와 함께 강제로 배에 태워져 일본 시모노세키로 끌려가셨습니다. 시모노세키에서 또다시 만주로 끌려가 끔찍한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당하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인들이 오지 않아 해방이 된 것을 알게 되었으나 돈도 한 푼 없고 조선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 귀국 방법을 찾던 중, 항구로 가면 조선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말을 듣고 동료 2명과 함께 항구로 가서 조선인 선주에게 사정하여 간신히 밀수선인 소금배를 얻어 타고 귀국했습니다. 할머니는 피해 경험으로 얻은 죄책감과 피해의식으로 평생을 괴로워하셨습니다. 오랫동안 고통을 잊지 못하시고 늘 얼굴에 그늘이 져 계셨습니다. 찾아뵐 때마다 할머니의 얼굴에 드리운 괴로움과 외로움을 보며 안타깝고 아팠습니다. 그래도 활동가들을 보시면 무척이나 반가워하시고 집에 잘 돌아갔는지 확인 전화도 하실 정도로 정이 많으셨습니다. 2018년 끝자락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는데 최근에 악화되어 큰 고통을 견디시다 오늘 오전 하늘로 가셨습니다. 할머니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 외롭고 힘든 기억 모두 잊으시고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이OO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니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