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 35년: 진실과 기억의 초국적 공동체 확장의 여정

[입장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 35년: 진실과 기억의 초국적 공동체 확장의 여정


올해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이 35년을 맞이합니다. 1990년 11월 16일, 37개 여성단체들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창립한 날로부터 시작된 이 길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세상의 진실로 세우고, 역사적 정의와 인권의 원칙을 국제사회에 새긴 지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정의기억연대는 그 역사 위에서 기억과 인권, 평화와 정의의 가치를 이어오며 새로운 시대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 여성들의 경험으로 역사를 다시 쓰며 기억의 역사화에 앞장섰습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님의 최초 공개 증언을 기점으로, 전 세계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두터운 침묵의 얼음을 깨고, 가해자들의 연대에 균열을 내며, 여성의 경험으로 역사를 다시 써내려 왔습니다. 그간의 활동과 피해자들의 증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 개관, 국내외 14개 단체와 함께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이 역사적 기록의 인류사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공유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실천입니다.


둘째, 국내외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이끌며 기억의 사회화에 기여해 왔습니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세계 최장기 인권시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외 소녀상 건립,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설립, 다양한 국내외 시민,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등은 기억을 개인의 고통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수많은 국내외 시민과 청년들의 참여와 연대는 이 운동을 자신의 역사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기억 민주주의’의 대표적 실천이 되었습니다.


셋째, 초국적 연대의 확장과 국제인권규범의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1992년부터 아시아연대회의를 개최하고, 아시아, 유럽, 미주 각지의 시민단체 및 유엔 인권기구와 연대해 ‘전시 성폭력과 여성인권’ 의제를 국제규범으로 제도화해왔습니다. 2000년 일본군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을 열어 극동국제군사재판의 한계를 통렬히 비판하고 일본 왕을 비롯해 가해자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가해국 일본은 물론 피해국들의 진상조사와 국회 결의,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각종 보고서와 권고안 등을 이끌어내며 피해자 중심 원칙을 세웠습니다. 전시 성폭력에 관한 가해자 불처벌의 오랜 역사를 끝장내고 ‘전시 성폭력의 국가책임’이라는 개념을 제도적 담론으로 정립했습니다. 일본국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넘어서 오늘의 전쟁과 분쟁 속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글로벌 정의의 틀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넷째, 나비기금을 통해 피해자들의 연대를 일구어냈습니다. 

2012년 출범한 ‘나비기금’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뜻을 이어,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과 아동, 인권운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연대와 치유의 기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기금은 피해 경험을 고립된 고통이 아닌 국경을 넘어선 여성연대의 실천으로 전환시켰으며, 콩고·우간다를 비롯해 베트남, 팔레스타인, 로힝야 난민촌 여성들의 생존과 자립을 지원해왔습니다. 나비기금은 피해자의 기억이 새로운 희망의 날개로 이어지는 ‘기억의 순환과 치유의 정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다섯째, 미래세대 교육에 헌신해 왔습니다. 

학교·지역·청소년 교육, 희망씨앗기금 등을 통한 한·일 청소년 교류, 교사연수, 김복동 평화인권상, 다국어 자료 개발 등을 통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교육과 기억의 언어로 전환시켜왔습니다. ‘기억의 유산을 평화의 교육으로’라는 비전 아래,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 개개인의 생애와 증언을 다음 세대의 윤리적 기준이자 인류 공동의 교훈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35년의 성취는 가해국 일본의 책임 인정과 번복할 수 없는 사죄, 법적 배상이라는 원칙 하에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여정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다짐합니다.


우리들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의기억연대는 혐오와 차별, 왜곡과 부정의 거대한 파도를 넘어, 진실·책임·기억의 연대를 일구며 정의로 가는 길을 지켜갈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용기와 초국적 시민연대를 바탕으로, 35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35년의 평화와 인권의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명되고, 과거의 이야기가 미래를 구하는 실천에 앞장 설 것입니다. 


2025년 11월 13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