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이귀녀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부고] 오늘 새벽 용인의 한 요양병원에 계시던 이귀녀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할머니는 1926년에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열일곱인가 열여덟에 이장이 중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시집가야지 어딜 가냐 하셨지만 이장은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와서 몇 사람이라고 다 작정하고 배속해 놨는데 안 가면 안 된다고 하며 강제로 끌고 갔습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중국 열하성으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성노예 피해를 당하셨습니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곳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 역시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에서 혼인도 하고 삶을 꾸리셨습니다. 북경에서 몇 년 남의 집 아이 보는 일을 하다가 재봉공장에 들어가 15년 간 일했습니다. 재봉틀에 하도 앉아 일을 해 손, 다리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내내 고국을 그리워하셨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교류하지 않을 때 밖에서 조선말이 들리면 쫓아나가셨습니다. 한국에서 주는 지원금도 당신은 살 만하다, 한국이 어려운데, 내가 나라 위해 좋은 일 한 것도 없는데 왜 나라에 못 할 일 시키냐, 하며 받지 않으셨습니다. 중국에서의 오랜 삶을 뒤로 하고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요양병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활동가들이 찾아가서 함께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고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6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셨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영면에 드셨습니다. 할머니 이제는 고통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자유롭게 좋은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이귀녀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