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형사2심 입장문] 반인권적, 반역사적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입장문] 반인권적·반역사적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오늘 서울서부지방법원(제2-3형사부(항소), 재판장 이주현)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현 정의기억연대)가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 2심에서 1심의 판결과 동일하게 정대협이 피해자들을 모아 교육하고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부분만 유죄를 인정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러한 사법부의 반인권적·반역사적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류석춘은 대학 강의에서 위안소는 일본군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한 것”, “위안부는 전부 거짓말”, “그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서 매춘하러 간 것”, “정대협이 끼어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하고”, 정대협은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단체” 등의 발언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벌어진 일이고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한 게 아니라 사실 적시가 어렵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전반과 개인을 분리하는 해괴한 논리로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우선할 수 없으며,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경우까지 적용되지 않는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홀로코스트와 반인도적 범죄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홀로코스트 부정행위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와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한다고 판단해 표현의 자유 보호에서 배제하고 있다. 명확히 확립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왜곡하는 행위가 인류 공통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해치고 공공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며,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인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2021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마련하였다. 이는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지난 30여년 이상 유엔의 각종 보고서와 권고안, 미국과 유럽연합 등 각국 결의안에서 인도에 반한 죄로 명확히 확증된 역사적 사실이다. 제국주의 일본국이 1930년대 초부터 1945년 패망 시까지 아시아·태평양 전역 걸쳐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설치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의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 ‘성노예’를 강요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199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하여 강제동원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해왔으며, 일본정부를 향해 인권에 중대한 침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조속히 배상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올 해도 유엔의 주요기구 ILO(국제노동기구)(2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6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7월)에서 일본정부는 ‘더 이상 지체없이’ ‘피해자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배상 등 책임있는 조치를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2023년 11월에는 서울고등법원도 일본군‘위안부’의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일본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침해한 류석춘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고통스럽지만 용기있게 증언한 피해자들을 집단적으로 모욕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지난 30여 년 간의 노력을 대한민국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부정·왜곡하는 행위다. 검찰은 끝까지 항소하여 류석춘의 죄를 다시 묻고, 사법부는 해괴한 논리와 변명을 거두고 인권의 가치와 법적 정의를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신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피해자 ‘명예훼손’에 관한 현행법의 한계가 더욱 명백해졌다. 정의기억연대는 대학 강단과 거리에서, 일부 권력자들의 입을 통해 역사왜곡과 인권침해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 활동을 더욱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24년 10월 24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