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스가 총리는 한국에 ‘약속 위반’ 주장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가해국으로서 할 일을 하라!
오늘(6월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스가 총리가 “나라와 나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상황에서 어이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과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하여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쪽은 과연 어느 쪽인지 묻고싶다. 1993년 발표된 ‘고노담화’는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이 있고’ 등의 서술과 함께 그나마 일본군의 직, 간접적 관여를 인정하고 있으며, 향후 역사교육을 통해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역사교육은커녕 내년부터 일본의 고등학생이 배울 역사 교과서 12종 중 단 한 권만이 일본군‘위안부’동원의 강제성을 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고노담화’에서는 ‘군의 관여가 있었다’고 했다가 이제는 ‘민간 개인업자가 한 일’이라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등 ‘고노담화’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강제연행’ 증거를 대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고노담화’ 재검토를 시도하며, 2007년 3월에는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이나 위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까지 나왔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전범 국가가 ‘약속’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일본 정부에서 주장하는 ‘약속’인 ‘2015한일합의’는 정식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구체적 사실인정과 역사교육에 대한 다짐도 빠져있는 등 1993년의 ‘고노담화’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2015한일합의’후 더욱 더 심하게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 설치 방해와 철거를 위해 조직적 로비와 협박, 공작을 일삼았고, 공식문서인 외교청서에서는 ‘성노예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올해 4월 27일에는 ‘종군위안부’라는 용어를 ‘위안부’로 대체하는 각의 결정을 하는 등 군의 개입이라는 단어를 보이지 않게 만들어 역사에서 일본군성노예제를 지우려는 노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3권분립의 원칙이 분명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사법부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개인의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한 상식적인 판결을 두고, 대한민국 행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호도하는 일본 정부 주장 또한 어불성설일 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대화를 위해서는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해법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해법 마련을 해야 할 주체는 일본 정부이지 한국 정부가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질렀던 끔찍한 전쟁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은 채 한일 두 나라의 걸림돌을 계속해서 치우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 정부인 것이다.
범죄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약속 위반을 운운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가해자는 끝없는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지난 30년동안 피해자들은 일관되게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외치며 투쟁해왔다. 21세기 최대 범죄인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때만이 비로소 문제해결의 출구가 보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스스로의 행태를 돌아보고 가해국으로서 할 일을 다 하기 바란다.
2021년 6월 14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