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죽었으나 오히려 더 역동적으로 살아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호흡하는 김복동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가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마냥 미루고만 싶었던 이별이 너무 빨리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주저앉아 울고만 싶은 할머니와의 이별인데 정작 지난 일주일은 벅찬 감동과 감사로 채워졌습니다.
할머니 가시는 길 의미있고 따스하게 배웅해드리기 위해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의 공동장례위원장을 기꺼이 맡아주시고, 각자가 감당해야 할 슬픔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5일장 내내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시민사회 대표님들, 빈소를 찾아 준 수많은 아이들과 청년들, 시민들 그리고 각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정말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역에, 세계 곳곳에 세워진 분향소와 그곳을 찾은 발걸음, 또 추모행동은 대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와 닿은 뜨거운 연대였습니다. 직접 빈소를 찾지 못해도 장례위원으로 참여해 마음을 모아주고 온라인으로 추모의 마음을 표현해 준 수많은 분들은 가만히 온기를 전해주는 고마운 손길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시청광장에서 일본대사관 앞까지 할머니의 뒤에서 할머니를 따르는 나비떼가 되어 노랑과 색색의 만장을 나부끼며 ‘내가 바로 김복동이다’라고 외친 당신들. 할머니가 떠난 자리에 하얀 국화 놓으며 고개 숙여 명복을 빌어준 바로 당신들.
김복동 할머니는 고통스럽던 육신을 훌훌 벗고 시원하게 손 흔들며 떠나셨을 테지요. 나비 되어 훠얼-헐 날아가셨을 테지요. 끝까지 싸워 달라던 당부의 말을 가슴으로 받아 안고 슬픔을 넘어 약속과 다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수많은 이들이 있어 할머니는 미련없이 발걸음 재촉하셨겠지요.
고맙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조의금으로 모아주신 정성은 할머니를 잘 보내드리고도 남아 평생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이 땅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에게, 고통받는 이들에게 나누어지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는 김복동할머니가 남기신 위대한 유산은 그 어떤 높고 두터운 벽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할머니를 따라 희망을 잡고 살아갈 용기이며 실천의 발걸음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 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2월 7일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 장례위원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대표 윤미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