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희대 최정식 교수의 ‘위안부’ 망언, 규탄한다!
경희대 최정식 교수가 9월 26일, 학내에 대자보를 붙여 “위안부 문제는 원래 없었던 문제”라고 강변했다. 그 근거로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의』와 일본의 니시오카 스토무의 『위안부문제의 진실』을 들었다. 조선 패망의 원인을 고종이 아니라 이완용 등 ‘을사오적’에게 돌린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 독립운동사가 많이 왜곡되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한국 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의 문제로 돌리며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참담한 일이다. 지성의 전당 대학에서 왜곡된 역사관을 버젓이 설파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한 대자보를 교수가 직접 작성해 붙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경희대 대학신문 <대학주보> 및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2023학년도 1학기 철학과 과목 ‘서양철학의 기초’ 수업에서 ‘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모집에 응한 자발적인 매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말이 하나도 맞지 않는 거짓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2022학년도 1학기 강의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중 다수가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고종 황제가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한일 합병이 이루어졌다’, ‘일본은 조선을 근대 국가로 만들려 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학내외에 논란이 커지자 최정식 교수는 언론사(YTN)와 경희대학교 당국을 통해 문제 발언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다시 2023년 같은 수업에서 ‘위안부 매춘’ 망언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2023년 9월 10일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는 ‘경희대학교 철학과 동문회에서 모든 경희 가족 구성원께 알립니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최 교수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으며 한 시민단체가 고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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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놀랍게도 최정식 교수는 반성은커녕 망언을 반복하며 ‘소신’을 굽이지 않겠다는 뜻을 이번 대자보에서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널리 알고 있듯,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일제에 의한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인 성착취 제도다.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군의 점령지나 전투지였던 아시아·태평양의 셀 수도 없이 많은 지역의 여성과 아동들에게 자행된 일제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다. 당사자들이 속아서 갔던, 형식상 동의의 형태로 갔던, 납치나 총칼에 의한 협박에 갔던, 수많은 ‘위안소’에는 일본군에 의한 감금, 강간, 집단강간, 물리적 폭력, 강제낙태, 강제약물투여, 살인, 집단살해 등이 자행되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북한, 네덜란드 등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증언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이유다. 이에 일본정부도 ‘군인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과 위안소에서의 ‘처참한’ 인권침해를 고노담화 등을 통해 인정했으며,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1990년대부터 강간캠프, 성노예제, 전시성폭력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규정해 왔다.
그럼에도 최정식 교수는 수업 내 발언과 대자보를 통해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불법강점과 강제동원, 전쟁범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명백히 식민사관과 역사수정주의를 반영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가 인용하고 있는 이들 또한 유명한 일본의 극우 역사수정주의자이거나 이들과 연대해 한국에 역사부정론과 식민사관을 설파하고 있는 자들이다.
표현의 자유, 교권에 대한 존중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 기반과 헌법을 흔들며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정당화하는 교수들의 발언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정부가 나치 관련 범죄를 찬양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는 최정식 교수의 망언과 대자보 내용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최정식 교수의 문서화된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경희대학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올바른 역사관에 기초한 대학 교육 확립을 통해 역사부정론의 뿌리를 뽑고, 경희대의 자라나는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환히 밝힐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2023년 9월 26일
정의기억연대