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12월 26일 밤 이옥선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1928년에 태어난 할머니는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1944년 10월경 일본 군인이 집으로 찾아와 일본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보내지 않겠다고 저항했지만 결국 강제로 끌려가셨습니다. 연행되어 간 곳은 만주 해성이었고 일본군대가 주둔해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위안소에서 할머니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를 당하셨고 당시 폭행 등으로 크게 다쳐 오래도록 다리가 불편하셨습니다. 어느 날 근처 살던 중국인에게서 조선이 해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신의주까지 와서 열차를 타고 고향 대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향도 할머니가 마음 편히 머물 곳은 못 되었습니다. 가족에게는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만주에 갔다 왔다고만 했습니다. 이후 속리산 마을에서 약초 행상을 하며 생활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국악을 배워 국악기와 판소리를 잘 하셨으며. 고령에도 동네 사람들의 이름과 집안 사정을 다 아실 정도로 총명하셨습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의 끼니와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겨 주시던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본인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망설이지 않으셨으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수천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1993년 정부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신 할머니는 수요시위 참가 등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활동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나눔의 집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는 어젯밤 9시 40분경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빈소는 경기도 광주 경안장례식장 101호입니다. 이옥선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