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카셀대학교 평화비 철거 압박한 일본 정부 규탄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헤센주 카셀주립대학교(이하 카셀대) 총장 측은 총학생회가 주도해 대학 내 공공부지에 영구설치한 평화비(‘소녀상’)를 기습 철거했다. 참담하다. 총장의 평화비 철거 통보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철거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카셀대 소녀상은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국제현대미술축제 <카셀 도큐멘타> 전시에 맞춰 소녀상을 설립하고 싶다는 총학생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토비아스 총학생회장이 학생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기획해 대학 측의 공식 허가를 받아 2022년 7월 8일 설치되었다. 학생 의회에서 소녀상 영구 존치 결의안도 통과되었다. 전쟁범죄로 얼룩진 땅 독일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통해 여성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기억하려는 학생들의 마음에 많은 국내외 시민들이 감동받아 운송과 관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녀상은 설치 이후 지속적으로 철거 압박을 받았다. 설치 3일 뒤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총장을 만나 ‘소녀상이 반일 감정을 조장해 카셀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요청을 했다고 한다. 당시 대학 측은 일본의 우려를 총학생회장에게 전달해주는 정도로 대응했지만, 이후 업무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지속적인 일본 총영사의 방문과 극우 및 일본 시민들의 악성 메일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일본 정부 측의 다양한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셀대 소녀상 철거는 일본 정부의 오만하고 뻔뻔한 역사 부정과 왜곡의 단적인 사례다. 한반도 불법강점과 강제동원, 민간인 학살, 일본군성노예제 등 식민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죄와 법적배상은커녕 교과서 왜곡과 피해자 모욕을 자행해 왔다. 과거를 올바로 기억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고자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활동도 방해해 왔다. 미국 글렌데일 소녀상, 샌프란시스코 소녀상, 독일 베를린 소녀상 등에 대한 철거 압력은 물론 아르헨티나 소녀상 설치 추진을 노골적으로 저지했다. 때로는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해당국 대통령이나 총리를 만나 요구하고, 때로는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를 동원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소녀상 설치 방해와 철거가 해당 지역 일본 대사나 영사의 가장 큰 임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일본 정부의 거만한 행동의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굴욕적이고 굴종적인 외교참사가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를 협조’해주기로 약속한 ‘2015 한일합의’에는 ‘제3국 기림비 문제 해결,’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경악할만한 이면 협상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 전범국의 사과와 전범기업의 법적 배상이 빠진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도 그 궤를 같이 한다. 국내외 시민사회의 우려와 분노에도 불구하고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 대사관들의 한심한 행태는 그래서 예견된 일이다.
소녀상을 철거한다고 해서 과거의 범죄행위가 지워지는 것도, 진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철거압박과 설치 방해 행태는 일본 정부의 역사 부정과 왜곡의 또 다른 증거로 다시 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는 카셀대 평화비 철거를 압박한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더 강하게 연대해 피해생존자들이 원했던 전쟁과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해 나갈 것이다.
2023년 3월 10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