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에 대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들의 입장
지난 2월 3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소위를 구성하고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명 권고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 심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과 함께해 온 지원단체들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고 구속된 이상직 의원, 국회의원직을 악용해 사익을 취한 박덕흠 의원과 같이 묶어 윤미향 의원을 제명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우선, 우리 단체들은 사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난 국회의원 제명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지난 2020년 5월 이후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에 제기된 무리한 검찰 기소는 현재 재판을 통해 진위가 가려지고 있다. 당시 무분별하게 제기된 12가지 문제들은 검찰 조사단계에서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2020년 9월 24일, 검찰은 ‘정대협·정의연 고발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면밀히 검토하였으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사안들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다음은 당시 검찰이 발표한 무혐의 처분 내용이다.
? 딸 유학자금: 윤미향 부부 및 친인척의 자금, 윤미향 배우자의 형사보상금 등으로 대부분 충당된 것으로 확인됨
? 부동산 구입: 거주 중인 아파트(경매로 취득 ‘12. 4.’) 구매 자금 출처는 정기예금 해약금 및 가족 직원에게 차용한 금원으로 확인됨. 단체 자금이 아파트 구매에 사용되었다고 볼 증거는 없었음
? 선관위 신고 재산 기부금 횡령: 윤미향이 기존에 보유하던 예금과 배우자의 형사보상금 등이 자금원이었음
? 배우자가 운영하는 신문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어 업무상 배임: 압수자료 등에 의하면 복수의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제시금액이 가장 저렴한 ○○신문사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됨
? 윤미향 부친 쉼터 관리자로 형식상 등재하고 급여 지급해 배임: 쉼터 관리자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배임 등 범죄를 인정하기는 어려움
? 보조금 및 기부금 유용: 정상 회계 처리는 되어있고 지출에도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였음
? 정대협 정의연이 같은 사업으로 보조금 중복 과다지급 받음: 정대협 정의연의 보조금 사업내용 분석결과 세부적인 사업내용이 다르거나 매년 반복되는 사업으로 수령하는 보조금인 점 등에 비추어 보조금 중복 과다 지급으로 보기 어려움
? 정의연의 년 기부금 수입 횡령: 정의연 기부금 모금사업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기림사업 교육 해외 홍보 장학 사업 등 사업내용이 다양하므로 피해자 직접 지원 사업 외 다른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음
? 안성쉼터 헐값으로 매각해 업무상 배임: 당시 기준 시세 감정평가 금액을 고려하고 매수자가 없어 상당 기간 매각이 지연된 점 등 고려할 때 배임이라 보기 어려움
둘째, 법적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은 일본군성노예제의 역사적 규명과 그를 위한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에 큰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오랫동안 은폐되어 있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며 전 세계 여성인권평화운동의 상징으로 만든 것은, 특정한 정치권력이나 정부가 아니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이었다. 민족과 국가, 성별과 세대, 이념과 정파 간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연대를 이룬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사회적 낙인을 딛고 가해자들의 범죄를 고발한 김학순 할머니 등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에,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고 전시 성폭력 등에 관한 국제인권규범이 바뀌었으며 피해자 중심 원칙이 보편화되었다. 이번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은 그러한 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부정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힘겹게 일구어 온 운동 자체가 정치적 셈법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셋째, 우리는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의 여파가 일본군성노예제의 역사를 부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의 통제 불가능한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지금 극우 역사부정 단체들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 유럽까지 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반인권, 반역사, 반민주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소녀상 철거와 설립방해 공세, 수요시위 공격, 일본군성노예제 부정, 강제동원 부정, 역사 교과서 왜곡, 피해자 부정과 모욕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과 연구자들에게 대한 개별 공격도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번 제명 추진이 극우 역사부정세력의 정당성 제공은 물론,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역사부정세력과 결탁한 극우 보수세력의 정치공세가 광범위하게 자행되어 자유와 평등,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이들이 힘을 얻게 된다면 어렵게 세운 과거사 전반의 진실이 뿌리째 흔들리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다시 봉쇄될 것이며, 공공선과 공존을 위해 헌신해 온 수많은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에 대한 탄압 또한 강화될 것이다. 지금도 윤미향 의원 건을 빌미 삼아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역사의 근간을 부정하는 집단들이 윤미향 의원 제명 이후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 부정적 결과를 국회는 과연 책임질 수 있는가.
우리는 다시 상기한다. 학문적으로, 이념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피해자를 이용하는 이들, 이로 인해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다시 짓밟힌 이들을 상기한다. 때론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때론 화해와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편견과 혐오, 배제와 차별이 정당화되었는지 상기한다. 스스로의 허물과 약점을 가리기 위해 희생양을 찾고 광기 어린 마녀사냥을 주도한 이들이 ‘사법적·정치적’ 판단이란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했는지 상기한다. 그 가운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이 흔들리거나 자의적으로 재단되었으며 잘못된 정치·외교적 결정이 이루어져 왔음을 상기한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과 함께 해 온 우리 단체들은 30년 이상 어렵게 지탱해 온 운동 자체를 훼손하고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결국은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역사, 불법 강점과 강제동원, 성노예제를 모두 지우려는 불순한 의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강조한다.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흐름 위에 있다.
우리 단체들은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이상과 같은 내용을 충분히 고려해 제명 추진을 당장 멈춰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2022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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