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일본정부는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재판에 당당히 임하라!
3월 24일 일본군성노예제피해자들이 일본국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이 시작된다.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된 ‘2015 한일합의’ 발표 1년째인 2016년 12월 28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은 일본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일본국 상대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헤이그송달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소장을 송달받지 않고 재판절차를 지연시켰다. 어쩔 수 없이 공시송달로 진행해 소 제기 3년만인 2019년에야 1심이 시작됐고, 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법정에 제기한 소송 중 최초로 변론기일이 지정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재판 2년만인 2021년 4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주권면제’를 이유로 일본국의 책임을 부정하는 모욕적인 각하판결을 했다. 피해자들은 노구를 이끌고 또다시 정의를 찾는 싸움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에 송달을 시도했으나 일본정부의 거부로 실패 후, 공시송달로 시작된 1심은 일본이 출석하거나 관여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 항소심도 송달 노력을 기울였으나 일본 외무성이 법무성에 전달을 하지 않고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 침해’를 이유로 2021년 12월 초 반송해 공시송달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송달이 일본의 안보를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큰 유감을 표하며, 일본 외무성의 반송 처리는 헤이그송달협약의 위반임을 경고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를 일본군이 자행한 반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로 보고 일본정부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계속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법적 해결이 지연되면서 정의 실현이 늦어지고 있고, 그 결과 역사부정세력의 2차, 3차 가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역사부정과 피해자 모욕, 명예훼손 등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조직적·체계적 전시성폭력 범죄이자 잔혹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다. 이 사건 1심 선고 몇 개월 전인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도 또 다른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면제 법리를 부인하고 일본군성노예제문제에 대한 일본국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한 바 있다.
국제법은 이제 국민국가중심주의를 넘어 보편적 인권중심의 질서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면제’보다 보편적 인권이 더 우선이다. 부디 항소심 재판부는 ‘인권의 최후 보루’답게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원칙에 기초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이제라도 과거 전시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완전하고 평등한 보편적 인권의 주체임을 선언해 정의 실현에 앞장 서 주기를 기대한다.
시간이 없는 것은 피해자들이 아니라 일본정부다. 일본정부는 열두 분밖에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20세기 최대 인권침해 범죄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후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라도 일본정부는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재판에 당당하게 임하라.
2022년 3월 23일 일본군성노예제문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