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법원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다하라!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34민사부, 재판장 김정곤)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에 대한 피고 일본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선고했다.
헤이그 송달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절차에 응하지 않았고,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피고석을 비워두었던 일본정부는 해당 판결이 '주권면제에 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반발하였고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다.
국제법은 고정적이거나 화석화된 것이 아니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 특히 보편적인 국제인권규범 준수, 여성 폭력에 대한 규제 등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은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국가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권 중심의 세계관으로 나아가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선도적 판결이라 할 것이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는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로 국제강행규범 위반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의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실효적 권리 구제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최후수단으로서 선택한 재판에서까지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미 국제관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권구제가 국가면제보다 우선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1월 8일 판결은 오랫동안 외쳐 온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너무나 정당한 판결이다. 일본 정부는 판결에 따라 법적 배상하여야 하며 일본군성노예제문제에 대한 사실인정, 공식사죄, 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2015한일합의가 한일 간의 공식 합의’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애초 공약이었던 “굴욕적인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협상 무효화와 재협상 추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4월 21일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 재판장 민성철)의 1심 판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재판부가 피해자 중심의 접근으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일본군성노예제도라는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감행한 일본국의 불법 행위 책임을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
피해자들의 동의가 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중심에 두고 모든 과정의 참여를 포함하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은 국제사회의 기본적 인권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피해자가 아직 살아계실 때 일본군성노예제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이번 재판에서 국가면제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무를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
지난 30년간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지난한 투쟁을 벌여 왔다.
피해자들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우리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대한민국 법원이 이번에도 1월 8일의 판결을 나침반 삼아, 피해자들이 제기한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 다시 한 번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2021년 4월 12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나눔의 집•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